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석상→대리수상" 대종상의 연이은 파열음, 정상화 될까(종합)[Oh!쎈 이슈]
OSEN 김보라 기자
발행 2018.10.24 06: 51

 전통과 권위를 자랑하는 국내 최대 영화제 ‘대종상 영화제’가 올해는 대리수상자의 기준에 대한 문제를 일으키며 논란을 만들었다. 최근 3년(2015년~2017년) 동안 이어졌던 ‘출석상’ 논란이 가신 듯했지만 올해도 또 다시 구설수에 휘말렸다.
22일 오후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제55회 대종상 영화제가 진행된 가운데 수상자 불참자들을 대신해 트로피를 받은 대리수상자들이 논란을 만들었다. 간신히 ‘출석상’이라는 오명에서 벗어났는데, 올해는 기준 없는 대리수상자로 문제를 자초한 것이다.
이날 남우주연상으로 선정된 배우 황정민이 불참해 영화 ‘공작’의 윤종빈 감독이, 여우주연상으로 선정된 ‘아이 캔 스피크’의 나문희가 참석하지 못해 소속사 관계자가, 여우조연상으로 선정된 ‘독전’의 진서연이 불참해 소속사 관계자가 각각 트로피를 가져간 것과 달리 음악상 및 조명상, 촬영상 등에서 문제가 발생했다.

영화 ‘남한산성’은 10개 부문에 노미네이트 됐으며 음악상(사카모토 류이치), 촬영상(김지용), 조명상(조규영) 등 3개 부문을 수상했다.
음악상으로 류이치 사카모토가 받았는데, 당사자나 영화사와 관련이 없는 트로트 가수 한사랑이 대리수상을 했다. 대종상 측은 사전에 수상자가 불참한다는 사실을 접하고 대리수상자들을 선정했는데, 이 과정에서 ‘남한산성’의 제작사 측과 정확하게 커뮤니케이션을 하지 않아 문제가 됐다.
조명상 수상자로 ‘남한산성’의 조규영 조명감독이 호명됐으나 무대에는 신원미상의 남성이 올라가 트로피를 받아갔다. 이에 ‘남한산성’ 제작사 싸이런 픽쳐스 측은 “조명상을 대리 수상한 분은 우리 영화 관계자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에 대종상영화제의 수상 관리 체계가 부실하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대종상영화제 측은 이에 “트로피는 현재 조명협회에서 보관하고 있으며 수상자인 남한산성의 조규영 감독에게 전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대리수상자에 대해서는 “‘남한산성’ 음악상의 대리수상자 한사랑과 촬영상의 대리수상자 라아리의 (대리)수상에는 문제가 없다”고 했다.
이어 “음악상을 수상한 류이치 사카모토 감독은 미국에서, 촬영상을 수상한 김지용 감독은 프랑스에서 스케줄이 있었다. 한국영화인총연합회에서 ‘남한산성’ 제작사에 연락했지만 연락이 되지 않았다. 그래서 각 협회(한국영화음악협회, 한국촬영감독협회)의 추천을 받아 대리수상자를 선별한 것이다. ‘남한산성’ 제작사 김지연 대표의 행동에 대해서는 유감을 표한다”고 말했다.
김지연 대표는 제작사 측과 연락이 닿지 않았다고 주장한 대종상 영화제 측의 발표에 즉각 반박했다. “영화제에서 직접 연락해 참석여부를 타진한다고 해서 저희는 이분들의 연락처를 대종상 측에 알려드렸다. 이후로 각 후보들의 참석여부 확인과 대리수상을 누가 할 것인가의 문제에 관해서 대종상 측에서 저희에게 공식적인 전달을 하신 바는 없다”라고 밝혔다.
이어 김지연 대표는 “참석 직전 ‘남한산성’ 스태프 후보자들이 참석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내가 대리 수상을 하겠다는 생각하고 참석했다. 주최 측에서 정한 대리 수상자가 따로 있다는 사전 연락도 받은 바가 없었다”고 강조했다. 대리수상자에 관해서도 “다른 영화제와 달리 대리 수상자를 작품과 전혀 상관이 없고 심지어 수상자의 이름조차 모르는 분들에게 맡기는 방식에 대해서 이 영화의 제작자로서 당황스러울 따름”이라고 지적했다.
대부분의 시상식이 수상자나 수상작에 논란이 생기기 마련이지만 대종상은 유난히 타 영화제에 비해 훨씬 더 다양한 논란거리가 많았다. 지난해에는 행사 도중 참석자였던 배우 최희서와 이준익 감독을 비하하는 발언이 섞여서 나오기도 했다.
2015년에는 집행위원장이 기자회견에서 “시상식 참석이 불가능하면 상을 주지 않겠다”고 밝혀 ‘출석상=참가상’이라는 오명을 들었다. 이에 남녀주연상 후보 9명 전원이 시상식에 불참했고 영화감독과 스태프까지 대거 불참을 선언하는 등 파국으로 치달았다. 이 해의 시상식을 계기로 대종상의 권위가 바닥으로 떨어졌다가 2016년부터 다시 참석자들이 조금씩 늘어나고 있지만 올해도 불참자들이 많은 것을 사실이었다.
물론 대종상 영화제 측은 올해 처음으로 출품제를 폐지하고, 개봉작 전체를 대상으로 작품을 심사하는 등 공정성 시비를 불식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하지만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대종상 영화제에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문제들이 산적해 있다.
55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명맥을 유지해온 대종상 영화제가 앞으로 50년 이상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좀 더 체계적이고 명확한 노력과 시간을 들일 필요가 있음을 보여준다./ purplish@osen.co.kr
[사진] 대종상 영화제, 영화 포스터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