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니네 라디오'에 출연한 배우 겸 감독 추상미가 제작 과정 또한 한 편의 영화 같았던 '폴란드로 간 아이들' 비하인드를 밝혔다.
22일 오후 방송된 SBS 러브FM '송은이, 김숙의 언니네 라디오'에서는 배우 겸 감독 추상미가 출연했다.
이날 송은이와 김숙은 우스꽝스러운 분장을 하고 추상미를 맞이했다. 김숙은 "이런 모습으로 초면인 추상미 언니를 만나야 하다니"라며 걱정했고, 송은이는 "우리 캐스팅 되고 싶다"고 말했다. 추상미는 "SF장르 영화를 하나 만들어서 두 분을 캐스팅해야 할 거 같다"며 웃음을 터뜨렸다.

추상미는 "은이씨보다 숙이씨 보고 아버지가 생각이 났다. 아버지가 추송옹 배우다. 아버지가 연극에서 침팬지 역할을 한 적이 있다. 아버지가 2시간 반 동안 분장을 스스로 하셨다. 아버지가 털 하나 하나 붙이는 걸 옆에서 보면서 그 털을 내 얼굴에 붙이며 놀고는 했다. 그 때의 생각이 난다"고 말하며 친금감을 드러냈다.
송은이와 추상미는 이미 아는 사이라고. 송은이는 "추상미씨 남편 이석준 배우님이 저와 대학교 동창이다. 그래서 소식을 엄청 많이 들었다. 그래서 추상미 씨를 봐도 진짜 너무 친근하다"고 말했다. 또한 송은이는 "탈북민 친구들이 공부하는 학교에서 1년에 한 번씩 축제를 하는데 추상미씨는 매년 오셔서 MC를 하셨다. 저는 노래를 불렀다. 그렇게 봉사를 하면서 만날 인연이 있었다"고 전하기도 했다.
추상미는 자신이 만든 다큐 영화 '폴란드로 간 아이들'을 소개했다. 그는 "'폴란드로 간 아이들'은 폴란드로 간 전쟁 고아들의 이야기다. 다큐멘터리인데, 원래는 극영화를 준비를 했다. 영화를 준비하기 위해 원장님을 만났는데 아흔이 넘었다고 하더라. 이 의미있는 실화를 나 밖에 모르는데, 이 분들이 돌아가시기 전에 육성과 화면으로 다큐멘터리를 남겨야겠단 생각을 했다"고 말하며 극영화 제작 전 다큐멘터리를 공개한 이유를 밝혔다.

개봉까지 여러 고난이 있었던 추상미. 그는 "다큐멘터리 편집만 2년 걸렸다. 편집과정이 힘들었다. 하지만 폴란드에서 촬영한 것은 재미있고 의미있었다. 제일 힘들었던 건 지난해 12월이었다. 북한 이야기가 담긴 작품이 공개될 수 없는 시국이었다. 그러다 거짓말처럼 2018년이 오니 평화회담이 시작됐다. 아마 전국민 중 그 회담을 가장 반긴 사람이 나일 거다"라고 말해 눈길을 모았다.
추상미는 "할로윈데이에 개봉하는데 그 때 할로윈을 겨냥한 대작들이 엄청 개봉을 한다. 우리는 너무 작은 영화다. 요즘 이런 영화들이 3일 만에 내려가는 추세라 걱정이 많다. 예산이 너무 적어서 홍보도 부족한데, 다행히 언론에서 많이 다뤄주셔서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전석 매진이 됐다"며 걱정과 기대감을 동시에 드러냈다.
태풍 때문에 위기를 겪기도 했다는 부산국제영화제 당시를 회상하던 추상미. 그는 "부산영화제 당시 태풍이 와서 철골이 날아다니는 상황이었다. 많은 GV나 시사회가 취소됐다. 영화제 측은 취소해도 되고, 진행해도 된다고 했다. 영화사 대표님과 나는 태풍을 뚫고 오는 분들이 진짜 영화를 궁금해하는 분들이니 서너명이 앉아있더라도 가자고 했다"고 떠올렸다.
그는 "우리가 극장에 도착할 때만 해도 진행팀이 '지금 7명 입장했다'고 문자를 보냈다. 그걸 보며 '7명이나 왔어?'라고 생각했다. 부산 태풍이 위험한 상황이었기 때문에 아무도 안 올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극장에 들어갔더니 150명이 있더라. 나도 모르게 울어버렸다"고 말했고, 송은이와 김숙은 "진짜 소름"이라며 깜짝 놀랐다.
부산국제영화제에서도 특별한 경험을 했다는 추상미는 "질문 시간에 실제로 탈북한 분이 손을 들었다. 그 분이 북한에 있을 때 영어 선생님이었는데 폴란드로 갔다며 사진을 들고 나왔다. 북한이 열리면 고아원을 하고 싶다고 하신 그 분은 폴란드 선생님들의 마음을 배웠고, 북한 어린이들을 마음으로 품어줘서 감사하다고 눈물을 쏟아서 극장 안에 있는 사람들이 다 울었다"고 말했다.
추상미는 '폴란드로 간 아이들' 포스터 속 원장님에 대해 궁금해하는 송은이와 김숙의 질문에 "원장님이 '북한에서 온 아이들을 보며 타국의 아이들이 아니라 나의 유년시절을 보는 것 같았다'고 하더라. 전쟁을 겪은 분들이기에 아이들에게 커리큘럼이 아닌 엄마, 아빠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그래서 아이들에게 '엄마, 아빠'라고 부르라고 했다고 한다"고 말했다. 그는 "놀랍게도 영화 시사회가 시작되고 나서 생존자들의 증언들이 계속 나오고 있다"고 전해 송은이와 김숙으로부터 "영화 제작 과정 자체가 하나의 영화"라는 극찬을 받았다.
추상미는 영화를 만들며 연극배우이자 남편인 이석준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고 밝혔다. 그는 "당신이 이 영화를 만들면서 자신이 겪은 일들도 다큐로 만들어야 한다고 하더라. 혼자 1년 넘게 편집을 하니 남편에게 계속 봐달라고 했다. 남편이 모니터링 고문을 당했다고 하더라. 남편이 100번 넘게 봤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그는 남편 이석준이 냉철한 눈을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추상미는 "남편이 아주 잘 본다. 굉장히 많은 도움을 준다. 자신이 연극배우고, 어려운 텍스트를 취급하다보니 분석력이 굉장하다. 내가 홍보 때문에 바빠지고 나서부터는 남편이 집안일과 육아를 전담하고 있다"고 말해 눈길을 모았다.
또한 추상미는 아들 지명군을 언급하기도. 송은이는 "아이들이 첫 심부름을 하는 과정을 들여다보는 프로그램 '난생처음'을 한 적이 있는데 지명군이 나왔다. 아이가 진짜 예쁘고 순수하다"고 말했고, 추상미는 "요즘 소아 사춘기를 겪고 있다. 말은 안 듣는데 정말 논리적으로 대꾸를 한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감독이 아닌 배우로 활동을 할 계획은 없느냔 질문에 추상미는 "영화 배우로 활동하면서 여자 캐릭터가 현실적이기보다 남자들의 관점으로 비춰지는 여자 캐릭터들이 많다는 것에 불만을 가지기도 했다. 내가 하고 싶었던 게 정말 '생리얼'한 여자 캐릭터를 하고 싶었다. 너무 리얼해서 캐스팅 안 되는 여자 캐릭터를 해보고 싶다"고 말해 눈길을 모았다. / yjh0304@osen.co.kr
[사진] '언니네 라디오' 방송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