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수의 길은 멀고 멀지만 '나인룸' 김희선과 김해숙의 뒤바뀐 영혼 연기를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지난 6일 첫 방송된 tvN 토일 드라마 '나인룸(연출 지영수/ 극본 정성희)'은 희대의 악녀 사형수 장화사와 운명이 바뀐 안하무인 변호사 을지해이, 그리고 운명의 열쇠를 쥔 남자 기유진의 인생리셋 복수극이다.
1회부터 장화사와 을지해이의 몸이 바뀐 까닭에 현재 김희선은 을지해이인 척하는 장화사를, 김해숙은 교도소에 들어간 을지해이를 연기하고 있다. 본래 맡은 캐릭터보다 뒤바뀐 인물을 더 많이 표현하고 있는 두 사람이다.

그래서 영혼이 바뀌기 전과 후의 장화사와 을지해이의 변화가 '나인룸'의 시청 포인트다. 김희선과 김해숙은 흠 잡을 데 없는 1인 2역급 연기로 시청자들을 매주 주말 브라운관 앞으로 끌어당기고 있다.

21일 방송된 6화에서도 을지해이의 몸이 된 장화사는 마현철(정원중 분)의 살인사건 용의자로 몰렸다. 기산(이경영 분)의 도움으로 현장에서 벗어난 그는 어쩔 수 없이 기산에게 "아드님 재판 승소로 갚겠다"며 머리를 숙였다.
기산은 "당연히 그래야지. 안 그러면 그 재판정에 당신이 설 거다. 마현철 대표 살인죄로"라고 장화사를 협박했다. "이제 마현철은 잊고 내 아들 사건에만 매달려라. 앞으로 내가 부르면 언제든 어떤 상황이든 달려오게"라고 옥죄기도.
자신이 장화사와 몸이 바뀐 걸 아는 마현철이 죽자 교도소에 있는 을지해이는 분노했다. 교도소에서 파마를 했고 자신을 면회 온 장화사에게 "난 원래 머리가 복잡하면 헤어숍에 가요"라며 당차게 말했다.
그는 장화사를 보며 "이제 어떡하나. 날 여기서 꺼내주려던 마현철이 죽었다. 내 정신은 여기에 갇혔고 내 몸은 살인을 저질렀다. 여기 왜 왔냐. 마현철 죽였다고 자랑하려고?"라며 쏘아붙였다.
장화사는 "기찬성 2차 공판 준비에 네 도움이 필요하다. 그러면 네 몸을 돌려주마. 내가 할 일을 서둘러 끝내고 네 몸을 돌려줄 길을 찾겠다"고 약속했다. 을지해이는 "나도 조건이 있다"고 했고 둘은 어쩔 수 없이 힘을 합쳤다.
앞서 기찬성이 교통사고를 냈을 때 법무법인 담장의 변호사인 진짜 을지해이가 달려와 수습했던 바다. 을지해이는 출세를 위해서라면 물불 가리지 않고 달려들던 승소 100%를 자랑하는 변호사였다. 장화사와 몸이 바뀐 후 교도소에 갇혀 있지만 도도한 성질은 죽지않았다.
그래서 장화사의 몸에 든 을지해이를 연기하는 김해숙은 1회 때와 달리 당찬 애티튜드로 시청자들로 하여금 그가 을지해이임을 알 수 있게 하고 있다. 김희선 역시 1회 때의 안하무인 캐릭터는 온데간데 없이 을지해이와 혼이 바뀐 장화사로 완벽하게 분해 시청자들의 오감을 짜릿하게 하고 있다.
무겁고 복잡한 스토리 때문에 '나인룸'이 호불호가 갈리고 있지만 두 배우에 대한 연기력 만큼은 시청자들 사이 이견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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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나인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