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스포츠를 보는 이유가 무엇일까. 단순히 시간 때우기 정도로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많은 팬들은 스포츠 스타의 활약에 열광하고, 그들이 써내려가는 이야기에 깊은 가슴 떨림을 느끼기를 원한다. '한 팀' 속에서 소속감을 느끼고, 팬덤을 형성하기도 한다. 여기에 더 나아가 자신이 좋아하는 스포츠와 이어질 수 있는 매개체가 될 것을 '소비'한다.
프로스포츠 구단에게는 이런 현상은 구미가 당기는 일이다. 구단 운영의 흑자는 물론, 모기업 의존도가 높은 국내 프로야구단에서 자생적인 운영을 위해서는 자신의 구단 이미지를 끊임없이 소비하고 판매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 '스포츠 마케팅'이 독자적인 한 영역으로 자리 잡은 것도 이와 같은 이유다.
▲ 세분화된 팬 층. 마케팅의 기본은 빅데이터

과거 남성이 주류를 이뤘던 스포츠 팬 층은 이제 남녀노소 가리지 않는 공통 전유물이 됐다. 세분화된 마케팅은 프로 구단이라면 반드시 이뤄져야 하는 부분이다.
한국프로스포츠 사상 10년 연속 100만 관중을 달성한 두산 베어스는 빅데이터를 적극적으로 이용해 톡톡히 효과를 보고 있다. 두산 베어스는 한국 프로야구의 시작을 함께한 구단이다. 많은 기대를 받고 시작했지만, 아직 대중들에게 야구가 뿌리를 내리지 않은 원년에는 어린이 회원제를 최초 실시해 ‘미래의 팬’ 유치에 적극 나섰다.
1990년대 서울 연고의 LG 트윈스의 성적이 좋아지면서 팬 확보가 주춤했지만, 2001년 우승과 2008년 베이징 올림픽 효과로 다시 '두산의 전성시대'가 왔다. 자연스럽게 현재 두산의 팬 층은 '원년 팬'과 2000년대 후반 합류한 팬이 혼재된 상태다.
자연스럽게 두산의 마케팅 타겟도 이들에게 집중됐다. 첫 단계는 이들이 누구인지를 알 수 있는 데이터 수집이었다. 이왕돈 두산 베어스 마케팅 팀장은 "빅데이터 분석은 최근 흐름에서 반드시 이뤄져야 하는 부분"이라며 "KBO에서도 팬 성향 분석을 하고 있어 자료를 받고 있고, 구단 자체적으로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서 이 팀장은 "현재 두산에는 원년부터 보던 팬과 더불어 젊은 여성 팬, 그리고 직장인 팬이 많다"라며 "여성 및 직장인 팬들은 평일을 선호하고, 가족 단위의 관중은 주말에 많이 오고 있다. 이 부분을 모두 데이터화 시켜서 이벤트를 진행에 반영하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이벤트 방향 설정에도 빅데이터는 요긴하다. "두산은 주말 관중 증가보다는 평일 관중 증가에 힘을 쓰고 있다. 주말은 2만명, 주중은 1만 5000명의 관중이 나와야한다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특히 구매력과 재방문율이 높은 여성 팬이 좋아할 만한 상품 등을 개발하는데 힘을 쓰고 있다"는 것이 이 팀장의 설명이다.
실제 올 시즌 두산은 꾸준한 데이터 축적이 되자 적극적인 빅데이터 활용 마케팅에 나섰다. 여성 야구팬을 공략한 '퀸즈데이', 직장인을 타겟으로 한 '직장인의 날', 남성팬을 위한 'MR.DOO 데이' 등 세분화된 마케팅을 진행했다.
빅데이터 기반으로 한 '데이 이벤트'는 수치적인 증가로 나타났다. 내야로 분류되지만, 외야와 가까워 선호도가 떨어지는 좌석을 '이벤트 좌석'으로 설정해 시중에서는 구매할 수 없는 특수한 아이템을 나눠줬다. 그 결과 '데이 이벤트' 관중은 전년 대비 1만 5000명가량이 늘었고, 매출은 2억원 가량 증가했다.

▲ SNS와 어플, 이제는 선택 아닌 필수
'빅데이터'라는 이름에 담겨 있듯 팬 성향을 위한 유의미한 정보를 모으기 위해서는 광대한 데이터 수집이 필수다. 소셜네트워크 서비스(SNS)와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은 손바닥만한 작은 공간에서 수많은 사람이 모일 수 있는 가장 좋은 소통 창구다.
이왕돈 팀장은 "SNS의 해시태그(#) 파악을 통해서 얼마나 많은 팬들이 이벤트에 참가했고, 또 만족도를 보이는지 알 수 있다"라며 "SNS는 소비자 욕구와 반응 등을 파악할 수 있는 중요한 수단"이라고 역설했다.
지난 2014년 창단해 2015년 1군에 첫 선을 보인 '막내 구단' kt wiz는 '위잽(Wizzap)'이라는 자체 어플리케이션을 개발해 팬과의 소통에 나섰다. 확고하게 자리를 잡은 9개 구단 사이에 신생팀이 팬 확보 뿌리를 내리기 쉽지 않았던 만큼 IT를 통한 데이터 확보에 힘을 줬다.
kt wiz는 창단 당시 모기업 KT의 IT기술력을 바탕으로 ICT+엔터테인먼트+베이스볼의 합성어인 '빅테인먼트'라는 마케팅 컨셉을 발표했다. IT 서비스 플랫폼 '위잽'을 중심으로 하여 멤버십 시스템을 구축했고 이를 바탕으로 '빅데이터'를 수집했다.
kt wiz 관계자는 "빅데이터 활용의 목표는 구단 회원의 행동패턴 분석과 관중 예측 시스템에 있다"라며 "우리 구단의 데이터 수집은 팬들이 사용하는 '위잽'을 통해 이루어진다"고 강조했다.
이렇게 모인 정보들은 소비자 행동 패턴 분석과 함께 관중 예측 등에 활용되면서 방문자 확보 및 재방문율 증가, 아울러 효과적인 예산 집행 과정을 이뤄지게 했다.
통신사 모기업을 둔 SK 와이번스 역시 어플을 적절하게 사용해 구단 가치 상승에 큰 덕을 봤다. SK 역시 '플레이 위드(Play With)'라는 구단 공식 어플리케이션을 통해서 고객의 욕구를 파악해 마케팅적으로 접근하고 있다.
SK 와이번스 관계자는 "고객 예매데이터 분석을 통해 연간방문횟수 50회 이상이나 연간회원을 가입하지 않은 고객들은 다양한 좌석을 골고루 체험에 대한 니즈 존재한다는 것을 파악해 '내맘대로티켓 패키지'를 기획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SK 와이번스는 어플리케이션 활용과 더불어 올해부터 고객을 직접 만나는 활동을 결합해 더욱 심층적이고 세분화된 욕구 파악에도 적용시켰다. 자택방문고객인터뷰와 고객 관찰활동을 진행하면서 야구장 내에서 제공되는 서비스 피드백을 지속적으로 받아 데이터화 했다.
SK의 적극적인 마케팅 활동은 올 시즌 정규시즌 2위라는 호성적과 맞물리면서 인천 야구 사상 두 번째 100만 관중을 돌파라는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 bellstop@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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