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야말로 다사다난했던 류현진(31)의 한 시즌이었다.
LA 다저스는 29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홈구장 다저스타디움에서 치러진 ‘2018시즌 메이저리그 포스트시즌’ 월드시리즈 5차전에서 보스턴 레드삭스에게 1-5로 패배했다. 다저스는 1승 4패로 2년 연속 준우승에 그쳤다. 보스턴은 5년 만에 왕좌에 복귀했다.
6차전 선발투수로 내정된 류현진은 상황에 따라 불펜대기까지 강행해야 하는 절박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클레이튼 커쇼가 홈런 세 방을 맞고 조기에 4실점을 하면서 류현진이 나올 일은 없었다. 류현진은 정규시즌 7승 3패 평균자책점 1.97의 성적을 남겼다. 포스트시즌에서는 다저스 부동의 2선발로 활약하며 한국선수 최초로 월드시리즈 선발 마운드를 밟았다. 류현진의 2018년은 어땠을까.
▲ 전반기 상승세에 찾아온 내전근 부상
어깨와 팔꿈치에 수술을 받은 류현진은 2017시즌 재기에 성공해 5승 9패 평균자책점 3.77로 마쳤다. 다저스와 계약 마지막 해인 2018시즌은 류현진이 메이저리그서 계속 선발투수로 활약할 수 있을지 가늠할 수 있는 중요한 시기였다.
류현진은 4월 3일 애리조나와 첫 경기서 3⅔이닝 5피안타 5볼넷 3실점으로 부진했다. 이후 3연승을 달린 류현진은 팀내 승수 1위를 달리며 에이스 역할을 톡톡히 했다. 전반기 류현진은 3승 무패, 평균자책점 2.12, 9이닝당 탈삼진 10.9개로 엄청난 활약을 펼쳤다.
문제는 부상이었다. 류현진은 5월 3일 애리조나전 도중 사타구니 통증을 호소하고 강판했다. 검진 결과 왼쪽 내전근 파열로 판명됐다. 60일짜리 부상자명단에 오른 류현진은 전반기를 통째로 날리고 말았다. 류현진 역시 “올 시즌 가장 아쉬운 장면은 전반기 맞은 부상이었다. 한창 잘 던질 시기에 부상이 와서 안타까웠다”고 고백했다.

▲ 후반기 3연승, 포스트시즌 진출 앞장서다
류현진은 8월 16일 샌프란시스코 홈경기서 복귀했다. 그는 6이닝 3피안타 무실점으로 호투하며 성공적인 복귀를 알렸다. 류현진의 진가는 포스트시즌 진출이 걸린 후반기에 드러났다. 한 경기 한 경기가 결승전이나 마찬가지인 시점에서 류현진이 나와 승리를 쟁취했다.
류현진은 9월 18일 콜로라도전에서 7이닝 4피안타 무사사구 무실점으로 5승을 수확했다. 9월 24일 샌디에이고를 상대로 6이닝 4피안타 무사사구 무실점으로 6승을 따냈다. 여기에 9월 29일 샌프란시스코 원정에서 6이닝 4피안타 2볼넷 1실점으로 7승을 기록했다. 류현진은 2회 홈런과 볼넷을 주며 흔들렸지만 특유의 위기관리 능력을 발휘하며 병살타를 유도했다.
류현진이 거둔 3승을 다저스의 가을야구 진출에 결정적 기여를 했다. 다저스는 라이벌 콜로라도와 타이브레이커까지 가는 접전 끝에 5-2 승리를 거두고 6년 연속 서부지구 우승을 확정지었다. 계속된 호투로 류현진의 이름값이 최고조에 이르렀던 시기였다.

▲ 포스트시즌 1선발, 한국인 최초 WS 선발까지
지난 시즌 류현진은 부상이 없었음에도 포스트시즌 선발 로테이션에서 제외되는 수모를 겪었다. 올해 위상은 전혀 달랐다. 류현진은 애틀란타와 디비전시리즈 1차전에 커쇼를 밀어내고 선발로 올라섰다. ‘커쇼에게 하루 더 휴식을 주기 위해’라는 이유였지만 류현진의 호투가 발판이 됐다. 류현진은 7이닝 무실점 완벽투로 애틀란타의 기선을 제압했다. 이에 자극 받은 커쇼가 2차전 8이닝 무실점으로 응답했다. 다저스는 3승 1패로 조기에 애틀란타를 꺾었다.
챔피언십시리즈는 아쉬움이 남았다. 2차전 선발로 나온 류현진은 4⅓이닝 6피안타 2실점했다. 4회까지 무실점 투구를 펼쳤지만 5회 갑자기 난조를 보였다. 류현진이 충분히 막을 수 있는 상황이었지만 로버츠 감독은 강판을 선택했다.
6차전은 시즌 최악의 투구였다. 1회만 4점을 준 류현진은 3이닝 7피안타 5실점으로 시즌 최다실점을 했다. 다저스가 7차전 패했다면 월드시리즈 진출 불발의 책임을 류현진이 질 수 있는 상황이었다. 다행히 다저스는 7차전 야시엘 푸이그의 3점 홈런과 워커 뷸러의 호투로 승리했다.
류현진은 한국선수 최초로 월드시리즈 2차전에 선발로 등판하는 이정표를 세웠다. 펜웨이 파크에서 처음 던진 류현진은 4⅔이닝 6피안타 4실점했다. 승리투수 요건에 아웃카운트 하나를 남겨두고 만루상황에서 내려왔다. 라이언 매드슨이 승계주자 세 명을 모두 불러들여 류현진이 4자책점이 됐다. 하지만 내용은 나쁘지 않았다. 류현진을 일찍 내린 로버츠 감독에게 비난의 화살이 돌아갔다. 경기 후 류현진은 “아쉽지만 벤치의 결정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답했다.

롤러코스터를 탄 류현진의 2018시즌이었다. 류현진의 투구 하나하나에 한국 팬들은 밤잠을 설쳐가며 열광했다. 월드시리즈 우승으로 마침표를 찍지 못한 것은 아쉬움으로 남았다. 류현진은 “못 이겼으니까 아쉽다. 그날 경기가 일찍 끝나서 아쉽다. 졌으니까 뭐라고 할 말이 없었다”며 아쉬움을 금치 못했다.
시즌 후 FA거취에 대해 류현진은 “지금 생각할 부분은 아니다. 시간이 지나면 해결될 것이다. 다저스에 다시 돌아올 수도 있다. 매년마다 포스트시즌에 갈 수 있는 팀에 있다는 것이 그리울 것 같다”며 복잡한 심경을 전했다. / jasonseo34@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