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LA 다저스)의 첫 월드시리즈가 눈 앞에 다가왔다. 이변이 없는 한 월드시리즈 엔트리에 포함돼 선발 등판까지 치를 가능성이 높다. 한국 선수로는 2001년 김병현(당시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 그리고 2009년 박찬호(당시 필라델피아 필리스) 이후 3번째다.
한국 선수 메이저리그 진출사에 첫 발을 내딛은 것이 박찬호라면 월드시리즈에 진출한 첫 한국 선수는 김병현이었다. 김병현은 2001년 팀의 마무리 투수로 78경기 98이닝 5승6패 19세이브 11홀드 평균자책점 2.94로 맹활약한 뒤 그 해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와의 리그 챔피언십시리즈에서 3경기 2세이브 평균자책점 0으로 활약했다.
그러나 월드시리즈에서는 아픔만 남았다. 여전히 역사에 회자되고 있는 2경기 연속 끝내기 패배의 중심에 있었다. 2001년 월드시리즈 4차전 3-1로 앞선 8회, 선발 커트 실링에 이어 마운드에 오른 김병현은 첫 이닝을 3연속 삼진으로 처리하며 기세를 올렸다.

하지만 9회말 2사 1루에서 티노 마르티네스에 우중간 동점 투런포를 얻어맞으며 블론세이브를 범했다. 그리고 10회말, 2사 후 데릭 지터에 끝내기 홈런까지 얻어맞아 첫 월드시리즈 등판에서 블론세이브와 패전을 동시에 기록했다.
이튿날 열린 5차전, 역시 김병현은 다시 한 번 2-0, 2점 차 상황에서 9회말 경기를 매듭짓기 위해 올라왔다. 선두타자 호르헤 포사다에 2루타를 허용하며 위기를 맞이한 김병현, 하지만 이후 두 타자를 모두 범타 처리하며 안정을 찾는 듯 했다. 그러나 스캇 브로셔스에 투런포를 다시 얻어맞아 2-2 동점을 허용했다. 2경기 연속 블론세이브였고, 팀도 연장 11회말 2-3 끝내기 패배를 당했다.
김병현은 월드시리즈 2경기에서 1패 2블론세이브 평균자책점 13.50(3⅓이닝 5실점) 3피홈런의 성적에 그쳤다. 처음이자 마지막 월드시리즈 경험이었다. 하지만 애리조나는 시리즈 전적 4승3패로 창단 첫 우승을 차지했다.

박찬호의 월드시리즈 역사는 선발 투수로 전성기를 누리던 1990년대 말에서 2000년대 초반이 아닌, 불펜 투수로 전업해 황혼기에 접어든 2009년이었다. 회춘투를 통해 필라델피아의 주축 불펜 투수로 활약했다. 2006년 샌디에이고 소속으로 첫 포스트시즌을 경험했던 박찬호는 2009년 필라델피아 소속으로 월드시리즈 무대까지 밟았다. 당시 필라델피아에서 선발과 불펜을 오가는 스윙맨으로 활약하며 45경기(7선발) 83⅓이닝 3승3패 14홀드 평균자책점 4.43의 성적을 남겼다.
뉴욕 양키스와의 월드시리즈 2차전 ⅓이닝 1피안타 1삼진으로 월드시리즈 데뷔전을 마친 박찬호는 이후 4차전부터 6차전까지 모두 등판했다. 비록 승패, 세이브, 홀드 등의 기록은 남지 않았지만 월드시리즈 4경기에서 3⅓이닝 2피안타 1볼넷 3탈삼진 무실점 평균자책점 0의 성적으로 역시 생애 처음이자 마지막 월드시리즈 등판을 마쳤다.
김병현이 한국인 선수 최초로 월드시리즈를 경험한 뒤 8년 만에 박찬호가 월드시리즈 무대를 밟았다. 그리고 9년이 지난 뒤 이번엔 류현진이 한국인 3번째 월드시리즈 등판을 눈 앞에 두고 있다. 류현진은 김병현과 박찬호가 하지 못했던 한국인 최초 월드시리즈 선발 등판과 승리 투수까지 동시에 노리고 있다. 한국 선수의 월드시리즈 승리 투수와 선발승은 아직까지 한 번도 나오지 않았다. /jhra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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