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조덕제 성폭력 사건 피해자인 반민정이 촬영 현장에서의 성폭력 근절을 위해 영화계가 실천적 행동에 나설 것을 요구했다.
반민정은 6일 서울 마포구 청년문화공간 JU동교동에서 열린 ‘더 나은 영화현장을 위해 영화계의 변화가 필요하다: 촬영과정에서 발생하는 성폭력 사건을 중심으로’ 기자회견에서 “2015년 4월 현장에서 사건에 대한 처리가 제대로 됐다면 굳이 법적 대응을 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 감독과 소속사 대표, 스태프, 제작사를 믿었다. 그런데 성폭력 사건이 발생하자 그들은 사실을 은폐하기 바빴다. 피해자인 나를 압박했고 촬영 일정을 바꾸거나 알려주지 않았다”라고 지속적인 고통을 입었다라고 털어놨다.
이날 기자회견은 남배우 A사건 공동대책위원회가 주최했다. 앞서 조덕제는 영화 촬영 도중 반민정을 강제로 성추행 한 혐의로 대법원에서 최종 유죄 판결을 받았다. 반민정은 지난 2015년 4월 영화 촬영 도중 조덕제가 강제로 성추행을 했다며 강제추행치상 혐의로 조덕제를 고소했고, 대법원 재판부는 조덕제의 강제추행 혐의를 모두 인정했다. 2심 재판부에서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 40시간의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이수를 확정했다.
반민정은 “주연이었기에 끝까지 촬영을 마쳐야 한다고 생각해 촬영을 강행했지만 더는 견딜 수가 없어 경찰에 피해 사실을 신고하게 됐다”며 “그런데 재판 진행 과정에서 충격적인 사실을 접했다. 노출은 없다는 당초 약속과 달랐던 촬영 현장은 소속사 대표와 제작사 대표의 적극적인 공조 아래 이뤄졌다”고 했다.
이어 반민정은 “내게 직접 섭외 전화를 했던 총괄 PD로부터 노출이 없다는 것을 확인했었다. 신체 노출이 없다고 알고 계약을 해서 촬영에 임했는데 영화 제작사 대표 녹취록에서 현장에서 벗기면 된다는 식으로 대화가 오갔다는 것을 들었다”며 “그 자리에는 내 소속사 대표도 있었다. 계약서를 쓰고, 노출 여부까지 검토했지만 연기 경력이 오래된 나 역시도 현장에서 내 의사나 계약 내용과는 관계없이 노출을 강요받을 수 있었다”고 밝혔다.
반민정은 현장 상황에 따라 이뤄진다는 영화계 관행으로, 또 다른 피해자들이 발생하지 않길 바란다는 마음이다. 더불어 사법 시스템 안에서 피해자로 판명 났음에도 캐스팅 명단에서 제외되는 듯한 느낌을 받고 있는데 이는 영화계 구조적 문제와 맞닿아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성폭력 범죄로 유죄확정판결을 받은 자(조덕제)가 그 이후에도 피해자인 저와 영화계 자체를 비난하고 있는 상황에서도 책임을 묻거나 제지하려는 움직임이 없는 것이 정말 큰 문제”라며 “상당수 피해자는 나 같은 피해자들이 어떻게 되는지 목격했기 때문에 피해를 드러내는 것을 두려워하고 있다. 가해자에 대해 동정과 옹호할 시간에 영화계 내부에서 반성하고 변화를 시작해야 한다. 영화계가 나서서 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민정은 이날 ▲민감한 장면이 들어가는 영화의 경우, 배우에게 사전에 내용을 설명한 후 계약서에 반영 ▲인권침해 및 성폭력에 대해 영화계 내부에서 피해자 구제, 가해자 징계, 책임자의 책임 범위 확대 등 변화 위해 노력 ▲배우들 간의 필수적인 사전 합의는 물론 연기나 애드리브를 핑계로 상대 배우에게 고통을 주지 않기 ▲영화계 내부의 성인지감수성을 제고하기 위해 교육 지속 ▲피해자를 위해 지원과 연대를 아끼지 말 것을 강력하게 촉구했다.
반민정은 “내가 더 이상 연기활동을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대법원 판결 이후에도 저는 제 자리에서 밀려나고 있다”며 “영화계에서 실질적인 권력을 가지고 있는 이들의 침묵과 방관이 아쉽다. 그럼에도 절망보다는 희망을 보고 싶다. 내가 왜 싸우는지, 신상까지 공개하며 발언하는지 책임을 져야 할 이들이 알아줬으면 한다”고 밝혔다./ purplish@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