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규시즌 1위 두산에 대한 존중과 예우는 당연하다. 굳이 객관적인 수치를 보지 않아도 체감적으로 쉽지 않은 시리즈다. 그러나 SK도 충분히 강한 팀이라는 것을 증명했다. 행복회로를 풀가동하지 않아도 승산이 있다.
SK는 2일 인천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넥센과의 플레이오프 5차전에서 극적인 끝내기 승리를 거두고 한국시리즈에 진출했다. 3·4차전에서 패하며 오히려 궁지에 몰린 SK는 9-4로 앞선 9회 5실점, 연장 10회 1실점하며 탈락 위기에 몰렸다. 그러나 연장 10회 반격에서 김강민 한동민의 극적인 백투백 홈런에 힘입어 넥센을 물리치고 한국시리즈에 나갔다.
플레이오프를 조기 종료하지 못함에 따라 체력적으로 손해를 본 것은 사실이다. 객관적인 전력에서 SK보다 앞서는 두산을 상대로 분명 시리즈 전망이 아주 밝은 것은 아니다. 실제 대다수의 전문가들은 “두산이 6대4 정도로 앞서 있다”고 내다보고 있다. 그러나 두 팀의 정규시즌 맞대결 성적은 8승8패로 동률이었다. 가진 장점을 잘 살리면 시리즈 승산이 있다.

▲ 인천에서 강했던 SK, 3경기가 배정되어 있다
SK는 올 시즌 두산과의 홈 8경기에서 6승2패라는 압도적인 성적을 거뒀다. 리그 최강 전력이라는 두산도 인천에서는 고전을 면치 못했다. 그냥 이긴 것이 아니라, 힘 싸움에서 두산에 앞서는 경기가 적지 않았다. 잠실에서 그만큼 약했다는 데이터도 되지만, 홈에서 3~5차전을 치르는 것은 SK의 회생에 발판이 될 수 있다. 플레이오프에서도 홈에 배정된 3경기를 싹쓸이하며 시리즈를 끝내 승리로 장식한 SK였다.
선발 로테이션도 묘하게 인천 3경기를 겨냥한다. SK는 1차전에 박종훈, 2차전에 문승원이 선발로 나설 가능성이 높다. 3차전과 4차전을 메릴 켈리, 김광현이 순번에 상관없이 책임지고 5차전에 다시 박종훈이 나가는 구조다. 팀 내 최고 선발투수 3명이 인천 경기에 투입될 수 있다. 적어도 시리즈를 6~7차전으로 끌고 갈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여기서 나온다. 6~7차전으로 가면 누가 이길지는 예단하기 어렵다.
▲ ‘극적 진출’ SK, 기세 밀리지 않는다
두산은 리그 최고의 팀이다. 인정할 것은 인정해야 한다. 이런 두산에 기 싸움에서 밀리고 들어가는 팀이 상당히 많았다. 그러나 SK는 정규시즌 때부터 이런 점이 별로 없었다. 선수들은 “두산이 최고의 팀이지만, 우리도 우리 장점을 살린다면 해볼 만하다”는 이야기를 많이 했었다. 실제 이런 투지는 대등한 시즌 성적으로 이어졌다. 7월 24일부터 26일까지 열린 인천 3연전을 싹쓸이하며 두산에 대한 공포감을 털어냈다. 오히려 당시 당황한 것은 두산이었다.

여기에 플레이오프에서 극적인 승리를 거둔 SK다. 사실 5차전을 앞두고 더 긴장한 팀은 SK였다. 선발 매치업과 대기하고 있는 투수진을 봤을 때 승리 확률이 높음에도 불구하고 선수들이 스스로에 대한 확신을 가지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나 끝내기 승리를 거두면서 선수단 분위기가 크게 올랐다. 스스로에 대한 ‘믿음’이 생겼다는 것은 한국시리즈를 앞두고 가장 중요한 요소다. 두산은 우승을 해야 본전이지만, SK는 꼭 그렇지 않다. 10년 전 기억을 굳이 떠올리지 않더라도 압박감은 오히려 두산에 있다.
▲ ‘게임 체인저’ 홈런 건재, 불펜도 해볼 만하다
SK의 장점은 선발진과 막강한 홈런포다. 이 두 가지가 잘 기능할 때 SK는 대단히 높은 승률을 기록했다. 두산을 상대로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이런 홈런포가 계속해서 터지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5차전에서도 결국 경기를 잡을 수 있었던 것은 적시에 터진 홈런이었다. 두산은 올 시즌 SK를 상대로 딱 한 경기를 제외하면 이 홈런포를 피해가지 못했다. 잠실이든, 인천이든 가리지 않고 다 터졌다. 지금 컨디션이라면 한국시리즈도 예외가 되기는 어려울 것이다.
약점이었던 불펜도 나름대로 나쁘지 않은 컨디션을 보여주고 있다. 앙헬 산체스가 제 구위를 찾으면서 만능키 역할을 할 가능성이 엿보인다. 김태훈 정영일 등 셋업맨들도 정상적인 상황에서 대기하고 있다. 두산 불펜이 충분한 힘을 비축하고 나올 전망이지만, 오히려 선수 기용폭에 있어서는 SK가 더 나을 수도 있다. 잠실에서 열리는 1·2차전에서 한 경기를 잡을 수 있다면, 이 시리즈는 충분히 SK가 난전으로 만든 끝에 업셋 가능성을 열어갈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skullbo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