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감독님을 또 뵐 수 있을까".
26일 인천 그랜드 오스티엄 CMCC홀에서 열린 2018 KBO 플레이오프 미디어데이. SK 트레이 힐만 감독과 대표 선수 박종훈·한동민은 미디어데이 마지막 질문으로 '몇 차전에서 끝날지 손가락으로 표시해 달라'는 질문에 기다렸다는 듯 손가락 3개를 폈다.
그런데 손가락 모양이 특이했다. 보통 '3'을 표시할 때 엄지·검지·중지 또는 중지·약지·소지 등 붙어있는 손가락으로 표시하기 마련이지만 이날 힐만 감독과 SK 선수들은 중지와 약지를 접은 채 나머지 3개의 손가락을 폈다. 마치 힙합 뮤지션들이 취하는 포즈 같았다.

이에 대해 SK 관계자는 "힐만 감독님이 아이디어를 내 선수들과 함께 미리 준비한 것이다. '아이 러브 유(I Love You)'라는 의미를 담고 있는 손가락 모양인데 팬들에게 감사, 존경의 마음을 전하기 위함이었다"며 "플레이오프를 3경기에 끝내겠다는 의미도 있다"고 밝혔다.
힐만 감독은 지난 13일 정규시즌 최종전을 앞두고 SK와 작별을 선언했다. 2년 계약이 만료되는 가운데 어머니 병환 문제로 고심 끝에 미국행을 결정했다. 이번 포스트시즌이 SK와 함께하는 마지막 시간, 선수들도 이별의 슬픔 속에 힐만 감독과 유종의 미를 준비한다.
한동민은 "마지막 경기를 앞두고 감독님이 내년에 돌아오지 않는다는 소식을 들었다. 개인적으로 많이 슬프다. 10년 넘게 야구했지만 '이런 감독님 또 뵐 수 있을까'란 생각이 든다. 조금이라도 더 오래 감독님을 보기 위해선 한국시리즈 우승까지 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박종훈도 "나도 슬픈 마음이 든다. 생각도 많이 했다"며 "감독님이 떠나가시는 길을 막을 수 없으니 좋은 모습으로 추억을 가져갈 수 있게 하고 싶다. 동민이형 말처럼 감독님과 오래하기 위해서라도 잘해야 한다"고 가을야구에 임하는 각오를 드러냈다.
힐만 감독은 "여기까지 온 것만으로도 영광이다"며 "미리 떠나게 되는 상황을 말했지만 지금은 최대한 큰 그림 밖으로 빼놓은 상태다. 우리가 해야 할 중요한 일들이 많이 남았다. 지금 당장 경기에 집중해야 한다. 남은 기간 선수들과 좋은 시간을 만들어가겠다"고 다짐했다. /waw@osen.co.kr

[사진] 인천=민경훈 기자 rumi@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