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이 ‘비정상’이 되는 데는 1,000만 원이면 족했다. 비양심으로 투자금(?)을 회수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불과 3년. 그 이후부터는 하루하루가 남는 장사다. 양심을 지켜 정상대로 운행한 사람만 하루 아침에 바보가 됐다. ‘비정상의 정상’으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이 떠안는다.
화물차의 가변축이 악용 되는 사례가 빈발해 대책이 시급해졌다. 정부에서 대책을 마련하기는 했지만 이마저도 실효성이 높아 보이지 않는다. 좀더 강력한 방지책이 나와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있다.
화물차 가변축은 화물의 하중이 집중 되는 뒷바퀴 쪽에 바퀴를 올렸다 내렸다 할 수 있도록 화물차 차주가 차축을 추가로 설치하는 장치를 말한다. 화물을 싣지 않았을 때는 바퀴를 들어 올려 타이어 저항을 줄이고, 화물을 실었을 때는 바퀴를 내려 하중을 분산시킬 수 있다. 또한 이 장치를 달면 화물차 출고시 정해진 적재중량 보다 훨씬 더 많은 화물을 실을 수 있다.

이 장치를 설치하는데는 1,000만원 가량의 만만찮은 비용이 든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998년 경부터 가변축 설치는 들불처럼 유행하기 시작해 지금은 적재중량 4.5톤 이상 중대형 화물차량의 70% 가량이 가변축을 설치했다고 한다. 이미 국내 도로에는 10만 여대의 가변축 설치 차량이 운행을 하고 있고, 최근 5년 동안은 연평균 1만 대씩 설치 차량이 늘고 있다. 사정이 이렇자 정부도 2008년 '자동차 및 자동차부품의 성능과 기준에 관한 규칙'을 만들어 가변축 설치 기준을 규정했다.
원래 가변축은 하중을 분산시켜 도로 파손을 줄이고, 적재중량이 늘어 운송비용을 절감할 수 있으며 자동차 수명을 연장시키는 구실을 한다. 정상적으로만 운영 된다면 순기능이 상당한 장치다. 그런데 정작 운송산업 현장에서는 이 순기능을 악용하는 사례가 빈번하다는 게 문제다.
가변축을 단 차는 차량 출고시 정해진 적재중량보다 더 많은 화물을 실을 수 있다. 늘어난 하중만큼 차량 운행시에는 가변축을 내리야 하지만 그렇지 않으니 문제다. 한순간에 고속도로와 차량을 병들게 하는 ‘과적차량’이 돼 버린다. 가변축을 내려서 운행하면 타이어 마모가 발생하고, 연비가 떨어진다는 이유 때문에 과적 단속이 있을 때만 가변축을 내리는 얌체족들이 활개를 치고 있다. 화물은 더 싣고 가변축은 내리지 않는 방법으로 초기 투자비(설치비)를 회수하고 초과 이익까지 얻어 간다.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도로 파손 비용과 대기환경 악화는 국민들이 떠안는다. 적재량 증가로 인해 차량 제동거리가 길어져 도로 안전을 위협하는 요소도 된다.
사정이 이렇자 정부에서도 대책을 마련했다. 지난 4월 26일 입법예고 된 일부 개정안은 “가변축은 허용 축중(10톤)을 초과하는 적재하중이 가해지면 자동으로 가변축을 하향시키고 상승 조작이 불가능한 구조이어야 한다”고 되어 있다. 그런데 개정안 효력은 공포한 날로부터 2년이 경과한 날부터 시행이 되고, 적용 대상도 신규 제작차에 한정 돼 있다.
개정안이 시행 되는 2년까지는 가변축의 폐해를 그대로 감수해야 하고, 또 이미 장착이 완료 된 차량은 통제할 방법이 없다는 허점을 안고 있다.
환경 전문가들은 “축중 초과시 자동으로 가변축을 내려오게 하고, 과적이나 임의 조작을 막을 수 있는 실효성 있는 장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정량을 초과해 실었는데도 가변축을 내리지 않으면 원동기의 출력을 강제로 떨어뜨리는 장치를 달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실제 이런 장치가 부착 된 사례가 있다. 미세먼지 감축방안으로 요소수 방식의 선택적촉매장치(SCR)를 단 차량이 요소수를 주입하지 않고 운행할 경우 원동기 출력을 70%로 제한하는 장치다. 이와 유사한 장치를 가변축 차량에도 설치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또한 가변축 조절 장치가 차량 내부에 달려 있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 되고 있다. 운전자의 임기응변식 조작을 막기 위해서는 조절 장치가 차량 외부에 설치 돼 운행 중에는 가변축 조작이 불가능하도록 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근절조치가 실효성 있게 시행 되지 않을 거면 가변축 설치를 원천적으로 금지하는 게 낫다”고 입을 모은다. /100c@osen.co.kr
[사진] 가변축을 단 화물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