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S] ‘15일의 고민’ 정영일, 차기 마무리 후보 여기 있다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8.11.05 14: 21

포스트시즌을 준비하는 정영일(30·SK)의 얼굴은 그렇게 밝지 않았다. 뭔가 마음에 들지 않는 모습이었다. 몸에 특별한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좀처럼 구속이 오르지 않았다.
자체 연습경기에서 정영일의 패스트볼 구속은 140㎞대 초반에 머물고 있었다. “전력투구를 하지 않은 것이 아니냐”는 질문에 고개를 저었다. 자신은 최대치를 내며 던지고 있었는데 구속이 나오지 않았다. 묵직한 빠른 공이 최대 장점인 정영일로서는 자신의 기량에 대한 자신감이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손혁 투수코치는 “포스트시즌에 들어가면 자연스레 구속이 나올 것이다. 걱정하지 말라”며 정영일을 위로했지만, 정영일은 “정말 난리가 났다 싶었다”면서 아찔했던 당시를 떠올렸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손 코치의 말이 맞았다. 정영일은 오히려 더 생생한 모습으로 포스트시즌 마운드에 오르고 있다.

구속에 대한 우려는 기우였다. 여전히 140㎞대 중·후반의 빠른 공을 팍팍 꽂아 넣었다. 오히려 구속은 140㎞대 후반까지 오르며 위력을 뽐냈다. 플레이오프 3경기에서 2⅔이닝을 던지며 1피안타 3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한 원동력이었다.
한국시리즈에서도 기세는 이어졌다. 4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1차전에서 7-3으로 앞선 9회 마운드에 오른 정영일은 상대 중심타선을 깔끔하게 정리하고 하이파이브 투수가 됐다. 최고 구속은 149㎞가 찍혔고, 패스트볼 최저 구속조차 146㎞였다. 말 그대로 힘으로 찍어 누른 하루였다. 박건우 김재환 양의지라는 두산 최고 타자들의 방망이가 밀렸다.
정영일은 “긴장한 것은 없고, 오히려 집중력이 생겼다”면서 “시즌 막판에 자주 던지면서 체력이 다소 떨어진 상황이었는데 확실히 2주를 쉰 게 도움이 됐다. 1차전에서는 9회 타자들이 2점을 내줬으니 더 빠르게 승부를 하자는 생각이었다”고 말했다.
정규시즌 51경기에 나가 3승13홀드 평균자책점 5.32를 기록한 정영일은 점차 SK 필승조에 자리를 잡고 있다. 이제는 가장 믿을 만한 우완 셋업맨으로 성장했다. 빠른 공을 던질 수 있는 어깨에 에이스 출신다운 강한 심장과 투지, 승부욕까지 갖추고 있다. 구단 내부에서는 김태훈과 더불어 이런 정영일을 언젠간 바뀌게 될 팀의 마무리 후보로 보는 시각도 적지 않다.
그러기 위해서는 큰 무대와 접전 상황에서 자신의 진가를 보여줘야 한다. 말이 필요 없는 큰 경기에 접전이 자주 벌어지는 포스트시즌은 그 테스트의 완벽한 조건이다. 첫 4경기에서 좋은 출발을 한 정영일이 10년간 보여주지 못했던 자신의 진가를 과시하고 있다. /skullbo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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