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의 희열’ 이국종 교수, 이 시대의 진정한 의사 [어저께TV]
OSEN 지민경 기자
발행 2018.11.11 07: 01

 이국종 교수가 외상외과 의사로서 한국 의료계의 안타까운 현실을 꼬집었다.
지난 10일 방송된 KBS 2TV ‘대화의 희열’에서는 마지막 10번째 대화 주인공으로 외상외과 전문의 이국종이 출연해 다양한 이야기를 전했다.
“역대 가장 모시기 힘든 게스트”라는 유희열의 말처럼 이날 방송에서는 쉬는 시간이라고는 없는 것 같은 이국종 교수의 일상을 살짝 엿볼 수 있었다. 그간 ‘대화의 희열’이 카페 등지에서 녹화를 진행한 것과 달리 이날 방송은 갑작스러운 상황이 발생할 것에 대비해 이국종 교수가 근무하는 외상센터 옥상에서 진행됐다.

이날 이국종 교수가 전한 우리나라 의료계의 현실은 시청자들에게 답답함을 넘어 분노를 자아냈다. 닥터헬기부터 외상센터까지 지원과 협조 없이 고군분투하는 이국종 교수의 이야기는 충격과 안타까움을 전했다.
외상외과에서 다루는 환자는 내부장기 파열, 팔다리 절단, 과다 출혈 등 1시간 안에 수술적 치료가 필요한 환자들로 그 1시간이 골든아워이지만 한국의 현실은 최장 7시간. 이 교수는 “환자를 가장 빠르게 만날 수 있는 수단이 헬기다. 날아다니는 응급실”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닥터 헬기가 있어도 이를 운용하는 것은 쉽지 않은 상황.
이국종 교수는 7년 만에 닥터헬기를 받게 됐지만 문제는 여전히 남아있다. 닥터 헬기는 야간에 출동하지 못하는 것. “저희가 연간 300여 차례 출동하는데 43%가 야간비행이다. 기존의 닥터헬기는 야간에 출동하지 못하게 되어 있는데 소방 헬기는 야간에 뜰 수 있어 소방헬기를 타고 다닌다”고 설명했다.
닥터 헬기를 향한 민원도 또 다른 문제다. 이 교수는 “민원이 들어오는 것도 그렇지만 조직 내에서 지시가 더 힘 빠지게 한다. 너 때문에 여기 있는 환자분들이 힘들어한다며 병원 내에서 몰린다. 그런데 정작 환자나 보호자 분들은 한 번도 뭐라고 하신 적이 없다. 오히려 환자분들은 이해를 잘 해주신다. 데시벨을 측정해보면 구급차 사이렌과 비슷하다. 사회 분위기인 것 같다”고 전했다.
이어 이 교수는 “헬기를 타는 의료진들은 보험 혜택은 커녕 오히려 각서를 쓴다. 다치거나 사망하더라도 국가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겠다는 내용이 담긴 각서”라고 밝혀 충격을 안겼다. 그는 “의료계에서도 이야기가 많다. 일단 시스템부터 만들고 시작해야지 라고 하지만 저는 일단 시작을 해놓은 거니까”라고 덧붙였다.
또한 외상센터 역시 적자를 내고 있어 미래를 알 수 없는 상황. 이 교수는 “병원 입장에서는 이 정도 규모를 투자했으면 다른 분야에서 어마어마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 하지만 그럼 처음부터 이걸 하지 말던지 정부가 지원을 한다니까 당시에는 경쟁도 붙었다”고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외상센터가 설립되고 처음에는 혼자서 일을 했다는 이 교수는 “그동안에도 한 두 명씩 외상센터에 찾아온 후배들이 있었지만 오히려 돌려보냈다. 제가 언제까지 이걸 할지 모르겠는데 저 편하자고 아랫사람 받으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현재는 뜻이 맞는 사람들이 하나 둘 모여 300여 명이 근무하고 있는 상황.
이 교수는 자신잉 문제 제기를 계속하는 것에 대해서도 고민이 많다며 “문제제기는 누구나 할 수 있는데 솔루션을 내놓아야한다. 제가 이 기관에 몸을 담고 있기에 어떻게든 세계 표준에 맞추자 한다. 그런데 결국 그건 동료들을 쥐어짜는 거다. 최근 지표들은 세계 표준에 근접하다 하지만 이건 지속 가능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국종 교수는 이렇게 힘든 길을 계속해서 나아가는 이유가 무엇일까. 그는 “그냥 직장생활이니까”라는 의외의 답을 내놓았다. 그는 “직장생활 하는 게 답답하다고 다 관둘 수는 없지 않나. 숭고하다는 말은 저한테 쓸 말은 아니다. 어느 직장생활이든지 다 나름의 애로가 있을 거다 제가 특별한 일을 한다는 생각은 없다”고 겸손하게 말했다.
이처럼 본인의 겸손에도 불구하고 이국종 교수는 우리나라 의료계에 없어서는 안 될 인물로 방송을 본 후 시청자들은 존경스럽다와 감사하다는 반응을 쏟아냈다. 쉽지 않은 현실 속에서도 자신의 길을 묵묵히 걷는 이국종 교수의 이야기는 많은 이들에게 귀감이 될 듯하다. /mk3244@osen.co.kr
[사진] '대화의 희열' 방송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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