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타선으로서는 뭔가 해보지도 못하고 2경기가 지나갔다. 정신을 차려보니 시리즈 리드는 완전히 사라질 뻔했지만, 김성현이 해결사로 나섰다.
SK는 10일 인천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두산과의 한국시리즈 5차전에서 4-1의 짜릿한 역전승을 거뒀다. 3차전까지 2승1패로 앞서 있었던 SK는 5차전에서 기사회생하며 3승2패의 우세 상황에서 잠실로 향한다.
마운드는 2경기 모두 괜찮았다. 9일 4차전에서도 선발 김광현이 6이닝 무실점을 기록하는 등 마운드는 딱 2점을 내줬다. 10일 5차전에서도 박종훈이 악전고투 속에서도 5이닝 1실점으로 잘 버텼고, 앙헬 산체스, 김태훈으로 이어지는 계투진도 힘을 냈다. 역시 실점은 1점이었다. 2경기에서 3점을 내줬는데 2승을 기대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그러나 타선이 보조를 맞추지 못했다.

두산의 4·5차전 선발은 조쉬 린드블럼, 세스 후랭코프로 올 시즌 정규시즌에서 위용을 떨친 선수들이었다. 분명 치기 쉽지 않은 선수들이다. 실제 SK는 4차전에서 13개, 5차전에서 12개의 삼진을 당했다. 그러나 그 삼진을 당하는 과정이 문제였다. 개수보다는 삼진의 질이 너무 좋지 않았다.
어차피 두 선수를 상대로 연속안타를 터뜨려 득점을 내기는 쉽지 않다. 타격의 정확도가 두산에 비해 떨어지는 SK로서는 장기인 한 방으로 승부를 보는 것이 더 나은 선택지였다. 이 과정에서 삼진을 당할 수는 있다. 하지만 어떠한 명확한 플랜을 가진 상황에서 삼진을 당하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은 차이가 있다. 트레이 힐만 감독이 강조하는 ‘타격 플랜’의 문제다.
확실한 노림수가 있고, 원하는 구종이 들어오면 자신감 있게 방망이를 내야 한다. SK의 홈런이 포스트시즌에서 계속해서 터진 비결이었고, 그 홈런이 팀을 승리로 이끌었다. 이 과정에서 당하는 삼진은 어쩔 수 없다. 그러나 지난 2경기에서 SK 타자들은 아웃카운트를 너무 쉽게 헌납하면서 오히려 두산 마운드의 기만 살려줬다.
5차전에서도 이런 약점이 도드라졌다. 이날 후랭코프와 양의지 배터리는 사실 우타자 바깥쪽, 좌타자 몸쪽 승부라는 큰 줄기를 가지고 들어갔다. 이 코스를 결정구로 쓰기 위해 볼 배합을 가져가는 양상이 뚜렷했다. 하지만 SK 타자들은 같은 패턴에 계속 당했다. 투구수를 늘리지 못한 것은 그렇다 치더라도, 공격적으로 배트를 내지도 못하고 끌려간 셈이다.
그러나 의외의 지점에서 한 방이 터지며 SK를 구했다. 김성현이었다. SK는 0-1로 뒤진 7회 선두 정의윤이 안타를 치고 나갔고, 강승호가 희생번트를 대 주자를 2루에 보냈다. 여기서 김성현이 좌중간을 가르는 적시 2루타를 쳐 ‘0’의 침묵에서 벗어났다. 상대적으로 장타가 적은 김성현 타석이라 두산이 외야수들을 당겼는데 이것이 득이 됐다.
중계 플레이에서도 실수가 나오며 김성현이 3루까지 갔고, 김강민이 바뀐 투수 이영하를 상대로 좌익수 희생플라이를 치며 경기를 뒤집었다. 기세가 오른 SK는 8회 김재호의 실책을 등에 업고 만든 득점권 상황에서 박정권이 중전 적시타를 치며 1점을 더 추가, 승기를 잡았다. /skullboy@osen.co.kr
[사진] 인천=이대선 기자 /sunda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