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선수 하나 발견했다. 내년이 기대된다".
지난 23일 넥센과 준플레이오프 4차전은 올해 한화 마지막 경기였다. 이날 패배로 2018년 한화의 드라마는 준플레이오프에서 마침표를 찍었지만, 아무런 소득 없이 물러서지 않았다. 신인 좌완 투수 박주홍(19)은 한화가 가을야구 끝자락, 벼랑에서 건진 마지막 수확이었다.
이날 4차전 선발투수로 깜짝 발탁된 박주홍은 패전투수가 됐지만 3⅔이닝 2피안타 3볼넷 2사구 2탈삼진 3실점(2자책)으로 역투했다. 당초 1~2이닝만 던지는 바람잡이 선발이 예상됐지만, 4회 1사까지 안타를 하나도 허용하지 않았다. 배짱 두둑한 투구로 넥센 강타선에 맞섰다.

경기 전부터 한용덕 한화 감독은 "박주홍은 시즌 때도 생각보다 대담하게 던지는 투수였다"고 기대했다. 경기 후에도 한 감독은 "긴 이닝을 생각하지 않았는데 좋은 모습을 보였다. 충분히 자기 공을 기대이상으로 던졌다. 좋은 선수 하나 발견했다. 내년이 기대된다"고 만족스러워했다.
사실 한 감독은 일찍이 박주홍의 가능성을 눈여겨봤다. 2차 2라운드 전체 14순위로 높은 순번에 뽑힌 유망주이지만 1군 스프링캠프에 깜짝 발탁했다. 캠프에서 한 감독은 "투구 메커니즘이 좋다. 류현진의 향기가 난다. 체격은 작지만 투구 스타일이 닮은 점도 있다"고 말할 정도로 높게 평가했다.

새파란 신인을 감히 류현진에 비교할 순 없다. 박주홍은 류현진처럼 키가 크지도 않고, 150km 강속구를 던지는 것도 아니다. 데뷔 첫 해부터 MVP-신인왕을 동시 석권하며 리그를 평정한 '괴물' 류현진에 비교될 정도는 절대 아니다.
그런데도 한 감독은 좌완 투수로서 박주홍의 부드러운 투구 메커니즘과 웬만해선 떨지 않는 두둑한 배짱을 보며 2006년 투수코치 시절 처음 본 류현진을 떠올렸다. 한화 관계자도 "박주홍은 무덤덤한 성격이다. 떨거나 부담을 느끼지 않는다. 배포 하나는 류현진을 닮았다"고 거들었다. 한 감독은 개막 엔트리에도 박주홍을 넣어 꾸준히 1군 기회를 부여하며 경험치를 쌓게 했다.
박주홍은 "가을야구 경기에 선발등판을 하게 돼 영광이었다. 3차전 경기 끝나고 나서 4차전 선발 통보를 받았다. 놀라긴 했지만 긴장이 되거나 떨리진 않았다"며 "마운드에서도 긴장하진 않았지만 1루 견제 악송구에서 실수가 나온 게 아쉽다. 크게 잘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이어 박주홍은 "올해 좋은 경험을 쌓은 것 같다. 2군에선 선발로 던지며 볼카운트 싸움 등을 배웠다"며 "감독님과 코치님께서 보직을 정해주시겠지만 어떤 자리에서든 팀에 큰 보탬이 되고 싶다. 당연히 내년 선발 욕심이 있다. 열심히 해서 내년 시즌 팬들께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겠다"고 다짐했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