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한국시리즈 업셋이 눈앞에 왔다.
포스트시즌의 묘미는 하위팀 반란이다. 단기전 특성상 하위팀이 상위팀을 잡는 이변이 종종 연출된다. 이를 두고 미국은 '업셋(Upset)', 일본은 '하극상(下剋上)'이란 표현을 쓴다. 가을야구의 끝자락인 한국시리즈에도 종종 업셋 또는 하극상이 일어나곤 했다.
역대 KBO 한국시리즈(KS)에선 총 5차례 이변이 있었다. 지금 같은 단일리그 체제에선 4차례 있었다. 1989년 해태, 1992년 롯데, 2001년 두산, 2015년 두산이 KS에 직행한 팀들을 꺾었다. 1989·1992년은 빙그레, 2001·2015년은 삼성이 이변의 희생양이었다.

1989년 정규리그 1위였던 빙그레는 2위 해태에 5.5경기 차이로 앞섰지만 KS에서 1승4패로 무릎 꿇었다. 1차전 승리 후 4경기를 내리 패했다. 1992년에는 3위로 준플레이오프(준PO)-플레이오프(PO)에서 힘을 빼고 온 롯데에 1승4패로 허무하게 졌다. 정규시즌 롯데와 승차가 무려 11경기였지만 KS에선 아무 의미 없었다.
2001년에는 삼성이 정규시즌을 지배했다. 2위 현대를 6.5경기차, 3위 두산을 13.5경기 차이로 따돌렸다. 그러나 KS에서 준PO-PO를 거친 두산에 2승4패로 덜미를 잡혔다. 역대 최다 승차 업셋. 2015년에도 삼성은 3위 두산에 정규시즌에 9경기를 앞섰으나 KS에서 1승4패로 패퇴했다. 당시 삼성은 주축 투수 윤성환·안지만·임창용이 해외 불법도박 여파로 엔트리에 제외된 악재가 있었다.

올해 KS도 역대급 업셋이 눈앞에 다가왔다. 정규시즌 1위로 KS를 직행한 두산이 5차전까지 SK에 2승3패로 밀리며 벼랑에 몰린 것이다. 넥센과 PO 최종 5차전 혈전을 치른 SK가 체력적인 열세에도 불구하고 무서운 상승세를 타며 두산을 몰아붙이고 있다.
두산은 시즌 때 SK에 무려 14.5경기차로 앞섰다. 단일리그 체제에서 1~2위 승차가 이렇게 벌어진 적이 없었다. 역대 최다 승차 1위. 역대 한 시즌 최다승 타이 93승을 거둘 정도로 정규시즌은 압도적이었지만 KS에 와선 이변의 희생양이 될 위기에 놓였다.
두산에는 KS 2경기가 더 남아있다. 12~13일 잠실구장 홈에서 치러질 6~7차전을 모두 잡으면 4승3패 역전 우승이 가능하다. 두산이 벼랑 끝에서 정규시즌 1위의 자존심을 지킬지, 아니면 SK의 역대 최다 승차 업셋 우승 희생양이 될지 지켜볼 일이다. /waw@osen.co.kr
[사진] 인천=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 최규한 기자 dreamer@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