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 최고의 포수로 뽑히는 두산 양의지(31)의 볼 배합과 프레이밍이 두산의 승리를 이끌었다.
두산은 5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SK와의 한국시리즈 2차전에서 7-3으로 이기고 시리즈를 원점으로 되돌렸다. 1차전에서 경기 감각이 완전치 않은 듯 평소보다 못한 경기력 끝에 3-7로 진 두산은 최악의 상황은 면한 채 인천 원정길에 오른다.
3회 정수빈의 땅볼로 선취점, 4회 양의지의 적시타와 최주환의 투런포를 묶어 3점을 추가할 때까지만 해도 쉽게 가는 경기로 보였다. 플레이오프를 거치고 올라온 SK가 지는 경기에 필승조를 내기는 부담스러웠고, 두산 타선도 조금씩 살아나고 있었다. 그러나 5회 박승욱의 2루타로 시작된 상황에서 1점을 내줬고, 7회에는 수비 실책으로 추격의 빌미를 제공했다.

4-1로 앞선 7회 2사 1루에서 김성현의 3루 땅볼 때 3루수 허경민의 송구 실책이 나오며 이닝이 끝나지 않았다. 여기서 김강민의 2타점 적시타가 터지며 두산은 1점차까지 쫓겼다. 후랭코프가 한동민에게 볼넷을 내주고 2사 1,2루에 몰린 상황에서 두산은 박치국을 올려 진화에 들어갔다.
박치국은 최정을 상대로 끈질기게 바깥쪽 승부를 했다. 최정의 배트가 끌려 나올 만한 공들이었다. 하지만 최정도 볼을 고르고 파울을 쳐내며 버텼다. 여기서 7구째 바깥쪽 낮은 공이 스트라이크 콜을 받으며 최정을 돌려세웠다. 최정은 존에 납득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지만 이미 판정은 내려진 뒤였다.
사이드암이라 투구가 시작되는 지점도 낮았고, 공이 꽂힌 지점도 다소 낮았다. 그러나 양의지가 마지막 순간 이를 절묘하게 잡아내며 콜을 받아냈다. 큰 동작 없이도 공을 여유있게 잡아냈다. 볼이라고 판정했어도 완전히 잘못된 판정은 아니라는 점에서 공을 잡는 기술 하나가 절대 위기를 넘긴 셈이다. 양의지는 8회 안타를 치고 나간 뒤 3루를 지키던 최정과 이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장면도 잡혔다.
이날 양의지는 후랭코프의 다양한 구종들을 십분 활용해 SK 타자들을 꽁꽁 묶었다. 바깥쪽과 몸쪽, 높은 코스와 낮은 코스를 넘나들며 SK 타자들의 히팅존을 흔들었다. 이날 주심의 스트라이크존을 재빨리 파악해 이를 이용하는 노련함도 엿보였다. SK의 최대 경계 선수인 양의지는 이날 타석에서도 4회와 8회 적시타를 치며 자신의 진가를 유감없이 발휘했다. /skullboy@osen.co.kr
[사진] 잠실=이동해 기자 /eastsea@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