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말이었다. LG 유니폼을 입은 강승호는 기운이 없었다. 1할대 타율과 수비 실책이 거듭되면서 자신감을 잃었다. 그는 "9번이니까 수비만 잘해도 된다고들 한다. 그래도 타율 2할5푼은 쳐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며칠 뒤 강승호는 2군으로 내려갔고, 더 이상 LG 유니폼을 입고 1군에 올라오지 못했다.
'새옹지마'였다. 강승호는 2군에 머물다 7월말 SK로 트레이드됐다. 이적하자마자 SK 내야에서 기회가 주어졌고 달라진 모습으로 SK 내야진에 활기를 불어넣었다. 이적후 37경기에서 타율 3할2푼2리 2홈런 21타점 OPS .846를 기록했다. SK는 2위로 시즌을 마쳤다.
데뷔 후 처음으로 포스트시즌에 출장했고, 11월 두산과 한국시리즈에서 강승호는 '복덩이'다. 강승호가 선발 출장한 3경기에서 SK는 모두 승리했다. 강승호가 출장하지 못한 2차전과 4차전은 졌다. 기묘한 행운이다.

# 1차전= 3루수 선발 출장
최정의 팔꿈치 통증으로 강승호는 9번 3루수로 생애 첫 한국시리즈에 출장했다. 자기 몫을 100% 이상 해냈다. 특히 수비에서 2회 무사 1루에서 최주환의 잘 맞은 타구는 3루 선상을 빠지는 듯 했으나 백핸드로 잘 잡아내 2루로 재빨리 던져 선행 주자를 아웃시켰다. 5회 무사 2루에서도 박건우의 강한 타구를 잘 잡아 2루 주자를 묶고 1루로 아웃시켰다.

안타는 없었지만, 4-3으로 앞선 7회 무사 1루에서 침착하게 보내기 번트를 성공시켰다. 2루로 간 주자는 이후 득점을 올려 강승호의 번트가 디딤돌이 됐다 5-3으로 앞선 9회 선두타자로 나와 침착하게 볼넷을 골라 출루, 좌전 안타 때 1루에서 3루까지 기민하게 내달렸다. 쐐기 득점까지 올렸다.
# 3차전= 2루수 선발 출장
2차전에서 결장한 강승호는 이번에는 9번 2루수로 선발 출장했다. 6회 1사 후 실책으로 주자를 내보내 1사 만루 위기의 빌미를 제공하는 실수를 했다. 다행이 켈리가 투수 땅볼로 홈에서 아웃, 외야 뜬공으로 위기를 넘겼다. 이후 강승호는 7회와 8회는 땅볼 타구와 직선 타구를 잘 잡아 아웃시켰다.
공격에선 2회 2사 후 볼넷을 골라 출루했고, 후속 타자의 안타로 3루까지 진루했다. 한동민의 내야 안타로 팀의 4번째 득점을 올렸다. 3타수 1안타 1볼넷 1득점으로 기본 이상은 했다.
# 5차전= 2루수 선발 출장
4차전에서 출장 기회가 없었고, 5차전 9번 2루수로 나섰다. 2타수 무안타 2삼진으로 성적이 별로라고 보이겠지만, 귀중한 희생 번트 2개를 착실하게 성공시켰다. 5회 무사 1루, 7회 무사 1루에서 두 차례나 희생 번트로 주자를 2루로 보냈다. 5회는 후속 타자들이 범타로 물러났지만, 7회에는 김성현의 좌중간 동점 2루타와 역전극의 디딤돌이 됐다.

1회와 7회 내야 땅볼을 잡아 병살타로 처리했고, 9회 1사 1,2루에서 정진호의 직선 타구를 잘 잡아서 2루로 던져 더블 아웃으로 승리를 마무리 지었다. 2루에서 실책 없는 깔끔한 수비를 펼쳤다.
넥센과 플레이오프 5차전, 강승호는 2루수로 출장해 9회 2사 2루에서 서건창의 땅볼 타구를 잡아 1루로 던진 것이 그만 송구 실책이 되면서 9-7까지 쫓겼다. 이후 박병호의 투런 홈런이 터지면서 강승호의 실책은 뼈아팠다. SK의 극적인 연장 끝내기 승리로 강승호의 실수는 묻혔다.
큰 액땜을 한 강승호는 한국시리즈에서 큰 실수없이 자기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3경기에서 타율 1할4푼3리(7타수 2안타)이지만 희생번트 3개, 볼넷 2개가 있다. 9번타자를 고려하면 무난하다. 6차전 강승호는 다시 선발 출장 기회를 잡을까. /orang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