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둥지둥이었다. 두산 수비의 집중력은 하루 만에 사라졌다.
두산은 10일 인천 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한국시리즈 5차전 SK와의 경기에서 1-4로 역전패를 당했다. 이로써 두산은 전날(9일) 경기에서 시리즈 2승2패 원점으로 만들었지만 다시 허무하게 역전패를 당하면서 시리즈 전적 2승3패로 다시 몰리게 됐다.
이날 두산은 3회초 정진호의 기습적인 솔로포로 리드를 잡았다. 하지만 이후 추가점을 뽑아내지 못했다. 살얼음판 리드를 이어가야 했다. 불안한 1점의 리드였다. 1회와 2회, 7회 3번의 병살타가 나왔고, 4회초에는 2사 만루 기회를 살리지 못했다.

점수 차를 벌리지 못하면서 두산은 결국 지키는 쪽으로 경기 운영을 펼쳐야 했다. 그나마 선발인 세스 후랭코프가 호투를 펼치고 있었다. 하지만 7회 선두타자 정의윤에 중전 안타를 허용했고, 강승호에 희생번트를 대주면서 1사 2루 위기에 몰렸다. 두산 벤치는 후랭코프를 더 믿었다. 그리고 벤치는 외야진에게 전진 수비를 지시했다. 단타가 나왔을 시 2루 주자를 들여보내지 않는 쪽을 택했다. 위험 부담이 있었지만 1점을 지키기 위한 과감한 선택이었다.
과감함과 무모함은 한 끗 차이였다. 1사 2루에서 김성현을 맞이했다. 김성현의 펀치력을 무시할 수는 없었지만, 땅볼 유도가 많은 후랭코프의 역량을 믿어야 했다. 하지만 그 믿음은 산산조각 나버렸다. 김성현은 좌중간으로 깊은 타구를 보냈고, 전진해 있던 중견수 정수빈과 좌익수 정진호가 전력질주해 타구를 쫓아갔지만, 워닝트랙 부근에 타구가 떨어졌다. 스피드와 타구 판단이 좋은 정수빈이라도 그 타구를 처리하기엔 무리가 있었다. 결국 2루 주자를 홈으로 불러들여 동점을 허용했다. 과감한 선택은 결국 과욕이 낳은 무모한 선택으로 변질됐다.
하지만 두산 외야진의 실수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김성현을 2루까지 보낸 것은 어쩔 수 없었다. 하지만 좌익수 정진호가 타구를 더듬기도 했고, 중계플레이 과정에서 송구를 커트맨에게 제대로 보내지 못했다. 송구가 느리게 흘러가면서 김성현은 그 사이를 틈타 3루까지 진출했다.
결국 희생플라이 하나 만으로도 추가 실점을 허용할 수 있는 상황으로 변했고 김강민에게 좌익수 희생플라이를 내줬다. 1-1 동점에서 막을수 있던 상황이 1-2로 역전된 상황이 만들어졌다. 이 점수가 두산에는 치명적이었다. 어렵사리 끌어오던 리드가 사라지자 두산은 무너졌다.
8회말 수비에서는 SK 쐐기점에 빌미를 제공했다. 선두타자 최정의 뜬공 타구를 유격수 김재호와 3루수 허경민이 서로 미뤘고, 콜플레이 미스로 김재호가 타구를 놓치는 실책을 범했다. 두산은 그렇게 스스로 자멸했다.
전날(9일) 열린 4차전 경기에서 허경민과 류지혁의 호수비로 경기를 잡아냈던 두산이었다. 두산다운 집중력을 선보이는 듯 했다. 그러나 두산다운 집중력은 하루 만에 소멸됐다. /jhrae@osen.co.kr

[사진] 인천=이대선 기자 sunda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