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 지기 친구들이 모인 곳은 성형외과 의사 석호(조진웅 분)와 정신과 의사 예진(김지수 분)의 새 집. 석호가 한강이 내려다보이는 펜트하우스로 이사한 지 한 달 만에 고향 속초 친구들을 초대하면서 부부 동반 저녁 모임이 성사됐다.
이 자리에는 석호 예진 부부와 변호사 태수(유해진 분)와 그의 가정주부 아내 수현(염정아 분), 레스토랑 대표 준모(이서진 분)와 그의 아내이자 수의사 세경(송하윤 분), 그리고 얼마 전 이혼한 전직 체육교사 영배(윤경호 분)가 모였다.
닭강정부터 술빵, 곰탕, 옥수수 막걸리 등 속초의 명물로 한상이 차려진 가운데 오랜만에 모인 이들이 시답잖은 농담에도 싱글벙글 웃음꽃을 피운다. 하지만 화기애애한 분위기는 그리 오래가지 않는다. 예진의 돌발 제안으로 ‘휴대전화 잠금 해제’ 게임이 시작됐기 때문이다.


남부러울 것 없는 의사 부부 석호와 예진, 과연 두 사람 사이에는 그 어떤 문제도 없는 것일까. 갑작스럽게 시작한 핸드폰 잠금 해제 게임으로 인해 부부 및 친구의 사랑과 우정이 금이 가기 시작한 상황에서 태수와 수현, 그리고 영배 사이의 핵폭탄급 비밀이 밝혀진다.
고급스러운 펜트하우스에서 문자, 전화, 카톡으로 인해 숨겨왔던 그들의 민낯이 낱낱이 공개되면서 집을 나서는 이들의 관계는 앞으로 어떻게 달라질까.
유해진부터 조진웅, 염정아, 윤경호 등 배우들은 마치 탁구를 치듯 자신의 대사를 맛깔나게 던지고 받으며 최상의 호흡을 빚어냈다. 특히 유해진의 코믹 대사는 명불허전. 예상하지 못했던 윤경호도 기대 이상의 호연을 보여줬다. 더불어 이순재, 라미란, 조정석 등 목소리만 출연한 배우들을 찾아내는 재미도 쏠쏠하다.
연출을 맡은 이재규 감독은 “친구, 부부 사이라도 어느 정도 모르는 부분 즉 완벽하게 타인처럼 느껴지는 부분이 있을 것이라는 점에 착안했다”고 ‘완벽한 타인’의 탄생 이유를 전했다. 이탈리아 영화 ‘퍼펙트 스트레인저스’(감독 파올로 제노베제)를 한국적 정서를 반영해 리메이크 했는데 원작의 서사 전개, 결말과 완전히 다른 영화로 재탄생했다.

부부, 소꿉친구라는 관계는 서로 다른 사람들이 서로의 다름을 존중하고 조화를 이루어 가는 과정이다. 흔히 부부는 일심동체라고 하지만 이 관계는 서로가 똑같아지는 것이 아니라 서로의 다른 점들을 조화시켜 부부로서 발전해 나아가는 것이다.
한마디로 같아지는 게 아니라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고 존중하는 데서 출발한다. 서로의 모든 사생활을 공유할 필요는 없는데, 그 전에 서로에 대한 신뢰가 쌓여야 한다. 내가 상대방의 생활방식을 존중하고 수용할 준비가 되어 있는지, 상대방도 역시 그러한지에 대해 파악하고 조화를 이루어가야 한다.
코미디 영화 ‘완벽한 타인’이 적재적소에 개그 대사를 넣어 큰 웃음을 선사하지만, 결말에 가서는 서로에 대한 차이와 존중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purplish@osen.co.kr
[사진] 영화 스틸이미지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