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의 아킬레스건 중 하나로 우려를 모았던 SK 불펜이 힘을 내고 있다. 충분한 휴식이 분명 긍정적인 요소로 작용한다는 평가다. SK로서는 4차전에서 시리즈를 종료해야 할 또 하나의 이유이기도 하다.
SK는 넥센과의 플레이오프 3경기에서 2승1패를 기록 중이다. 30일 3차전에서 2-3으로 역전패하며 아쉬움을 남기기는 했으나 여전히 유리한 고지에 올라있는 것은 분명하다. 남은 두 경기 중 한 번만 이기면 2012년 이후 첫 한국시리즈 진출이라는 성과를 얻을 수 있다.
3경기에서 잘 되지 않은 점도 있지만, 잘 된 점도 분명하다. 그 중 하나가 불펜이다. 2차전에서 거의 완벽한 모습을 선보였고, 3차전에서도 분투했다. 정규시즌 막판 불펜에 힘이 떨어지며 고전한 경기가 많았음을 생각할 때 반등은 고무적이다.

2차전에서는 돌발상황에 잘 대처했다. 선발 켈리가 오른손 저림 증상으로 4이닝밖에 던지지 못하고 마운드를 내려갔다. 몸을 제대로 풀 시간조차 없었던 윤희상이 5회 1사 1,2루 위기에 몰렸으나 그 뒤를 이은 불펜투수들이 역투를 거듭했다. 김택형이 위기를 정리하며 승리투수가 됐고, 김태훈 정영일 신재웅으로 이어진 불펜투수들은 위력적인 공을 던지며 깔끔하게 뒷문을 막아냈다.
3차전에서도 선발 박종훈이 4⅓이닝 3실점을 기록한 뒤 마운드를 내려갔으나 앙헬 산체스를 필두로 한 불펜투수들이 다시 힘을 냈다. 산체스가 1⅔이닝을 퍼펙트로 정리했고, 김태훈 정영일도 다시 1이닝을 깔끔하게 지웠다. 타선이 응답하지 않아 호투가 빛을 바랬으나 불펜만 놓고 보면 2·3차전은 군더더기가 하나도 없었다.
최소 11일, 선수에 따라서는 최대 보름간의 휴식이 결정적이다. 정영일은 “시즌 막판 잦은 등판에 다소 힘이 떨어졌는데, 푹 쉬면서 체력을 회복한 것이 좋은 결과의 원동력이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 공이 빠른 선수들이 많은 SK 불펜 투수들이 140㎞대 중·후반의 강력한 공을 던지면서 넥센 타자들을 힘으로 누르고 있는 것이 눈에 들어온다.

여기에 포스트시즌에서는 불펜으로 활용되고 있는 산체스의 가세도 호재다. 후반기 고전을 면치 못했던 산체스도 충분한 휴식과 함께 가을야구를 준비했다. 선발이 아닌 불펜이라 완급 조절도 필요하지 않다. 최고 155㎞에 이르는 강력한 패스트볼을 앞세워 선전하고 있다. 정규시즌 막판 넥센 타자들이 산체스를 시원하게 공략했음을 감안할 때 산체스의 구위 회복을 실감할 수 있다.
그러나 포스트시즌은 상당 부분 단기 혹사가 불가피하다. 필승조 투수들은 연투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 만약 4차전에서 끝을 내지 못하고 5차전에 갈 경우는 총력전도 대비해야 한다. 최대한 체력을 아끼며 싱싱한 구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4차전에서 결판을 내야 한다. SK 투수들도 이에 대해 잘 알고 있다.
4차전에서는 문승원이 선발로 나설 전망이다. 힐만 감독은 시리즈 전 이미 “김광현의 불펜 대기는 없다”고 공언했다. 김광현은 5차전이 열릴 경우에 대비할 가능성이 크다. 2차전 선발이었던 켈리는 4차전 등판이 쉽지 않다. 이틀 휴식 후 등판은 무리가 따른다. 결국 이날은 선발투수들의 지원 없이 불펜이 버텨야 한다. 많은 투수들이 동원될 수도 있다. 지금의 기세를 이어갈 수 있을지 주목된다. /skullbo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