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전 상황, 만루에서 승부의 희비가 갈렸다. 만루 기회를 살리지 못한 두산은 추격의 고삐를 놓쳤고, 되려 한숨을 쉴 뻔 했던 SK는 에이스 메릴 켈리가 지배력을 과시하면서 가슴을 쓸어내리며 안도했다.
7일 인천 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한국시리즈 3차전은 SK가 두산을 4-2로 제압하며 시리즈 전적 2승1패를 만들었다.
SK가 1회말 제이미 로맥의 선제 스리런 홈런, 2회말 한동민의 내야안타 적시타를 통해 4-0으로 앞서갔다. 하지만 두산이 5회초 상대 실책을 틈타 김재호와 오재원의 적시타로 2점을 추격했다.

SK가 4-2로 2점을 앞서가고 있었지만, 분위기는 두산 쪽으로 넘어가고 있었다.
결국 두산의 분위기는 6회초에도 이어졌다. 실상은 SK가 분위기를 넘겨준 것이나 다름 없었다. 6회초 1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두산 박건우의 땅볼 타구를 SK 2루수 강승호가 놓쳤다. 묘한 분위기가 이어졌다.
SK 선발 켈리는 흔들렸다. 이따금씩 스트라이크-볼 판정에 대한 불만도 보였다.
두산은 분위기를 이어갔다. 1사 1루에서 우전 안타를 터뜨리며 1사 1,3루를 만들었고 양의지는 침착하게 볼을 골라내 볼넷으로 걸어나갔다.
두산 입장에서는 빅이닝을 만들 수 있는 1사 만루 기회, SK 입장에서는 다시 한 번 실책으로 자멸할 수 있는 절체절명의 위기였다. 기세로 봐서는 SK가 밀리는 게 당연했고, 두산이 흐름을 휘어잡아야 했다.
그러나 승부의 분수령이 됐던 만루의 지배자는 다시 평정심을 찾았던 마운드 위의 켈리였다. 켈리는 1사 만루, 여기에 볼카운트마저 2B로 몰린 상황에서 오재일을 상대로 바깥쪽 141km 체인지업을 던져 힘없는 투수 땅볼을 유도했다. 홈에서 3루 주자를 아웃시키면서 2사 만루를 만들었다.
이어진 2사 만루에서 벌어진 켈리와 김재호의 승부는 순식간에 끝났다. 켈리가 김재호를 초구에 좌익수 뜬공으로 처리하면서 이닝이 종료됐다. 두산은 순식간에 얼음장 같이 차가운 현실과 마주했다. SK는 켈리의 지배력과 함께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결국 경기는 만루의 분수령을 지배한 SK가 잡아내며 시리즈 2승1패의 우위를 선점했다. /jhrae@osen.co.kr
[사진] 인천=박재만 기자 pjmpp@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