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S2] ‘이 순간을 위한 3년’ 김강민의 그냥 멋진 가을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8.11.06 06: 19

KBO 리그 정상급 중견수였던 김강민(36)은 2015년 이후 내리막을 탔다. 잦은 부상으로 자신의 기량을 발휘하지 못했다. 2015년부터 올해까지 4년간 정규시즌 출전은 379경기. 연 평균 95경기 남짓이었다.
그 3년의 시간을 담담하게 돌아보는 김강민은 “힘들었다”고 간단히 총평한다. 특히 올해는 사실상 시즌 개막조차 1군에서 하지 못했다. 시즌 중반까지는 쭉 2군에 있었다. 만약 김강민이 현실을 인정하지 못하고 반등할 계기를 만들지 못했다면, 올 가을의 김강민도 없었을 것이다. 그래서 김강민은 그 시간이 더 소중하게 생각한다.
김강민은 가을 야구에서 맹활약하고 있다. 벼랑을 기어오른 베테랑이 유감없이 자신의 기량을 발휘하고 있다. 김강민은 플레이오프 5경기에서 타율 4할2푼9리, 3홈런, 6타점 대활약으로 최우수선수(MVP)에 선정됐다. 그 기세는 한국시리즈로 이어지고 있다. 1·2차전에서 타율 3할7푼5리, 3타점으로 팀 타선을 이끌었다. 김강민은 “이 순간을 위해 지난 3년이 그렇게 힘들었나보다”고 너털웃음을 짓는다.

체력적으로는 쉽지 않은 여정이다. 김강민도 플레이오프 5차전이 끝난 뒤 “세리머니를 할 힘조차 없었다”고 웃을 정도다. 그러나 그 와중에서도 맹활약은 이어지고 있다. 5일 2차전에서도 6회 희생플라이, 그리고 7회 추격의 적시타를 기록하는 등 팀의 3점을 홀로 책임졌다. 8회 위기 상황에서는 김재호의 큼지막한 타구를 전력질주로 잡아내며 대량 실점을 막아냈다. 점수로만 따지면 홀로 4~5점을 낸 것과 같은 활약을 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체력 부담에 대해 김강민은 포스트시즌을 “즐기는 무대”라고 정의한다. 그렇지 않으면 부담감에 짓눌려 자기 기량을 낼 수 없다고 말한다. 상대에 대한 존중도 잊지 않는다. 베테랑의 품격이다. 김강민은 “전력은 두산이 우위다. 우리가 상대할 때도 대단한 팀, 엄청난 팀이라고 많이 느꼈다”면서 “이런 두산을 이기기 위해서는 시즌 때보다 더 좋은 모습이 있어야 한다. 또 두산보다 우리가 이 무대를 더 즐겨야 한다”고 강조한다.
말이 앞서지 않는다. 후배들 앞에서 그런 모습을 솔선수범해 보여주고 있다. 클럽하우스에서도 절박함보다는 여유가 느껴진다. 그런 마음가짐이 경기장에서의 활약으로 이어지며 김강민을 돋보이게 하고 있다. 바라보고 있으면 그냥 멋진 가을이다. 더 이상의 수식어가 잘 떠오르지 않는다. /skullbo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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