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주 작가의 베스트셀러 '말의 품격'에 따르면 말은 마음의 소리다. 사물은 형체가 굽으면 그림자가 굽고 형체가 곧으면 그림자도 바르다. 말도 매한가지다. 말은 마음을 담아낸다. 말은 마음의 소리다. 말과 글에는 사람의 됨됨이가 서려 있다. 무심코 던진 말 한마디에 사람의 품성이 드러난다. 말은 품성이다. 품성이 말하고 품성이 듣는 것이라고 했다.
알렉스 코라 보스턴 레드삭스 감독과 트레이 힐만 SK 와이번스 감독이 인터뷰의 품격이 무엇인지 보여줬다. 인터뷰 내내 상대방을 배려하고 자신을 낮추는 말 한 마디 한 마디는 많은 이로 하여금 큰 울림을 줬다.
도날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데이브 로버츠 LA 다저스 감독의 마운드 운용에 대해 신랄하게 비판했다. 공식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 발언과 관련해 코라 감독에게도 질문이 향했다. 한 기자가 '대통령이 힐을 뺀 로버츠의 결정에 의문을 제기했다. 대통령이 당신에게 비판적이라면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라고 질문했다. 이에 코라 감독은 "데이브 로버츠는 좋은 감독이다"는 말 외에는 꺼내지 않았다. 5차전 선발 투수 데이비드 프라이스를 결정한 이유를 밝히며 화제를 바꿨다.

그리고 코라 감독은 월드시리즈 우승 후 공식 인터뷰를 통해 다저스에 대한 칭찬부터 건넸다. "놀라운 시즌을 보낸 다저스를 축하해주고 싶다. 경영진과 프런트 그리고 내 친구 데이브 로버츠 감독과 선수들이 다 잘했다. 쉽지 않은 월드시리즈였다. 그들이 충분히 자랑스러워해야 할 시즌을 보냈다".

한미일 3개 리그 사령탑을 맡았던 힐만 감독이 보여준 인터뷰의 품격 또한 빛났다. 힐만 감독은 넥센과 플레이오프 5차전까지 가는 혈투 끝에 한국시리즈 진출을 확정지은 뒤 "넥센에게 다시 한 번 고맙다. 1차전부터 마지막 5차전까지 끝까지 멋진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끝까지 싸우고 포기하지 않는 모습은 상대 팀으로도 좋은 모습이었다. 또 장정석 감독과 나이트 코치에게도 존경의 뜻을 보내고 싶다"고 상대에 대한 예우를 갖췄다.
힐만 감독은 3일 한국시리즈 미디어데이 때 "필드에 나가 최대한 열심히 하는 것이 최우선이다. 훌륭한 팀 두산을 한국시리즈에서 만나게 돼서 영광이고 상대 팀에 대한 존중도 크다"고 출사표를 던졌다.
1차전 기선제압에 성공한 SK는 2차전서 3-7로 덜미를 잡히며 1승 1패 동률을 이뤘다. 선발 문승원은 5이닝 4실점(6피안타(1피홈런) 4탈삼진)으로 고배를 마셨다. 힐만 감독은 경기 후 "전체적으로 문승원의 피칭도 나쁘지 않았다. 두 차례 정도 공이 몰려 타격을 입었지만, 전반적으로 좋았다. 4점을 내준 케이스가 됐지만 숫자로 보이는 것 외의 피칭 자체는 좋았다"고 감싸 안았다.
안방으로 돌아온 SK는 7일 두산을 7-2로 꺾고 시리즈 전적 2승 1패로 우위를 보였다. 이날 키스톤 콤비인 김성현과 강승호가 나란히 실책을 범했다. 힐만 감독은 "수비 실책들이 좀 있었다. 그러나 우리 수비들을 믿고 있다. 강승호에게 갔던 공은 불규칙 바운드가 있었다. 내일 경기는 깔끔한 수비를 펼쳐주길 바란다"면서 "양의지 타구에 김성현의 실책은 백핸드로 잡았으면 어땠을까 생각했다. 실수가 나오기 전 두 번의 수비가 훌륭했다"고 질책보다 칭찬을 택했다.
이기면 자신의 공으로 돌리고 패할 경우 타인의 탓으로 돌리는 일부 지도자들이 코라 감독과 힐만 감독의 품격높은 인터뷰를 보면서 뭔가 깨달았으면 좋겠다는 건 기자 혼자만의 바람일까. /what@osen.co.kr
[사진] 알렉스 코라 감독-트레이 힐만 감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