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국종 교수가 한국의 안타까운 의료현실에 대해 이야기 했다.
10일 오후 방송된 KBS 2TV ‘대화의 희열’에서는 외상외과 전문의 이국종의 이야기가 그려졌다.
이국종 교수는 아덴만의 여명 작전 중 총상을 입은 석해균 선장을 살려내며, 탈북한 병사의 수술을 맡으며 전 국민의 주목을 받은 인물로 우리나라에서는 생소했던 외상외과라는 분야를 개척한 것은 물론, 1분 1초가 급한 환자들을 위해 불철주야 노력하는 의사로 대중의 존경과 사랑을 받고 있다.

유희열은 “역대 가장 모시기 힘든 게스트이자 대한민국에서 가장 바쁜 사람 중 한 명”이라고 소개했다. 이날 녹화는 그간 카페 등지에서 진행된 것과는 달리 갑작스러운 상황이 발생할까봐 카페가 아닌 외상센터 옥상에서 진행됐다.
이날도 녹화 전 헬기로 환자를 이송해 수술을 마치고 정리 후 녹화에 참여한 이국종 교수는 녹화중 코드 블루가 발생해 녹화가 중단되는 상황에 이르렀다. 잠시 병원으로 내려가 상황을 정리하고 온 이국종 교수는 “환자상태가 초단위로 변하니까 그 다음날 조금 자놓지 않으면 3~4일을 못쉬고 환자를 봐야하는 상황이 생기기도 한다. 예전에는 버텼는데 요즘에는 못 버티겠더라”는 고충을 털어놨다.
이 교수는 어린 시절에 썩 좋은 기억들이 별로 없다며 “제가 나안시력이 좀 괜찮았다면 사관학교를 갔을 것 같다. 학비가 해결되니까. 의사를 꿈꾼다는 게 누구나 그렇듯이 의사가 되면 경제적으로 안정되고 환자를 돌보는 일 자체가 좋은 일 하는 거니까. 저희 동네에 좋은 의사선생님들이 많았다. 연속성이 없었던 것 같다. 그 때 그 때 임기응변으로 때워나가다보니까 이렇게까지 온 것 같은 느낌이 든다”고 의사가 된 계기를 전했다.
외과를 선택한 이유로는 “저희 때도 외과는 인기가 없었다. 환자의 생사와 직결되기 때문에 부담이 크다. 그럼에도 외과를 간 것은 친구 때문이었다. 그 친구 아니었으면 대학을 제대로 못 다닐 정도였다. 그 친구가 외과에서 혼자 고생을 하더라. 그 친구가 같이 하자고 해서 외과에 가게 됐다”며 그 중에서도 외상외과의가 된 것은 “외상외과의를 하기 전에 독일에 살 뻔 했다. 제가 미세수술 같은 것을 잘했는데 독일 암센터에서 스카우트를 제의했다. 거의 갈 뻔 했었다. 프로젝트가 더 진행이 안 돼서 못 가게 되고 일자리를 알아보기 시작했다. IMF 끝무렵이라 의사도 취업이 힘들었다. 자리를 돌고 돌다가 교수님의 제의를 받아 외상외과까지 오게 된 거다. 이걸 계속한다는 건 상상을 못했다”고 설명했다.

외상외과에서 다루는 환자는 내부장기 파열, 팔다리 절단, 과다 출혈 등 1시간 안에 수술적 치료가 필요한 환자들. 그 1시간이 골든아워이지만 한국의 현실은 최장 7시간이다. 이 교수는 “환자를 가장 빠르게 만날 수 있는 수단이 헬기다. 날아다니는 응급실이다. 그래서 선진국일수록 하늘에 뭐가 많이 떠다닌다”고 밝혔다.
이국종 교수는 7년 만에 닥터헬기를 받게 됐지만 문제는 여전히 남아있다. 이국종 교수는 “저희가 연간 300여 차례 출동하는데 43%가 야간비행이다. 기존의 닥터헬기는 야간에 출동하지 못하게 되어 있는데 소방 헬기는 야간에 뜰 수 있어 소방헬기를 타고 다닌다”고 말해 놀라움을 자아냈다.
최근 닥터헬기에 관한 민원이 이슈를 모은 가운데 그는 “민원이 들어오는 것도 그렇지만 조직 내에서 지시가 더 힘 빠지게 한다. 너 때문에 여기 있는 환자분들이 힘들어한다며 병원 내에서 몰린다. 그런데 정작 환자나 보호자 분들은 한 번도 뭐라고 하신 적이 없다. 오히려 환자분들은 이해를 잘 해주신다. 데시벨을 측정해보면 구급차 사이렌과 비슷하다. 사회 분위기인 것 같다”고 전했다.
심지어 헬기에 환자를 실어도 착륙할 병원이 부족한 상황. 또한 이 교수는 “헬기를 타는 의료진들은 보험 혜택은 커녕 오히려 각서를 쓴다. 다치거나 사망하더라도 국가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겠다는 내용이 담긴 각서”라고 밝혀 안타까움을 더했다.
이국종 교수는 문제제기를 하는 것에 대해서도 갈등이 많다며 “문제제기는 누구나 할 수 있는데 솔루션을 내놓아야한다. 제가 이 기관에 몸을 담고 있기에 어떻게든 세계 표준에 맞추자 한다. 그런데 결국 그건 동료들을 쥐어짜는 거다. 최근 지표들은 세계 표준에 근접하다 하지만 이건 지속 가능하지 않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시스템이 비적인데 이 일을 하는 이유에 대해 “그냥 직장생활이니까. 직장생활 하는 게 답답하다고 다 관둘 수는 없지 않나. 숭고하다는 말은 저한테 쓸 말은 아니다. 어느 직장생활이든지 다 나름의 애로가 있을 거다 제가 특별한 일을 한다는 생각은 없다”고 겸손하게 말했다. /mk3244@osen.co.kr
[사진] ‘대화의 희열’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