윈나우와 리빌딩의 양립, '양상문호' 롯데의 과제
OSEN 조형래 기자
발행 2018.10.24 06: 30

성적을 만들어야 하는 '윈나우'라는 목표와 미래를 위한 육성이 중심 목표인 '리빌딩'은 대척점에 있는 단어다. 미국 메이저리그의 경우 두 가지의 목표가 양립할 수 없는 조건에 놓여 있다. 하지만 KBO리그는 매 시즌이 윈나우이면서 리빌딩이라는 목표도 동시에 달성해야 하는 구조다. 2019시즌의 롯데 자이언츠는 윈나우와 리빌딩을 동시에 달성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가을야구에 도전했던 롯데는 올해 7위에 머물렀다. 조원우 감독을 경질하고 양상문 감독을 신임 감독으로 선임했다. 3년 만에 새로운 사령탑을 앉혔다. 지난해 2년 계약이 끝난 조원우 감독과 3년 재계약을 맺은 뒤 계약 첫 시즌 만에 사령탑을 바꿨다. 결국 롯데는 조원우 감독 체제 하에서 별 다른 모멘텀을 만들지 못할 것이라고 판단하고 위험부담을 무릅쓰고 사령탑 교체를 단행했다.
양상문 신임 감독에게 바라는 바는 다양하다. 일단 성적은 당연한 과제다. 구단은 지난 3년 간 내외부 프리에이전트(FA) 자원들을 붙잡고 새롭게 영입하는데 486억원을 쏟아부었다. 그룹 차원의 대대적인 투자가 뒷받침 됐고, 이를 바탕으로 최근 비시즌 스토브리그의 큰 손으로 자리매김했다. 강민호와 조쉬 린드블럼 등 전력의 중추가 되는 자원들이 팀을 떠나긴 했지만, 이를 상쇄할만한 투자로 팀 구성을 마쳤다.

하지만 투자 이후 3시즌 동안 가을야구 진출은 지난 2017년 한 차례에 불과했다. 비시즌은 다른 구단들을 압도했지만 정작 시즌 동안에는 리그를 지배하지 못했다. 결국 투자에 비례한 성적은 만족스럽지 않았다. 그룹의 투자 성과를 보여주기 위해선 성적을 내는 것은 당연한 과제다. 
FA로 영입한 합류한 이대호와 손승락은 모두 1982년 생으로 선수생활의 황혼기를 향해 가고 있다. 이대호의 계약기간이 2년, 손승락의 계약기간은 이제 1년 밖에 남지 않았다. 이들이 현재는 전성기에 버금가는 기량을 유지하고 있지만 노쇠화로 인한 성적 저하가 예상할 수 없는 범위에 있는 것은 아니다. 결국 이들이 전성기 기량을 유지하고 있을 때 롯데는 성적을 내야 한다. 올 시즌 역시 롯데 구단 내부에서는 확실한 '윈나우' 기조를 유지했지만, 여러모로 어설픈 구상으로 시즌을 그르쳤다. 
롯데는 양상문 감독의 해설위원, 단장, 감독 등의 현장 안팎의 다양한 경험에 후한 점수를 줬다. 이러한 경험이 팀의 성적을 내는데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하는 듯 하다. 이미 양상문 감독은 외부에서 어느 정도 팀의 체질을 파악했다. 감독 선임 당시 "타격 쪽은 수준급이다. 선수들 구성이 좋다"면서 "투수 파트와 수비 파트가 중요하다. 현재는 투타 밸런스가 기울여져 있다. 점수 내는데 뛰어난 선수들은 있으니까 그 점수를 막아내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로 윈나우의 팀으로 가는 방향을 제시한 바 있다.   
그러나 앞서 언급했던 롯데의 윈나우 구상이 어긋났던 것은 그와 함께 성장해줘야 할 젊은 선수들의 성장세가 기대에 못 미쳤던 이유도 있다. 투수진의 박세웅과 박진형은 부상 여파로 온전한 시즌을 보내지 못했고, 김원중은 풀타임을 소화했지만 성장세가 더뎠다. 구승민의 재발견은 있었지만 만족스러운 투수진의 성장은 아니었다. 또한 강민호의 부재를 채웠어야 할 포수진도 기대 이하였다. 신인으로서 3루 자리를 채워주길 바랐던 한동희에게도 너무 막연하게 기대했다.
결국 올 시즌 동안 드러났던 젊은 선수들의 닫힌 성장판을 열어야 한다. 구단은 "중장기적인 경험이 필요했고, 지난 2005년 세대교체를 통해서 주전들을 키워냈다"면서 "구단이 잘 안됐던 부분들을 알고 계시기에 보완이 될 것이다"고 말하며 양상문 감독 선임의 또 다른 이유를 밝혔다. 최근 LG 감독 시절에도 젊은 선수들의 가능성을 발견하고 잠재력을 끌어올리는데 일가견을 보였다. 양상문 감독 역시 "가능성 있는 젊은 투수들이 꽤 있다. 마무리 훈련에서 투수 기량을 올리는 올리는 방안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득하기만 한 윈나우의 최고점, 그리고 막연하기만 했던 리빌딩이라는 상충되는 목표를 어떻게 조화 시키고 양립시키느냐가 '양상문호' 롯데가 다가올 시즌 헤쳐나가야 할 목표다. 두 과제가 충돌해 불협화음이 날 수 있는 부분을 최소화해야 한다. /jhra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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