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이 부서지지 않는 이상 남은 2경기도 던지겠다".
'수호신' 정우람(33)이 포효했다. 한화에 11년만의 포스트시즌 승리는 정우람의 손끝에서 완성됐다. 대반격의 서막을 열었다.
정우람은 지난 22일 고척돔에서 열린 2018 KBO 준플레이오프 3차전에서 3-3 동점으로 맞선 8회 1사 1·2루 위기에 조기 투입됐다. 자칫 결승점을 내줄 수 있는 위험한 상황에서 정우람의 진가가 빛났다. 상대 타자 박정음에게 초구 체인지업으로 타이밍을 빼앗아 1루 땅볼을 유도, 병살로 이닝을 끝냈다.

9회 김태균의 1타점 2루타가 터졌고, 정우람은 1점차 리드를 안고 마지막 이닝까지 책임졌다. 2사 1루에서 장타력 좋은 외국인 타자 제리 샌즈를 상대했다. 풀카운트 승부 끝에 바깥쪽으로 143km 직구를 던져 헛스윙 삼진을 뺏어냈다. 삼진을 잡는 순간 정우람은 왼 주먹을 불끈 쥐면서 온몸으로 포효했다.
경기 후 정우람은 "태균이형이 중요할 때 한 방을 쳐줘서 9회에 집중할 수 있었다. 오늘 경기가 마지막이 되지 않기 위해 끝까지 열심히 했다. 내일(4차전)도 대전에 갈 수 있게끔 하겠다"며 "남은 2경기도 등판할 자신이 있다. 팔이 부서지지 않는 이상 나가야 한다"고 각오했다. 이날 정우람은 16구를 던졌다.
정우람다운 노련미가 빛난 경기였다. 그는 "8회 상대 타자(박정음)가 적극적으로 칠 것으로 생각했고, 초구 직구 타이밍에 배트가 나올 것 같아 체인지업을 던졌는데 운 좋게 병살이 나왔다"며 "9회 샌즈는 한 방 있는 선수라 생각을 많이 했다. 마지막 공도 체인지업으로 갈지 직구로 갈지 고민했지만 직구가 좋기 때문에 그대로 승부한 것이 좋은 결과로 나왔다"고 했다.
정우람 개인적으로는 SK 왕조 시절부터 가을야구 경험이 풍부하다. 하지만 한화에서 첫 가을야구는 남다르다. 그는 "우리팀 선수들이 오랜만에 포스트시즌을 하다 보니 처음에 긴장한 면이 있었다. 오늘 계기로 내일부터 조금 더 자기 플레이를 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며 "다들 좋은 경험을 하고 있고, 1경기씩 이긴다면 좋은 경험이 될 것이다. SK 시절과는 또 다른 재미를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후배들에게도 고마움을 잊지 않았다. 7회 1사에서 나온 김성훈이 1이닝을 실점 없이 막은 것도 8회 1사 1·2루 위기를 정리한 정우람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그는 "성훈이가 어린 나이에도 씩씩하게 잘 던져줘 고맙다. 선배들이 뒷받침해야 후배들이 더 강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정우람은 "우리 선수들이 실수가 있긴 했지만 무너지지 않았다. 2패를 했지만 압박감보다 무조건 이겨야 한다는 생각이 어느 때보다 강했다"며 "어떻게든 (5차전) 대전으로 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waw@osen.co.kr

[사진] 고척=박준형 기자 soul1014@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