벤투호, '4G 무패'보다 일본의 우루과이전 승리가 더 엄중한 이유
OSEN 강필주 기자
발행 2018.10.17 06: 00

역시 스포츠는 상대적이었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에는 이런 진리가 더욱 뼈저리게 적용됐다.
한국은 지난 16일 파나마와의 A매치 평가전서 2-2로 비겼다. 박주호와 황인범의 득점으로 2-0으로 앞서던 리드를 지키지 못한 채 2실점하고 말았다.
경기 후 선수들은 2점의 리드를 안고도 집중력을 잃어 내준 실점에 더 초점을 맞추는 엄중한 분위기였다. 내년 1월 아시안컵과 2022년 카타르 월드컵이란 명확한 목표를 향해 가고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는 뜻이었다.

그래도 한국은 벤투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4경기에서 한 번도 패하지 않았다. 2승2무. 이겼다면 더 좋았겠지만 지지 않았다는 것에 그나마 위안을 삼을 수 있었다.
실제 한국은 지난 9월 코스타리카(32위)에서 승리했고 칠레(12위)와는 비겼다. 지난 12일 우루과이(5위)에는 2-1로 이기면서 한껏 오름새를 탔다.
하지만 앞서 끝난 일본과 우루과이 평가전 결과는 이런 조그만 위안마저 아쉬움으로 바꿔 놓기에 충분했다. 내심 한국에 패한 세계 5위 우루과이지만 일본을 상대로는 그 위용을 드러내리라는 기대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주포인 루이스 수아레스가 빠졌고 시차적응이 완전하지 않은 우루과이였만 한국이 승리를 거뒀다는 사실은 뿌듯했다. 우루과이는 시차가 없는 일본에서 좀더 강한 모습을 보여줄 것으로 믿었다.
반대로 한국은 내심 일본에 0-3으로 패한 파나마를 가볍게 제칠 수 있을 것으로 봤다. 4차례 평가전 중 가장 낮은 70위였고 최근 6연패 중인 파나마였다. 여기에 우루과이를 이긴 우리니까 이길 것이란 거만함도 있었다.
결과는 예상대로 되지 않았다. 우리는 파나마와 2-2로 비겼다. 그런데 일본도 우루과이를 4-3으로 눌렀다. 경기 내용을 봐도 슈팅수는 17-10, 유효슈팅수도 9-5, 점유율도 51-49로 일본이 우루과이를 압도했다.
이렇게 되고 보니 한국이 우루과이를 이긴 것을 다시 곱씹을 수 밖에 없게 됐다. 물론 벤투호의 기량과 결과를 폄하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최소한 막연하게 무패행진을 이어가고 있다고 좋아할 것은 아니란 얘기다. 거꾸로 우루과이에 따가운 시선이 꽂히기도 한다.
일본은 아랍에미리트(UAE) 아시안컵에서 맞붙어야 할 상대다. 우승을 목표로 하고 있는 한국인 만큼 반드시 넘어서야 한다. 그런 점에서 일본의 우루과이전 결과는 긴장감을 늦출 수 없게 만들었다.
9월과 10월의 A매치 4경기는 2022년 카타르 월드컵을 향한 토대라 할 수 있다. 하지만 당장 눈앞의 아시안컵을 향한 중요한 점검이기도 했다. 이제 오는 11월 호주에서 열릴 마지막 두 번의 평가전 밖에 남지 않은 상황이다.
4번의 평가전 결과는 벤투호에 많은 것을 줬다. 선수들에겐 자신감을, 팬들에게는 축구의 재미를, 축구계엔 또 다시 부는 인기의 훈풍을 느끼게 해줬다. 하지만 좀더 냉철한 눈으로 한국 축구를 바라보는 것도 중요할 것 같다. /letmeout@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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