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줘야 할 선수들이 아직 침묵하고 있다. 넥센에는 박병호(32)라면, SK에는 한동민(29)이다. 먼저 침묵에서 벗어나는 쪽이 한국시리즈 티켓을 잡을 확률이 높다.
SK와 넥센은 31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플레이오프 4차전을 치른다. SK가 인천에서 열린 1·2차전을 모두 잡으며 기세를 올렸으나 넥센이 3차전에서 3-2로 이기고 반격에 성공했다. 객관적인 전력에서 큰 차이가 나지 않는 두 팀의 대결이라 4차전 승부가 키로 떠올랐다. SK가 4차전에서 이기면 한국시리즈를 향한 발걸음이 가벼워질 수 있고, 넥센이 4차전을 이기면 SK는 리버스 스윕의 악몽을 떠올릴 수밖에 없다.
2·3차전에서는 두 팀 마운드가 비교적 잘 버텼다. 승패와는 별개로 양쪽 모두 타선이 그렇게 좋은 상황은 아니었다. 넥센은 2차전에서 1점, SK는 3차전에서 2점에 머물렀다. 기회에 비해서는 적은 득점이다. 결국 핵심타자들인 박병호와 한동민의 타격이 살아나지 않는 것이 크다.

넥센은 이번 플레이오프 들어 팀 타율이 2할3푼이다. 이 중 가장 눈에 도드라지는 선수는 박병호다. 3경기에서 타율이 9푼1리에 머물고 있다. 11타수 1안타인데 1안타마저 단타다. 전체적으로 타격이 잘 맞지 않는다. 장정석 감독은 3차전 후 “그래도 조금 나아졌다”라고 했지만, 여전히 공이 시원하게 앞으로 뻗지 않고 있다.
한동민도 부진하기는 마찬가지다. 3경기에서 모두 2번 타자의 임무를 맡았으나 타율이 7푼7리에 머물고 있다. 13번의 타격 기회에서 볼넷 없이 내야안타 하나로 한 번 출루하는 데 그쳤다. 올 시즌 넥센을 상대로 대단히 강한 면모를 보인 한동민이기에 기대치를 더 밑돈다고 할 수 있다. 빠른 공에 전체적으로 배트가 늦는 등 전체적으로 타이밍이 맞지 않는다.
다만 대체하기가 어려운 선수들이다. 박병호는 팀 부동의 4번 타자다. 리그 전체를 따져도 대체자를 구하기가 쉽지 않은 선수다. 올해 40홈런 고지를 등정한 한동민도 마찬가지다. SK 외야에 이만한 파워를 가지고 있는 해결사는 없다. 때문에 여전히 ‘한 방’에 대한 기대감이 큰 선수들이다. 선발 라인업에서 빼거나, 혹은 타순을 조절하기가 쉽지 않다. 양팀 감독들도 선발 라인업 제외와 같은 특단의 조치를 내리기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4차전 상대도 만만치 않다. 박병호는 SK 4차전 선발인 문승원을 상대로 약했다. 6타수 무안타에 2삼진을 기록했다. 병살타도 한 번 있었다. 한동민도 넥센 4차전 선발 이승호를 상대로 정규시즌 1타수 1삼진 1사구를 기록했다. 한동민은 올해 우완을 상대로 타율 2할8푼6리, 옆구리 유형을 상대로 타율 3할을 기록했으나 좌완을 상대로는 타율이 2할6푼7리에 그쳤다. 홈런도 우완에게 35개를 친 반면 좌완에게는 8개에 그쳤다.
한 번쯤 터질 때가 된 두 선수가 악조건을 넘어설 수 있을지, 벤치는 어떤 결정으로 승부를 걸지가 관심사다. /skullboy@osen.co.kr
[사진] 한동민(왼쪽)-박병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