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러퀸’ 배우 서영희와 ‘호러돌’ 에이핑크의 손나은이 만났다. 서늘해진 날씨만큼이나 오싹함을 선사하는 영화 ‘여곡성’을 통해서다.
17일 오전 서울시 강남구 신사동 CGV 압구정에서 진행된 영화 '여곡성'(감독 유영선, 11월 8일 개봉) 제작보고회에는 서영희, 손나은, 이태리, 박민지 그리고 유영선 감독이 자리했다.
'여곡성'은 원인 모를 기이한 죽음이 이어지는 한 저택에 우연히 발을 들이게 된 ‘옥분(손나은)’과 비밀을 간직한 ‘신씨 부인(서영희)’이 집 안의 상상할 수 없는 서늘한 진실과 마주하는 미스터리 공포. 지난 1986년 개봉한 ‘여곡성’을 원작으로 한다.


정경부인 ‘신씨 부인’ 역을 맡은 서영희는 “오랜만에 공포 영화를 찍게 됐다. 실제로는 공포 영화를 즐기지는 않았는데 감독님이 공포 영화를 정말 좋아하신다. 이번 영화를 통해서 공포 영화에 눈을 떴고 지금까지 제가 생각했던 공포가 공포가 아니었구나 잘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동안은 제가 공포스러움을 보여드렸던 것 같다. 상황적으로 누군가에게 당하는 입장의 공포였다면 이번에는 누군가를 헤치는 공포라서 조금 더 재밌었다”고 말했다.
서영희는 손나은의 촬영 세트 숙소에서 경험한 귀신 목격담에 “이 이야기를 나은이가 하는 거다. 저도 똑같은 시간에 샤워를 하고 있었다. 샤워를 하는데 바깥에서 무슨 소리가 들리고 있었다. 알고 보니까 나은이도 똑같은 시간에 그 느낌을 받았다. 키는 저밖에 없었다. 원래 자주 출몰하는 곳이고 같은 3층 방이었더라. 그분이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에 이태리도 “그분이 관리자여도 귀신이어야 한다. 대박이 나야 한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옥분’ 역으로 첫 스크린 데뷔를 하게 된 손나은은 “우선 언젠가 한 번쯤은 꼭 도전해보고 싶었던 공포장르였다. 이렇게 함께 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영광스럽고, 그래서 부담감도 컸는데 감독님이 많이 도와주셨고 영화와 책 등 참고할 자료를 많이 도와주셨고, 선배님들도 잘 도와주셔서 공포 영화지만 재밌게 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유영선 감독은 “기대도 됐지만 부담도 컸다. 워낙 원작이 유명했다. 원작을 모르는 10대, 20대도 원작을 몰라도 볼 수 있는 방법이 뭘까 고민을 했다. 기존 스토리텔링을 가져오면서 젊은 세대도 볼 수 있도록 뭔가를 더 얹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공포 시퀀스를 다이내믹하게 연출해보려고 했다”며 고전이지만 현대적인 연출이 얹어졌다고 밝혔다.

밝고 쾌활한 이미지에서 욕망의 화신 ‘월아’ 역으로 변신한 박민지는 “굉장히 새로운 기분이었다. 많은 분들이 저를 생각할 때 떠올리는 이미지나 제가 생각하는 이미지도 밝고 재밌는 모습이라고 생각했는데 이번에 새로운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겠다는 생각에 설레고 욕심나는 역할이다. 한편으로는 안 해봤던 역할이기 때문에 제 얼굴을 보고 섬뜩함을 느낄 수 있을까 걱정도 했는데 감독님이 리드를 잘 해주셔서 믿고 따를 수 있었다. 소중한 경험이었다”고 전했다.
원작에서도 회자됐던 ‘지렁이 국수’도 등장한다. 유영선 감독은 “처음 이 방면이 너무 혐오스러워서 시나리오상에 넣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했다. 원작에서 빠질 수 없는 부분이기도 하고 이왕 찍는 거 잘 찍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이에 배우들은 섬뜩했던 장면을 꼽았다. 서영희는 “제가 (지렁이 국수를) 드린다. 남편을 위해서”라며 “보면서도 싫었던 게 지렁이 국수였다. CG도 있지만 실사도 굉장히 많이 보이는 것 같다. 앞에서 보면서도 컷 언제 되지 걱정이 너무 많았다. 연기하신 선생님도 국수를 정말 좋아하신다. 무리 없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한동안 국수 안 드실 거라고 하셨다”고 덧붙였다.

유영선 감독은 “원작이 가지고 있는 구성, 캐릭터들을 무시할 수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이 작품을 리메이크한다고 했을 때 현대로 배경을 바꾸느냐 말했는데 그건 원작에 방해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기존의 여성 캐릭터들, 이야기에 필요한 아이콘은 최대한 활용하면서 현대적인 감각을 거기에 붙여야 한다고 생각했다. 많은 부분이 원작과 비슷하다고 생각하시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유영선 감독은 액션영화처럼 빠른 연출로 10대, 20대 관객층도 겨냥했다고. 유 감독은 “꽃들의 전쟁이라고 말할 정도로 한 집안에서 사는 모습을 보여준다. 어떤 조직에서 살면서 대인관계에 대한 문제가 항상 생기지 않나. 그것과 연관시켜 영화를 보면 재밌지 않을까.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한 여성 느와르라고 생각하며 연출했다. 그것에 맞춰 배우분들도 충실하게 연기해주셔서 기대 이상의 작품이 나오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기대를 전했다. / besodam@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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