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창용도 새 둥지? 방출 찬바람, 제2의 선수 시장 열린다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8.10.25 06: 05

KBO 리그 10개 구단의 몸집 줄이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운영비 압박에서 자유롭지 못한 구단들이 향후 2~3년간 이런 행보를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한편으로는 또 다른 의미의 선수 시장이 열린다는 점을 주목하는 시각도 있다.
시즌이 끝난 뒤 각 팀들은 서둘러 선수단 정비 작업을 마무리하고 있다. 이미 한 차례 선수단 정비를 끝낸 롯데와 KIA는 24일에도 추가적으로 개편 작업을 단행했다. 롯데는 조정훈 박헌도에 재계약 의사가 없음을 통보했다. KIA는 베테랑 임창용과 비슷한 길을 걸었다. 말이 재계약 의사 없음이지, 사실상 방출 통보다.
삼성이 무려 17명의 선수단을 정비한 것을 비롯, 10명 이상의 선수들을 정리하는 팀들이 많아졌다는 게 특징이다. 대체적으로 각 구단들은 시즌이 끝나면 6~10명 정도를 방출하곤 했다. 올해는 확실히 2~3명 정도가 더 많아졌다는 게 구단 관계자들의 시각이다. 선수단 몸집 줄이기와 연관이 있다.

KBO의 등록선수는 65명이지만, 육성 선수와 군 보류 선수를 합치면 대개 90~100명 정도의 선수단을 가지고 있다. 100명이 넘어가는 팀도 제법 있다. 21세기 들어 야구 인기가 높아지면서 선수단 규모는 계속해서 커졌다. 그러나 모기업의 지원이 줄어드는 신호를 감지한 구단들이 이제는 선제적으로 선수단 규모 축소에 나서고 있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한 구단 사장은 “매년 재활을 하는 선수들의 평균 수치, 군에 있는 선수들의 평균 수치를 고려하면 1·2군, 그리고 루키팀이 원활하게 돌아갈 수 있는 최소한의 인원을 90명 정도로 보는 분위기”라면서 “각 팀들이 이 수준이 될 때까지는 좀 더 많은 인원을 내보낼 것으로 본다”고 현재 분위기를 전했다. 그렇다면 이 방출 바람이 올해로 끝나는 것이 아닌, 적어도 내후년까지는 이어질 것이라는 계산이 가능하다.
그 와중에 예년 같았으면 팀에서 1~2년 더 기다렸을 선수들이 시장에 나오고 있다. 임창용과 같은 비중이 높은 선수를 비롯, 이제는 30대 중반에 이른 베테랑 선수들은 물론 2군에서 그림이 나오지 않는 젊은 선수들까지 시장에 대거 풀리고 있다. 매년 신인들을 10명씩 꼬박꼬박 받는 상황에서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게 각 구단들의 공통된 이야기다. NC·넥센 과 같이 선수단 규모가 상대적으로 적었던 팀 정도만 예년 수준을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KBO는 격년으로 2차 드래프트를 개최한다. 다만 매년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방출 선수들 중 타 팀의 관심을 끌 만한 이들도 있어 또 다른 선수 시장이 열릴 수 있다. 메이저리그(MLB)의 경우는 FA나 트레이드, 룰5드래프트는 물론 논텐더 시장과 같은 또 다른 길도 열려 있어 선수 이동이 활발한 편이다. 오히려 가치가 있는 선수들은 타 팀들의 조건을 봐가며 새 소속팀을 결정할 수도 있다.
최근 SK와 입단 계약을 한 배영섭이 그랬다. 현역 연장을 희망하고 있는 임창용 또한 적절한 조건이라면 영입을 원하는 팀이 있을 것이라는 이야기도 들린다. 이들은 FA 영입보다 저렴하고, 트레이드에 비해 대가가 크지 않으며, 향후 보유 기간에 대한 부담도 없다. 각 구단들이 전략에 맞춰 움직일 수 있다.
다만 이는 몇몇 선수들에게 해당될 뿐, 대다수의 선수들에게는 사형 선고나 다름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더 우세하다. 누군가는 받아줘야 하는데, 다들 선수단 규모를 줄이는 와중에 받을 팀이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구단들이 지출을 줄이고 있는 상황에서 고액 FA와 같은 소수가 아닌, 대다수의 향후 전망은 그렇게 밝지 않다는 분석도 가능하다. /skullbo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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