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S] 두산 계산 깨뜨린 박종훈, SK의 KS 숨은 공신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8.11.11 11: 02

승리는 없었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공헌도가 있었다. 박종훈(27·SK)의 첫 가을은 나름대로의 수확과 함께 끝날 분위기다.
박종훈은 두산과의 2018년 한국시리즈 두 경기에 등판, 9⅓이닝을 던지며 평균자책점 2.89를 기록했다. 10일 열린 5차전에서 84개의 공을 던져 남은 경기 등판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이지만, 일단 자신의 몫은 다 했다고 볼 수 있는 시리즈였다.
자신의 승리는 없지만 등판한 두 경기에서 모두 팀이 이겼다는 점에 만족하는 박종훈이다. 투구 내용이 완벽한 것은 아니었으나 실점을 최소화하며 팀이 따라갈 시간을 벌어준 셈이 됐다. 특히 매치업이 중요했다.

플레이오프에서 5경기를 치른 SK는 5차전에 김광현과 메릴 켈리를 모두 활용했다. 한국시리즈 1차전 선발의 중책을 박종훈이 맡았다. 상대는 두산 에이스 조쉬 린드블럼이었다. 박종훈은 이날 4⅓이닝 동안 3실점했지만, 위기 상황에서 대량실점을 하지 않으며 일단 경기 중반까지 대등한 승부를 만들었다. SK는 결국 박정권의 투런포로 역전에 성공한 끝에 7-3으로 이겼다.
5차전에서도 역시 상대 외국인 선수였던 세스 후랭코프와 맞대결을 벌였다. 매 이닝 주자를 내보내며 고전했으나 1·2회 각각 병살타를 유도하며 버텼다. 숱한 위기에도 불구하고 5이닝을 1실점으로 막았다. 큰 경기에서는 때로 내용보다 결과가 더 중요할 때가 있다. 1실점으로 버틴 박종훈 덕에 SK는 반격의 기회를 노릴 수 있었고, 결국 4-1 역전승을 따냈다.
두산으로서는 린드블럼과 후랭코프가 필승 카드다. 외국인 선수가 나올 때는 무조건 이겨야 한다. 그런 상황에서 박종훈이 끈질기게 버티며 두산의 계획을 저지한 것이다. 개인적인 승부에서 이기지는 못했지만, 팀이 이기면서 마지막에 웃은 것은 박종훈이었다. 첫 포스트시즌이라 긴장을 많이 한 것을 치고는 나쁘지 않은 성적으로 가을을 마감할 기세다.
박종훈은 지난해 처음으로 두 자릿수 승수(12승)을 따내더니 올해는 14승을 기록하며 리그 정상급 선발투수로 발돋움했다.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도 나가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여기에 포스트시즌에서도 경험을 쌓았다. 한 단계 더 나아갈 발판을 마련했다고 볼 수 있다. 이제 팀이 한국시리즈 우승만 하면 박종훈의 2018년은 완벽하게 끝날 수 있다. /skullbo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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