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가 한국시리즈 우승에 1승을 남겼다. 역투를 거듭하고 있는 김태훈(28·SK)은 차분하게 마지막 일전에 대비하고 있다.
김태훈은 올 시즌 SK의 가을야구에서 최고의 활약을 펼치는 선수 중 하나다. 정규시즌 불펜의 핵심으로 활약한 김태훈은 그 기세를 포스트시즌으로 이어가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첫 포스트시즌 출전이라 다소간 불안감도 있었지만, 기세와 구위로 경험 부족을 이겨내고 있다. 김태훈이 없었다면 SK가 여기까지 올 수 없을 것이라 이야기해도 섭섭한 말은 아니다.
넥센과의 플레이오프 4경기에서 3⅓이닝을 던지며 무실점으로 호투한 김태훈은 두산과의 한국시리즈에서도 무실점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10일 열린 5차전에서는 7회 등판, 2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으면서 감격적인 포스트시즌 첫 승도 챙겼다. 한국시리즈 3경기에서는 5⅔이닝 동안 실점이 없다.

정규시즌에서 61경기에서 9승3패10홀드 평균자책점 3.83을 기록했던 김태훈은 5차전이 끝난 뒤 “포스트시즌에서 1승을 더해 올 시즌 10승을 채웠다”고 빙그레 웃었다. 물론 정규시즌 기록과 합산할 수는 없지만 선수 개인적으로는 2018년에 남긴 소중한 의미다. 김태훈은 8회 위기상황에 대해 “손혁 코치님께서 ‘지금 네 운이라면 무조건 막으니 걱정하지 말라’고 조언해 주신 것이 큰 도움이 됐다”고 고마워했다.
김태훈의 포스트시즌 활약은 올 시즌을 넘어 리그 역사를 따져도 상위권에 속한다. 2000년 이후 단일 포스트시즌에서 '7경기 9이닝 이상'을 던진 불펜투수 중 평균자책점 0을 기록한 투수는 손가락에 뽑을 정도다. 가장 근래에는 2015년 이현승(두산)이 기록했고, 2004년 조용준(현대), 2012년 박희수(SK) 등 사례가 별로 없다. 김태훈의 투구는 느낌뿐만 아니라 기록적으로도 대단함이 입증된다.
정규시즌에 선발과 불펜을 오가며 94이닝을 던진 김태훈이다. 당연히 체력적으로 힘든 상황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김태훈은 “힘든 건 없다”고 잘라 말한다. 김태훈은 “최근 투심패스트볼을 주로 던지고 있다. 아무래도 (포심보다는) 체력 소모가 덜하다”면서 “투심으로 땅볼을 유도하는 경우가 많아 투구수도 절약이 되고 있다”고 호투의 원동력을 뽑았다.
SK는 3승2패를 기록, 이제 잠실에서 열릴 6·7차전 중 한 경기만 잡아도 8년 만에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한다. 포스트시즌이 시작되기 전 “12경기에 모두 나간다는 마음가짐으로 임한다”고 공언했던 김태훈도 “이제 1경기가 남았다.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 끝까지 던지겠다”고 숨을 고른다.
지금까지 잘 던졌다고 해도 마지막 순간 삐끗하면 안 된다. 자신의 업적에도 흠집이 생기고, 김태훈이 무너진다는 것은 SK의 우승 확률이 떨어진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김태훈도 이를 잘 알고 있다. 지친 기색 없이 앞을 조준하는 김태훈이 한국시리즈의 중심에서 마지막 일격을 준비하고 있다. /skullbo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