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사람들', '비정상'에 대한 외부인의 시선..그리고 어른 마동석[Oh!무비 레터]
OSEN 최이정 기자
발행 2018.11.03 10: 01

우리 모두는 '비정상'에 대해 얼마나 민감할까. 그 부당함을 알면서도 그냥 눈을 감거나 침묵하지는 않는가.
영화 '동네사람들'(임진순 감독)은 이런 정상적이지 않은 상황에 '정상적으로' 반응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그야말로 몇 명의 '소수정예'만이 비정상과 비상식에 맞서 정의를 구현하고 진실을 파헤치고자 한다.  
영화는 여고생이 사라졌지만 너무나 평온해 섬뜩하기까지 한 시골의 한적한 마을을 배경으로, 이 곳에 기간제 교사로 새로 부임 온 권투 선수 출신 체육교사 기철(마동석)의 이야기로부터 시작된다. 

기철은 실종된 여고생의 유일한 친구이자 친구가 납치된 것이라 확신하며 사건을 쫓는 유진(김새론)을 도우려다가 사건에 함께 휘말리게 되고, 누군가에 의해 실종된 여고생의 흔적들이 사라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외부인' 기철의 눈에는 사라진 소녀를 두고 사람들이 모두 회피하는 상황이 너무나 이상하다. 기철이 영화 속에서 경찰 후배에게 "너 대체 왜 그러는거야?"라고 못 참고 내뱉는 말에는 관객들의 울분도 함께 담겨 있다. '모르면 잠자코 있어라'는 식으로 말하며 외부인을 철저히 배척하는 집단의 폭력. 이 스릴러 영화의 가장 큰 공포는 바로 그 지점이다.
선에 대한 '큰 의도'를 갖고 시작한 것은 아니었지만, 사건을 쫓다보며 서서히 악을 상대하는 주인공이 된 기철은 든든하고 믿음직스럽다. 배우 마동석은 이미 구축된 '마동석 장르' 안에서 체육교사 겸 학생주임 역으로 변주를 꾀하며 이 캐릭터를 더할나위 없이 소화한다. 절대적 영웅이라기보다는 한 사람의 소시민으로서 고군분투하는 현실적 어른이기에 그 모습이 더욱 짠하고도 흥미롭다. '(모르면) 나서지 말라'는 말에 다소 염증이 나는 현실에서 그는 우리가 그토록 원하는 유일한 '어른'이기도 하다. 
'마동석이 아니면 누가 이런 캐릭터를 연기할 수 있을까'란 것을 생각하면 그 대안이 쉽게 떠오르지 않는다. 그 만큼 마동석이란 배우는 이제 한 명의 연기자를 넘어 하나의 아이콘이 된 느낌이다.
마동석은 이 영화에 대해 "제작 단계에 참여한 건 아니고 요근래 나왔던 영화들이 대부분 다 저와 무명 시절을 같이 보냈던 감독님들과 5~6년 전에 기획한 거다. 제작에 참여했다기보다는 초반에 기획할 때 시나리오를 감독님과 이야기를 많이 했고, 그 후에 배우로서 시나리오를 받아봤던 과정이 있었다. 같이 준비했던 감독님들이 진짜 있는 과정에서는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한다"고 영화가 탄생하게 된 대략적인 스토리를 들려주기도 했다.
더불어 훈훈한 외모의 인기 미술교사 지성이란 이물로 분한 배우 이상엽의 변신이 인상적이다. "굉장히 의뭉스럽고 불편한 느낌을 주고 싶었다. 말과 표정으로 보여줄 수 없어서 캐릭터처럼 마음과 생각을 가지고 연기했다"라는 그의 설명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영화 초반 '외모로만 사람을 평가하지 말라'는 식의 대사가 등장하는데, 이에 가장 잘 부합되는 인물이 아닌가 싶다.
마동석, 김새론, 이상엽, 진선규, 장광, 신세휘, 오희준 등 출연. 7일 개봉. 15세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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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영화 포스터, 스틸, OSEN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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