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지에서의 목표는 달성했다. 이제는 홈에서 최대한 승부를 걸어야 한다. 8년 만의 한국시리즈 우승에 도전하는 SK의 운명이 홈 3연전에 달렸다.
플레이오프에서 극적으로 넥센을 꺾고 올라온 SK는 두산과의 한국시리즈 1·2차전에서 1승1패를 기록했다. 1차전에서는 7-3으로 이겼고, 2차전에서는 3-7로 졌다. 일단 목표는 달성했다는 게 구단 내부의 평가다. 한 관계자는 “잠실에서 1승을 하면 나름대로 성공이라는 생각을 했고, 2차전보다는 1차전에 이길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했는데 1차전이 계산대로 풀렸다”고 이야기한다.
2차전에서 지기는 했지만 일단 어느 정도 출구를 잘 찾아 후퇴했다. 김태훈, 앙헬 산체스, 정영일, 김택형이라는 핵심 셋업맨들이 휴식을 취하며 체력을 보충했다. 이제 7일부터 열리는 홈 3~5차전에서 승부를 건다는 것이 SK의 계산이다.

기본적으로 SK는 인천에서 강한 팀이다. 그들이 가지고 있는 홈런의 힘이 극대화되기 때문이다. 마운드에 비해 상대적으로 기복이 심한 타선이 홈에서는 잘 터졌다. SK의 올 시즌 팀 타율은 2할8푼1리, 팀 OPS(출루율+장타율)는 0.829였다. 그런데 인천에서는 팀 타율이 2할9푼8리로 올랐고, 팀 OPS는 0.871로 리그 최고였다. 홈 72경기에서 무려 125개의 대포를 터뜨렸다.
타자들이 상대적으로 구장 규모가 작은 인천을 더 편한하게 생각한다는 것은 더 이상 비밀이 아니다. 여기에 올 시즌 리그 최강팀인 두산과의 전적을 팽팽하게 만든 것도 홈의 힘이었다. SK는 올해 인천에서 가진 두산과의 8경기에서 6승2패를 기록하며 힘을 냈다. 잠실에서는 2승6패였다는 것을 생각하면 이 차이가 도드라진다.
정작 두산 타선은 인천에서 다소 고전했다. 올 시즌 8경기에서 팀 타율이 2할4푼6리, OPS가 0.724로 처지는 이해하기 어려운 성적을 냈다. 지난해까지 인천에서 대포쇼를 벌였던 기억을 생각하면 올해 성적이 유독 처졌다. 물론 단기전이라 다르기는 하겠지만, 잠실에서 절대 열세였던 SK 타선이 인천에서는 한 번 겨뤄볼 만한 상황임을 보여준다.
여기에 1·2차전과 달리 선발 매치업에서도 밀리지 않는다. SK는 이번 홈 3연전에 팀이 보유한 최고의 선발투수 3명을 낸다. 3차전에는 메릴 켈리, 4차전에는 김광현, 5차전에는 박종훈이 등판하는 일정이다. 불펜투수들도 최소 이틀의 휴식 시간을 가졌다. 산체스의 경우는 3일을 쉬고 4·5차전에 전력 투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인천에서의 목표는 최소 2승1패로 잡아야 한다. 시리즈 열세를 안은 채 잠실로 간다는 것은 사실상 한국시리즈 우승이 멀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갈수록 두산의 체력적 우세가 돋보일 가능성이 크고, 잠실에서의 경기는 어찌됐건 두산에 유리한 데이터가 많기 때문이다. SK가 홈에서 승부를 볼 수 있을지 주목된다. 정상 복귀를 향한 중요한 관문이다. /skullbo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