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쎈 현장] ‘승부처 강판’ 류현진, WS중압감 이겨내지 못했다
OSEN 서정환 기자
발행 2018.10.25 12: 22

류현진(31)이 월드시리즈의 중압감을 견디지 못했다.
류현진은 25일(한국시간) 미국 메사추세스주 보스턴 펜웨이 파크에서 개최된 ‘2018시즌 메이저리그 포스트시즌’ 월드시리즈 2차전에서 선발로 등판했다. 류현진은 4⅔이닝 6피안타 5삼진 1볼넷 4실점을 기록했다. 다저스가 2-4로 패하며 류현진은 패전투수로 기록됐다.
월드시리즈에서 추운 보스턴 날씨, 생소한 구장, 보스턴 팬들의 야유 등이 변수로 거론됐다. 이날 보스턴은 기온이 섭씨 6도에 초속 5m의 바람까지 강하게 불었다. 체감온도는 2도에 불과했다. 양 팀 선수들은 털모자를 쓰고 넥워머에 장갑까지 끼면서 방한대책 마련에 고심했다. 그럼에도 선수들은 워낙 추운 날씨에 손을 후후 불어가면서 플레이했다.

선발투수 류현진도 고충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폭스스포츠 중계진은 “류현진이 던졌던 기온 중 가장 낮은 환경은 49도(섭씨 9.4도)였다. 오늘 보스턴이 류현진이 던지는 가장 추운 구장”이라며 추위를 변수로 꼽았다.
류현진은 2013년 데뷔 첫 해 다저스타디움에서 보스턴을 상대해본 적이 있다. 하지만 펜웨이 파크 등판은 난생처음이었다. 류현진은 “직접 와본 것은 처음이다. 멋있는 구장이라고 생각한다. 그린몬스터가 높긴 높더라. 하지만 던지는데 큰 지장은 없을 것”이라 낙관했다. 보스턴의 추위 역시 “다른 선수들도 똑같은 조건”이라고 핑계를 대지 않는 류현진이었다.
보스턴 팬들은 극성맞기로 유명하다. 류현진이 공을 던질 때마다 “우우우우~”라는 야유가 쏟아졌다. 하지만 2008년 베이징 올림픽 결승전 등 큰 경기에서 산전수전 다 겪어본 류현진은 동요하지 않고 침착하게 투구를 이어나갔다.
야구환경은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다만 월드시리즈가 주는 중압감은 류현진도 견뎌내기 어려운 부분이었다. 류현진은 5회말 2사까지 잘 잡고 포수 바스케스에게 안타를 맞았다. 타순이 무키 베츠로 연결되면서 다시 안타가 나왔다. 다저스가 2-1로 앞서 있어 아웃카운트 하나만 잡으면 류현진이 승리투수 요건을 갖추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여기서 내가 맞으면 팀이 진다’는 중압감이 발목을 잡았다. 류현진은 평소답지 않게 원바운드 폭투까지 범했다. 앤드류 베닌텐디와 풀카운트 승부에서 다시 한 번 공이 빠졌다. 결국 2사 만루가 되면서 데이브 로버츠 감독은 류현진을 내렸다.
위기상황을 직접 마무리짓지 못한 류현진은 아쉬움을 금치 못했다. 결국 구원투수로 나선 라이언 매드슨이 밀어내기 볼넷을 주고 2타점 적시타를 맞았다. 류현진이 보낸 주자 세 명이 모두 들어왔다. 다저스가 결정적인 승기를 뺏긴 순간이었다. 로버츠 감독의 투수교체 선택에 아쉬움을 남겼다. 
이날 패배로 다저스는 적진에서 2연패를 당했다. 다저스타디움 홈 3연전이 남아있지만, 시리즈게 조기에 싱겁게 끝날 가능성을 무시할 수 없다. 류현진이 5회말 마지막 아웃카운트를 잡지 못한 것이 너무 큰 나비효과로 돌아왔다. 류현진은 월드시리즈의 향방이 갈린 승부처에서 중압감을 이겨내지 못했다. / jasonseo34@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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