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토록 오랜 이별'에서 8년 된 커플로 분한 임주환, 장희진이 단막극의 열악한 환경을 언급하면서도, 단막극이 존재해야 하는 이유, 단막극의 매력 등 애정을 드러냈다.
18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KBS 별관 2층 대본연습실에서는 KBS2 '드라마 스페셜-이토록 오랜 이별'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연출을 맡은 송민엽 PD를 비롯해 주연 장희진, 임주환이 참석했다.
임주환과 장희진은 지난 2011년 방송된 MBN '왓츠 업'에서 처음으로 호흡을 맞췄고, '이토록 오랜 이별'을 통해 두 번째로 호흡을 맞췄다. 7년 만에 KBS2 단막극에서 오래된 연인으로 재회했다.


임주환은 5년 전 첫 장편소설을 메가히트 시키며 무려 50만부를 팔아치운 소설가 배상희를 맡았다. 신인으로는 파격적인 선인세 1억을 받으며 계약할 정도로 잘나갔지만, 그 이후로 오랫동안 작품을 완성하지 못한 채 일과 사랑 앞에서 자격지심만 남아버렸다. 자신을 재촉하는 여자친구가 빚 받으러 온 사람같이 느껴지면서 사랑에도 위기가 닥치고, 자꾸만 비겁해지는 인물이다. 지난해 선보인 tvN '하백의 신부 2017' 이후 단막극을 선택해 새로운 모습을 보여줄 예정이다.
장희진은 오직 성실함을 무기로 직장생활을 견뎌온 6년차 편집자 정이나를 연기했다. 연애에도 성실해서 소설가 상희와 8년째 장기 연애 중이다. 이번 역할을 통해 직장인 여성의 삶을 밀도있게 보여줌과 동시에 기약 없는 오랜 연애에 지쳐가는 지극히 평범한 여성의 삶을 현실감 있게 그려낼 전망이다. MBC '당신은 너무합니다' 이후 단막극으로 돌아온 장희진은 알콩달콩했던 모습부터 서로에게 무뎌진 연인의 모습까지 한층 성숙한 연기가 기대되고 있다.



"이 작품을 선택한 이유가 궁금하다"는 질문에 임주환은 "많은 드라마가 먼저 스토리를 설정하고, 그다음에 해당 스토리를 보여준다. 그런데 이 작품은 스토리보다는 누구나 느낄 수 있는 사랑의 감정, 이별, 그 안에서 미묘하게 오가는 예민함이 대본에 담겨 있어 괜찮은 내용이라고 느꼈다. 장편이나 여러 드라마는 스토리를 설정하고, 가상의 인물을 놓고 이야기를 꾸며낸다. 우리 단막극도 비슷하지만, 그보다는 캐릭터들이 주고받는 감정들이 주가 되고, 그 감정은 시청자들이 보고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이다. 그래서 그 부분을 높게 샀다"고 답했다.
장희진은 "우선 대본을 읽고 크게 공감했고, 평소 친분이 있는 주환 오빠가 한다고 해서 좋은 마음으로 참여했다"며 출연 이유를 밝혔다.
보통 단막극은 1~2부작으로 이뤄져 있기 때문에 호흡이 짧고, 꾸준하지 않아서 시청자들의 관심도나 시청률이 높지 않다. 그렇지만 역량 있는 신인 연출자와 작가를 발굴하고, 배우들의 또 다른 모습을 발견할 수 있는 장르다.
임주환은 "(단막극 출연이) 자원봉사나 이런 개념은 아니고, 좋은 대본이 있으면 참여하는 게 배우의 욕심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단막극은 독립영화처럼 계속 제작되면서 새로운 시도가 된다. 그것을 인용해 많은 장편이 영향을 받아 좋아지기도 한다. 새로운 스토리가 만들어지는 기초가 되는 것 같다"며 장점을 말했다.
앞서 단막극에 5~6번 출연했던 장희진은 "모든 배우가 자신이 원하는 작품이나 배역을 하는 건 아니다. 내가 할 수 있는 것 중에서 단막극에서 기회가 좀 있었다. 그래서 이번에도 좋은 기회를 잡았다. 사실 단막극은 촬영하기 쉽지 않다. 촬영 감독님이 너무 고생했는데, 보는 것만으로도 안쓰럽더라. 그럼에도 단막극의 특징이라고 하면 열정으로 뭉쳐서 최선을 다하는 느낌이 난다"며 열정적으로 임했던 당시를 회상했다.
촬영장 에피소드를 묻자 임주환은 "솔직히 즐거운 에피소드는 아닌데, 환경이 열악하다고 느꼈다. 한 번은 케이크가 바닥에 떨어지는 장면이 있었는데, 케이크가 몇 개 없어서 NG를 낼 수 없었다. 그때 현장의 모든 분이 초집중을 하더라. 많은 분이 잠을 못 자면서, 커피를 마시면서 견뎠다. 연기보다는 케이크가 정확한 방향으로 떨어지는 것에 더 신경을 쓰기도 했다"며 '웃픈' 사연을 털어놨다.


지난달 방송된 '참치와 돌고래'에 이어 두 번째 단막극 '이토록 오랜 이별'을 선보이는 송민엽 PD는 "미니시리즈는 예산이 높아서 압박감이 생기는데, 단막극은 거기에 비해 자유로워지는 부분이 있다. 사람마다 각자 다른 취향을 가지고 있어서, 단막극도 시청자를 조금이라도 만족시켜주지 않을까 싶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단막극의 좋은 점은 완결된 대본으로 시작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번 작품을 하면서 임주환, 장희진과 미팅을 여러 번 했는데, 즐겁게 작업해서 애착이 많이 간다. 우리 드라마는 크게 화려하거나 그렇지 않다. 가능하면 담담하게 담아내려고 신경 썼다. 우리가 일상에서 생활하는 공간들 위주로 구성하려고 했다. 대사를 하는데 갑자기 들판에 가 있거나, 골목길에 가 있거나 그렇지 않다. 항상 생활하는 공간인 집, 직장, 친구들을 만나는 공간이 나온다. 그게 우리 드라마의 특징이다"고 얘기했다.
이날 임주환은 "방송을 앞두고 '많이 시청해달라'고 하는 말이 많은 생각을 갖게 한다. 요즘 드라마의 평가가 단순히 시청률 숫자로만 평가돼서 안타깝다는 생각이 들더라. 물론 단막극 시청률이 높지 않지만, 많은 분이 공감할 수 있는 드라마가 된다면 만족할 것 같다. 이 작품으로 인해 내 옆에 있는 사람이 애틋하게 느껴지면 좋겠다. 적은 분이 봐도 많은 공감을 끌어내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KBS 드라마스페셜 2018'의 여섯 번째 작품 '이토록 오랜 이별'은 꿈도 추억도 모두 함께 쌓아왔던 오래된 연인이 서로의 관계에 대해 되짚어보는 과정을 그린다. 2017년 단막극 극본 공모에서 당선됐던 김주희 작가가 올해 패기 있게 선보이는 새 작품이다. 오는 19일 오후 10시 방송된다./hsjssu@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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