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장은 상품을 보러 가는 곳일까? 사러 가는 곳일까? 둘 다 맞다. 이 때문에 종종 방문자와 판매자 사이의 기대치가 달라 불편한 경우가 생긴다. 단지 전시 상품을 둘러 보고만 싶은데, 판매자가 달라붙어 과공(過恭)을 하면 방문자는 마음에 부담이 생긴다.
그런데 판매자 입장에서는 매장을 찾은 손님인데 사람을 가려가면서 대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지레짐작으로 '둘러만 보러 온 손님'으로 알고 데면데면하다 낭패를 볼 수도 있다. 이렇 때 방문자가 "나는 단지 둘러만 보고 싶다"는 신호를 먼저 보낸다면?
기아자동차가 업계 최초로 지점 방문자로 하여금 응대서비스를 선택하게 하는 ‘웰컴 스타트’를 시범 운영하고 있다. 소비자가 지점 전시장을 방문해 "그냥 둘러만 보겠다"는 의사를 표현할 수 있게 하는 시스템이다.

기아차 일선 지점들엔 전시장 입구에 ‘Welcome Start’가 설치 돼 있다. 일종의 벨이다. “자유롭게 편안하게 둘러보세요!”라는 안내문구와 함께 기아차의 캐릭터 ‘엔지’가 가리키는 장소에 벨이 설치돼 있다. 방문자가 이 벨을 누르고 문을 열면, "나는 방해 받지 않고 차만 둘러 보고 싶다"는 뜻이 된다. 영업사원의 간섭 없이 혼자서 편안히 전시차를 살펴볼 수 있다.
영업사원의 안내가 필요한 방문자는 벨을 누르지 않고 들어가면 종전처럼 친절한 제품 설명을 받을 수 있다.

이같은 전시장 응대 방식은 새로운 소비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는 ‘언택트 마케팅(untact marketing)’ 추세를 반영한 것이다. 제품이 전시된 매장에 들어설 때 매장 직원의 과잉친절에 되레 불편함을 느끼는 이들을 고려했다.
화장품 업계나 패스트푸드점, 편의점 등에서 먼저 도입된 언택트 마케팅을 자동차 업계에선 기아자동차가 처음 시도했다.
기아자동차는 우선 대형거점 위주로 30개 시범점소(강동지점, 가양지점, 테헤란로지점 등)를 선정해 지난 9월부터 ‘웰컴 스타트’ 운영에 들어갔고, 개선점들을 반영해 연내 전국 모든 점소에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 /100c@osen.co.kr
[사진] ‘웰컴 스타트’를 시범 운영하고 있는 기아자동차 영업지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