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노를 일으키는 선발 라인업을 다시 쳐다보지 말라."
데이브 로버츠 다저스 감독은 벼랑 끝에 몰린 월드시리즈 5차전에서 깜짝 선발 라인업을 선보였다. 3번 타순에 키케 에르난데스(중견수)를 기용했다.
키케는 전날 9회 5점 뒤진 상황에서 크레이그 킴브럴을 상대로 투런 홈런을 쳤다. 3차전까지 무안타였던 키케는 4차전에서 안타 2개를 쳤고, 로버츠 감독은 이를 믿은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만 3번 타순은 미국 기자들도 깜짝 놀랐다.

키케는 4차전까지 월드시리즈에선 11타수 2안타(타율 .182), 올해 포스트시즌에서는 37타수 5안타로 타율 1할3푼5리에 불과했다.
경기에 앞서 LA 지역 매체는 "3번에 엄청난 변화가 있다. 키케가 선발로 나서는데 라인업에서 가장 중요한 자리인 3번 타순이다"며 "키케는 올 시즌 3번에 딱 4차례 들어섰다. 마지막이 4월 30일 경기였다"고 전했다.
앤디 맥컬러프 다저스 담당 기자는 이날 다저스의 선발 라인업을 전하며 "화나게 하는 라인업을 뒤돌아 보지 말라"고 말했다. 미국의 다저스 팬들도 키케의 3번 기용에 고개를 저었고, 로버츠 감독의 용병술을 비난했다. 한 팬은 "로버츠 감독이 5차전에서 시리즈를 끝낼 생각이다"고 비꼬았다.
결국 '키케의 3번 기용'은 실패했다. 키케는 1회 무사 1루에서 3루수 땅볼 병살타로 물러났다. 0-2로 뒤지던 1회말 선두타자 데이빗 프리즈가 초구에 추격의 솔로 홈런을 터뜨리고, 저스틴 터너가 5구 승부 끝에 볼넷을 골라 나갔다. 그런데 키케는 초구를 건드려 최악의 결과를 냈다. 흔들리는 보스턴 선발 데이빗 프라이스를 도와준 꼴이 됐다.
3회 2사 3루에서도 혹시나 적시타를 기대했으나, 우익수 파울플라이로 물러났다. 6회에도 2사 후 2루수 땅볼로 물러났다. 9회 1사 후에는 삼진으로 물러났다. 4타수 무안타.
한편 다저스 타선은 7회까지 프라이스 상대로 3안타 1득점에 그쳤고 8회 선두 크리스 테일러가 볼넷을 얻은 뒤 상대가 투수를 조 켈리로 바꾸자 3연속 화려한 대타를 기용했지만 맷 켐프, 작 피더슨, 코디 벨린저가 모조리 삼진을 당했다. 9회에는 의외로 등판한 크리스 세일을 상대로 터너 에르난데스 마차도가 역시 모두 삼진으로 물러나 무기력하게 완패했다. /orang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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