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은 정규시즌 1위, 그것도 압도적인 1위 팀이다. SK가 단기전에서 이 최고의 팀을 깨려면 작은 틈도 보이지 않아야 한다. 3차전은 그 평범한 진리를 되새길 수 있었던 한 판이었다. 다행히 수업료가 비싸지는 않았다.
SK는 7일 인천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두산과의 한국시리즈 3차전에서 7-2로 이기고 시리즈에서 한 발 앞서 나갔다. 1차전에서 7-3으로 이긴 SK는 2차전 패배의 후유증을 빨리 씻어내고 유리한 고지를 점령했다.
‘도전자’의 자세로 임한 SK가 ‘챔피언’ 두산을 구석으로 몰아가고 있는 양상이다. SK는 4차전에 토종 에이스 김광현이 선발로 등판하는 반면, 이미 1~3선발을 다 쓴 두산은 큰 무대 경험이 적은 이영하가 선발로 나간다. 불펜 총력전이 예고되어 있으나 SK 또한 3일을 푹 쉰 앙헬 산체스가 김광현에 붙어 나갈 수 있다.

여기까지 보면 유리한 그림이다. 그러나 항상 예상대로 되지 않는 게 야구다. SK는 여전히 도전자고, 실수를 줄여야 한다. 두산은 작은 균열을 파고들어 경기 양상을 바꾸는 데 능한 팀이기에 그렇다. SK로서는 이긴 경기에서의 양상도 잘 복기해야 한다.
사실 3차전 초반은 너무 잘 풀렸다. 두산 선발 이용찬의 제구가 경기 초반 다소 흔들렸다. 이를 틈타 1회 김강민의 볼넷, 한동민의 우전 안타로 기회를 잡았고 1사 후 로맥이 좌월 3점 홈런을 때려 기선제압에 성공했다. 2회에도 한동민의 내야안타 때 1점을 추가해 4-0으로 앞서 나갔다.
여기에 SK 선발 메릴 켈리의 투구도 4회까지 최상이었다. 시작부터 150㎞를 웃도는 강력한 패스트볼을 던진 켈리의 구위는 리그 최강이라는 두산 타선을 압도했다. 수비도 좋았다. 유격수 김성현의 호수비가 연달아 터져 나왔다. 김성현은 1회 두 차례, 3회 한 차례 호수비를 선보였다. 김성현의 송구를 잘 잡은 1루수 로맥의 포구도 돋보였다.
그런데 4-0의 리드가 긴장감을 떨어뜨린 것일까. SK는 그 후 조금씩 틈을 보이기 시작했다. 3회 이재원의 병살타로 도망갈 기회를 놓친 SK는 4회 1사 1루에서 강승호의 우익수 뜬공 때 2루 주자 정의윤이 이미 3루를 돈 탓에 더블아웃되며 상대의 기를 살렸다.
여기에 5회에도 수비 실책이 나오며 2실점했다. 선두 양의지의 타구가 3·유간을 향했다. 이날 이 위치에서 강한 어깨를 뽐냈던 김성현이 이동했으나 바운드를 맞추지 못해 포구하지 못했다. 타자 양의지의 걸음이 느리다는 점, 김성현의 어깨가 강하다는 점을 생각하면 좀 더 여유있게 포구를 했어도 되는 상황이었다.
이어진 1사 2루에서 김재호의 좌전안타 역시 3루수 최정이 바운드를 잘 맞추지 못해 외야로 빠졌다. 좌익수 정의윤의 대처도 기민하지 못했다. 2루 주자 양의지가 홈으로 들어올 수 있었던 이유였다. 결국 SK는 2사 2루에서 오재원에게도 좌전 적시타를 맞고 2점차까지 쫓겼다. 점수는 여전히 앞서고 있었지만, SK가 주도하던 분위기가 두산으로 넘어간 뒤였다. 이제 오히려 심리적으로 쫓기는 팀은 SK가 됐다.
4-2로 앞선 6회 1사 후 강승호의 실책으로 1사 만루를 허용한 것도 좋지 못했다. 불규칙 바운드이기는 했지만, 만약 1사 만루에서 켈리가 더 흔들렸다면 대량실점으로 이어질 뻔했다. 두산으로서는 이 승부처를 살리지 못했는데, SK는 사실상 켈리 홀로 위기를 넘겼다고 봐야 한다. 하지만 매번 이러기는 어렵다.
이제 2승을 남긴 SK는 기회가 있을 때 빨리 시리즈를 마무리하는 게 좋다. 장기전으로 갈수록 유리한 것은 두산일 수밖에 없다. 리드할 때 이를 굳히고, 이길 수 있을 때 이겨야 한다. 아직 샴페인은 이르다. /skullbo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