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가을 사나이였다. SK 박정권(37)이 포스트시즌 개인 통산 최다 홈런 신기록을 끝내기로 장식했다.
박정권은 27일 인천SK행복드림구장에서 치러지니 2018 신한은행 MY CAR KBO 플레이오프 1차전에 7회말 대타로 교체출장, 9회말 1사 1루에서 중월 투런 홈런을 터뜨렸다. 8-8 동점 상황에서 터진 극적인 끝내기 홈런으로 SK가 1차전을 10-8로 이겼다.
끝내기 홈런은 포스트시즌 통산 8번째, 플레이오프 통산 3번째 기록이다. 박정권 개인적으로도 이승엽·홍성흔(이상 6개)을 넘어 포스트시즌 개인 통산 최다 홈런(7개) 신기록을 세웠다. 이날 1차전 데일리 MVP도 당연히 박정권의 몫. 상금도 100만원을 받았다.

다음은 경기 후 공식 인터뷰에 나선 박정권의 일문일답.
- 끝내기 홈런 소감을 말하면.
▲ 포스트시즌은 첫 경기가 굉장히 중요하다. 김성현의 홈런이 나오고 분위기 좋게 흘러가다 넥센의 홈런이 나오며 분위기가 많이 다운됐다. 혹시나 우려했던 일이 벌어질까 싶었는데 위기가 왔을 때 잘 막았다. (9회 타석에서) 홈런이나 안타를 친다기보다 1~2루 사이 공간도 많이 있고, 스코어링 포지션에 갖다 놓는다는 생각으로 가볍게 쳤는데 예상과 조금 다르게 너무 결과가 잘 나왔다. (홈런 후) 그렇게 좋아할 생각이 없었는데 애들이 많이 좋아해서 덩달아 좋아했다.
- 가을에 강한 이유가 있다면 무엇일까.
▲ 가을되면 항상 받는 질문인데 모르겠다. 그냥 재미있다. 재미있고, 즐겨야 된다. 몇 경기 못 하고 끝날 수도 있다. 정규시즌처럼 내일, 다음주가 있는 경기가 아니라 최대한 즐기려 한다. 그냥 이 야구장에 나와있는 자체가 너무 재미있고 좋다.
- 정규시즌 아쉬움이 해소됐는지.
▲ 2군에서 힘든 적도 많이 있었다. 최대한 놓지 않고 날 계속 붙잡았던 것 같다. 참고 하다 보니 엔트리에 들어가게 됐고, 마지막에 찬스도 걸렸다. 그 결과도 엄청 좋게 나왔다. 어차피 어디서 하든 다 같은 야구다. 힘든 것보다 '살다 보니 이런 일도 있다'는 표현을 써야 하나, 그런 것 같다.
- 엔트리에 못 들어갈 것이란 생각도 했나.
▲ 엔트리를 들어야겠다는 생각은 하기 쉽지 않았다. 5~6개월을 뛰지 못했다. 엔트리에 들면 좋은 것이고, 못 들더라도 시즌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완주했으니 내 자신한테 못 들어도 쓰담쓰담 해주려 했다.
- 가을에 잘해야 한다는 부담은 없나.
▲ 부담 없다. 주위에서 그렇게 말하지만 내가 삼진을 먹든 그냥 야구장 나온 게 좋다. 시즌 때랑 분위기, 응원, 함성이 다르다. 야구장 있는 자체가 재미있다.
- 가을야구를 잘하는 비결이 있다면.
▲ 단기전이고, 중요한 경기다 보니 자기도 모르게 쓸데없는 힘이 들어간다. 시즌 때는 자가진단이 가능한데 포스트시즌처럼 사람들 많고 멍할 때는 자기 플레이가 어떤지 모른다. 한 템포 조금 쉬면서, 수비할 때나 주루 플레이, 방망이 칠 때도 평소보다 천천히, 느리게 하는 식이다. 쓸 데 없는 힘이 많이 들어가니 역효과가 날 때 많다. 힘 빼고 즐겼으면 좋겠다. 내가 해결 못하면 뒷사람이 해결할 것이라는 팀원들끼리 믿음이 있으니 굳이 자기가 해결하려 하지 않아도 된다. 그게 비결이라면 비결이다.
- 과거와 달리 올해는 젊은 후배들과 함께하고 있는데.
▲ 후배들이 말만 긴장하는 것 같다. 표정들은 다들 괜찮더라. 좋은 결과가 나올 것이라 생각했다.
- 벤치 클리어링이 있었는데.
▲ 벤치 클리어링 직후 미팅을 했다. 벤치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것이다. 단기전에서 흥분은 절대 안 된다. 흥분하면 쓸 데 없는 힘이 많이 들어간다거나 감정이 많이 들어가 냉정함과 차분함이 사라진다. 냉정하게, 차분하게 하자는 것을 미팅 때 말했다. 초반에 그렇게 했지만 지금 끝나고 나선 다들 차분해진 상태다. 1경기를 했기 때문에 내일 후배들이 더 잘하지 않을까 싶다.
- 왕조 시절과 비교해보면 어떤가.
▲ 멤버들이 바뀌었다. 그때 기억은 지나간 것이라 이제 추억일 뿐이다. 올해 잘하는 후배들이 많이 있다. 그 후배들이 다시 (왕조를) 써가면 된다.
- 포스트시즌 역사상 최다 홈런(7개)을 기록하게 됐는데.
▲ 경기를 많이 해서 자연스럽게 따라온 기록이 아닌가 싶다. 그냥 조금 많이 뛰었다. /waw@osen.co.kr
[사진] 인천=박준형 기자 soul1014@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