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형 감독 체제로 바뀐 뒤 두산은 어느덧 4번째 한국시리즈를 치르고 있다. 4번의 한국시리즈는 이미 가을야구의 경험이 축적될대로 축적됐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김태형호의 두산은 4번째 한국시리즈에서도 새로운 경험을 하고 있고, 그 속에서도 성장을 하고 있다. 지난 9일 열린 한국시리즈 4차전이 그 증거다.
두산은 지난 9일 인천 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SK와의 한국시리즈 4차전에서 8회초 터진 정수빈의 극적인 투런 홈런으로 2-1 역전승을 거뒀다. 이로써 두산은 시리즈 전적 2승2패 원점으로 만들면서 시리즈 장기화를 예고했다.
두산이 이날 승리를 거두면서 두산이든, SK든 한국시리즈 패권을 가져오기 위해선 6차전까지 치러야 하는 상황이 만들어졌다. 두산 입장에서는 일단 기사회생했다.

사실 올해까지 4년 연속 한국시리즈를 치르는 두산 입장에서는 올해의 한국시리즈가 생소할 수밖에 없다. 앞서 치른 3번의 한국시리즈에서는 사실상 일방적인 흐름 속에서 마무리됐다.
한국시리즈 연속 진출의 시작이었던 지난 2015년에는 삼성과의 결전에서 4승1패로 마무리했다. 당시 두산은 1차전을 내준 뒤 내리 4승을 따내면서 우승을 확정지었다. 삼성은 원정 도박 파문으로 임창용, 윤성환, 안지만이라는 핵심 전력이 엔트리에서 제외됐다. 온전한 전력으로 두산을 맞이하지 못했다. 결국 두산이 이 틈을 파고들어 시리즈를 완벽하게 지배했다.
2016년에는 NC와의 한국시리즈에서 4전 전승으로 끝냈다. 정규시즌 압도적인 우승 이후, 플레이오프를 거쳐서 올라온 NC를 압살했다. NC 토종 에이스 이재학이 당시 승부조작 연루 의혹이 일면서 엔트리에서 제외되는 상황이 있었지만 시리즈에 큰 영향을 줄 정도는 아니었다.
2017년 한국시리즈에서는 정규시즌 2위로 플레이오프를 거친 뒤 KIA를 상대로 업셋 우승을 노렸다. 하지만 1차전 승리 이후 내리 4경기를 내주면서 1승4패로 준우승에 머물렀다. 2차전에서 양현종에게 0-1 완봉패를 당하며 주도권을 넘겼고 일방적으로 무릎을 꿇었다.
두산이 치른 앞선 3번의 한국시리즈는 접전이라고 볼 수 없었다. 두산 입장에서 쉽게 시리즈를 잡아내던지, 아니면 맥 없이 시리즈를 내주던지 둘 중 하나였다. 현재 SK와 치르는 한국시리즈는 최근 두산이, 김태형 감독 부임 이후 경험하지 못했던 한국시리즈 유형이다.
정규시즌을 압도했던 두산이었다. 2위 SK와의 승차는 14.5경기였다. 하지만 정규시즌 SK와는 8승8패 동률이었다. 정규시즌의 양상이 한국시리즈까지 고스란히 이어지는 형국이다. 두산은 최근 단기전, 특히 한국시리즈에서는 지금의 양상이 익숙하지 않다.
김태형 감독은 4차전을 승리로 이끈 뒤 "최근 한국시리즈를 치르면서 시리즈 접전 경기는 선수들도, 나도 안해봐서 답답하다. 하지만 이것도 경험이다"면서 "좋은 분위기가 우리에게 올 것이라고 믿고 있다"고 말했다.
연이은 한국시리즈에서도 처음 경험하는 상황이다. '어우두(어차피 우승은 두산)'이라는 말로 느슨해질 수 있었다. 하지만 한국시리즈의 흐름이 두산이 생각했던 것과 다른 양상으로 이어졌다. 당황할 법 하지만, 시리즈의 분수령이 된 경기를 잡아냈다. 선수단 스스로 긴장감을 다잡는 계기가 됐다.
'우승 DNA'가 어쩌다 생긴 것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해야 하는 부담을 안고 있다. 앞서 우승을 차지했을 때 상대 팀들의 전력 누수가 있던 상황이었는데, 이번엔 두산의 전력 누수가 있다. 핵심 불펜 김강률이 한국시리즈 직전 미야자키 캠프에서 아킬레스건 부상을 당했고, 4번 타자 김재환도 지난 3차전을 앞두고 옆구리 근육 부상으로 전열을 이탈했다.
하지만 두산은 4차전을 승리로 이끌면서 그들은 증명해야 할 부분들을 하나씩 채워가고 있다. 압박감 속에 경기를 치르면서 서서히 타선의 컨디션도 살아나는 모양새. 두산은 이렇게 접전의 단기전을 치르면서 성장을 하고 있다.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