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 건 바라지도 않고 예의는 지키면서 일하자."
'죽어도 좋아' 백진희가 면접자는 물론이고 직원들을 하찮게 생각하며 막말을 일삼는 면접관, 임원들에게 속시원한 일침을 날렸다.
백진희는 지난 8일 방송된 KBS 2TV 수목드라마 '죽어도 좋아'에서 안하무인 팀장 백진상(강지환 분)과 타임루프 때문에 속앓이를 하는 대리 이루다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죽어도 좋아'는 안하무인 백진상 팀장과 그를 개과천선 시키려는 이루다 대리의 대환장 오피스 격전기를 담은 드라마로, 첫 방송부터 직장인들의 공감 지수를 높이는 스토리와 코믹한 설정, 배우들의 호연 등으로 호평을 얻었다.

이날 방송에서도 이루다는 직장인이라면 공감할 상황과 심경으로 이목을 집중시켰다. 백진상 때문에 경찰서까지 다녀오고 사내 공개 사과까지 해야 했던 이루다는 최민주(류현경 분)의 진심 담은 감사 인사에도 울적한 마음을 떨쳐내지 못했다. '모 난 돌이 정 맞는다'는 말처럼 쥐 죽은듯이 사는 것이 제일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다.
게다가 이루다는 '연봉 동결, 복지 축소, 인사 평가 평균 3점 이하 권고' 등의 내용이 담긴 회사 내부 공문까지 보게 됐다. 직원들은 1도 생각하지 않는 회사의 민낯에 이루다는 회의감을 느끼고 이직을 꿈꿨다.

하지만 면접을 본 회사 역시 다를 것이 없었다. 면접자인 척 면접자들을 시험하고 있던 면접관(김선호 분)은 타임루프를 이용해 모든 관문을 통과한 이루다에게 "합격"을 외쳤다. 면졉자들이 원했던 건 협동 정신, 인성 위기 대처 능력이었지만 정작 본인들은 협동 정신을 발휘하지도, 좋은 인성을 갖추지도 못했다.
오히려 직원들을 무시하기 일쑤였다. 이에 화가 난 이루다는 그들에게 "사람 착하면 등쳐먹기 좋으니까. 그런데 댁들 인성은? 귀한 자식들에게 말하는 뽄새가 대단들 하다. 착한 건 바라지도 않고 예의는 지키면서 일하자"라고 말했다. 이어 "회사에 뽑을 만한 사람이 없다고 할게 아니라 이 회사에 그런 인재가 왜 안 오는지를 고민해야 할 것 같다. 이를테면 나 같은"이라며 이직을 포기했다.
입사를 위해 면접을 봤었던 이들이라면, 또 직장을 다니고 있는 이들이라면 어느 정도 공감되고 속이 뻥 뚫이는 일침이 아닐 수 없다. 회사는 전쟁터이고, 그 속에서 버티고 또 버티는 이들은 전우가 된다. 함께 고생하고 마음을 나누며 생기는 끈끈한 전우애가 가끔은 큰 위로가 되고, 또 다시 버틸 수 있는 힘을 준다. 이루다는 면접 사건을 통해 이를 깨달았고, 결국 이직을 포기하고 현 회사에서 남기로 했다.
도망치지 않고, 남에게 의지하지도 않는 주체적 여주인공의 탄생이다. 이루다가 앞으로 또 이룰 '사이다 명장면'을 기대하게 되는 순간이다. /parkjy@osen.co.kr
[사진] '죽어도 좋아'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