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징크스 극복에 사활을 걸었던 데이빗 프라이스(보스턴)와 클레이튼 커쇼(다저스)가 가을의 마지막 문턱에서 희비가 엇갈렸다. 프라이스는 가을의 백조로 진화했지만, 커쇼는 여전히 제자리였다.
29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다저 스타디움에서 열린 월드시리즈 5차전에서 보스턴이 다저스를 5-1로 꺾었다. 이로써 보스턴은 시리즈 전적 4승1패로 지난 2013년 이후 5년 만에 다시 월드시리즈 패권을 차지했다. 다저스는 2년 연속 월드시리즈 준우승에 머물렀다.
시리즈의 명운이 결정될 수 있는 5차전. 그동안 플레이오프에서 불운과 악몽에 시달렸던 두 투수가 운명처럼 맞붙었다. 데이빗 프라이스와 클레이튼 커쇼는 정규시즌에서 압도적인 면모를 포스트시즌까지 이어오지 못했다. 나란히 '새가슴', '울렁증'이라는 달갑지 않은 칭호가 붙었다.

프라이스와 커쇼의 올해 플레이오프 첫 등판의 결과는 달랐다. 프라이스는 양키스와의 아메리칸리그 디비전시리즈 2차전 1⅔이닝 3실점으로 조기 강판됐다. 홈 팬들의 야유를 받고 마운드를 내려왔고, 이날 패전으로 포스트시즌 18경기 2승9패 1세이브 1홀드 평균자책점 5.28의 성적을 남겼다. 특히 선발로 나선 경기에서는 10경기 9패 평균자책점 6.03이었고 팀은 전패를 당했다. 탬파베이 레이스-디트로이트 타이거스-토론토 블루제이스-보스턴 등 4개 팀의 가을야구에서 모두 가을만 되면 미운 오리가 됐다.
하지만 이후 상황은 조금씩 변하기 시작했다. 지난 15일 휴스턴 애스트로스와의 리그챔피언십시리즈 2차전에서 4⅔이닝 4실점을 기록했지만 팀이 승리하면서 자신의 징크스를 극복했고, 리그챔피언십시리즈 5차전 선발 등판해 6이닝 2실점 역투로 팀의 월드시리즈 진출을 확정지었다.
프라이스는 드디어 자신에게 씌워져 있던 굴레를 벗어나기 시작했다. 월드시리즈는 '프라이스 시리즈'였다. 다저스와의 2차전에서 6이닝 2실점 역투로 첫 월드시리즈 승리를 따내며 팀에 시리즈 2승 째를 안겼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프라이스는 하루 쉬고 3차전에는 구원으로 등판해 ⅔이닝 무실점으로 틀어막았다. 3차전을 앞두고 알렉스 코라에 문자메시지를 보내 "자신은 등판할 준비가 됐다"고 의욕을 과시했고, 그 의욕을 마운드에서 보여줬다.
프라이스의 샘솟는 투지는 5차전 선발 투수로 나서면 절정에 달했다. 3차전 구원 등판 후 하루 휴식을 취했고 선발 등판 기준으로도 3일 휴식 후 등판이었다. 여러모로 프라이스에 부담이 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프라이스는 1회말 선두타자 데이빗 프리스에 솔로포를 허용한 뒤 7회까지 실점 없이 다저스 타선을 완벽하게 봉쇄했다. 자신의 포스트시즌 등판 역사에 길이 남을 대역투를 펼쳤다. 7이닝 3피안타 2볼넷 5탈삼진 무실점의 대역투. 그리고 5-1로 승리하면서 5년 만의 월드시리즈 패권 탈환의 주역으로 우뚝 섰다.
이번 포스트시즌에서 프라이스는 6경기(5선발) 등판해 3승1패 평균자책점 3.12(26이닝 9자책점)의 맹활약을 펼쳤다. 월드시리즈에서는 더욱 두드러졌다. 5경기 중 3경기(2선발) 등판해 2승 평균자책점 1.98(13⅔이닝 3자책점)의 성적으로 보스턴 마운드를 진두지휘했다. 프라이스가 '새가슴'이라는 족쇄를 완전히 떼어버린 이번 월드시리즈였다.
반면, 커쇼는 내셔널리그 디비전시리즈 2차전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와의 경기 8이닝 무실점 대역투를 펼친 뒤 만족스럽지 않았다. 밀워키와의 내셔널리그 챔피언십시리즈 1차전 3이닝 5실점(4자책점)에 그쳤고 5차전에서 7이닝 1실점 역투를 펼쳤다. 그리고 최존 7차전 구원 등판해 1이닝 무실점으로 팀의 월드시리즈 진출을 다시 한 번 이끌었다. 그러나 월드시리즈 1차전 4이닝 5실점으로 팀을 위기로 몰아넣은 뒤 탈락이 걸린, 엘리미네이션 경기에 다시 한 번 마운드에 올랐다.
하지만 커쇼는 통산 엘리미네이션 4경기 선발 등판해 1승3패 평균자책점 6.14에 머물고 있었다. 이 기록과 마지마 경기라는 부담감은 결국 커쇼의 발목을 다시 잡았다. 커쇼는 1회 스티브 피어스에 선제 투런포를 허용하는 등 총 홈런 3방을 얻어맞으며 7이닝 4실점에 머물렀다. 결국 커쇼는 이번 포스트시즌에서도 결과적으로 가을 징크스를 극복하지 못하고 제자리에 머물렀다. 프라이스와는 대조적이었다. /jhra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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