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보다 더 잘하기도 힘들어요”
박경완 SK 배터리코치는 팀의 주전 포수로 포스트시즌을 치르고 있는 이재원(30)의 활약에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단순히 제자라 그런 것은 아니다. 박 코치는 “경기를 잘 풀어가는 모습이 보인다”고 말한다. 투수 파트에서도 “이재원이 경기를 잘 이끌어가고 있다”는 칭찬을 한다. 두산의 뛰는 야구를 완벽하게 묶고 있기도 하고, 블로킹 등에서의 실수를 찾아보기도 쉽지 않다.
박 코치는 이재원의 볼 배합 등 전체적인 경기력에 대해 “완급조절을 하는 볼 배합이 잘 되고 있는 것 같다. 예전에는 모든 면에서 급하게 움직였다면, 지금은 여유 있게 움직인다”면서 “밖에서 보면 그런 점을 잘 생각하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내가 봤을 때는 확실히 좋아졌다. 상황에 따른 운영 능력이 좋다. 이보다 더 잘하기도 쉽지 않다”고 재차 강조했다.

실제 SK 마운드는 리그 최강팀인 두산을 상대로 4경기에서 평균자책점 3.09로 선방하고 있다. 평균자책점만 놓고 보면 두산(3.86)에 비해 더 좋다. 투수들의 분전이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지만, 이재원의 리드도 한 몫을 거든다는 게 박 코치의 생각이다.
수비력이 많이 좋아졌다는 호평도 아끼지 않는다. 박 코치는 “재원이가 예전보다 수비에 더 많은 신경을 쓴다. 자연적으로 더 안정적인 모습이 나오고 있다”면서 “상대에 양의지도 있지만, 양의지 못지않게 경기 운영을 잘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체력적·정신적 부분에서 모두 힘든 것이 있겠지만, 준비를 하는 것을 보면 의욕이 넘친다”고 흐뭇하게 바라봤다.
올해 한국시리즈 우승 여부를 떠나 이재원이라는 ‘포수’가 한 단계 성장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게 박 코치의 생각이다. 박 코치는 “한국시리즈 경험이 많은 선수이기는 하지만, 포수로서 한국시리즈는 처음이다. 돈으로 사지 못할 경험이다”면서 “나도 해봤지만 이는 엄청난 경험이 될 것이다. 스스로 고민을 하고 생각해서 나오는 부분이 있을 것이라 나도 웬만하면 건드리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타격에서도 서서히 살아나고 있다. 뒤꿈치 부상 탓에 힘을 완벽히 내기 어려운 상황에서도 점차 타격감을 끌어올리고 있는 이재원이다. 3차전에서 쐐기 투런포를 쳤고, 4차전에서는 팀 타선이 침묵하는 와중에서도 홀로 3안타를 치며 감각을 끌어올렸다.
상대 팀에는 리그 최고 포수인 양의지가 있다. 공·수에서 보여주는 안정감이 발군이다. 이재원으로서는 비교가 될 수밖에 없는 처지다. 하지만 이재원은 오히려 배운다는 생각으로 시리즈에 임하고 있고, 최선을 다해 뛰고 있다. 열세를 인정하면서도 최선을 다해 뒤를 밟겠다는 각오다. 양의지가 큰 경기 경험을 통해 국내 최고의 포수로 성장했음을 생각하면, 이재원이 쌓고 있는 이 가을의 경험도 의미가 적지 않다. /skullbo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