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급하게 준비는 안하려구요."
올 시즌 롯데 자이언츠의 수확 중 하나는 2차 드래프트를 통해서 건너온 구원 투수 오현택(33)의 재기 성공이었다. 오현택은 올 시즌 팀 경기 수의 절반인 72경기(64⅔이닝)에 등판해 3승 2패 25홀드 평균자책점 3.76의 성적을 남겼다. 롯데로 이적한 뒤 첫 시즌, 전성기에 버금가는 활약으로 생애 첫 홀드왕 타이틀을 따내기도 했다.
지난 2015년과 2017년, 두 차례 팔꿈치 뼛조각 제거 수술을 받으며 자취를 감췄던 그였다. 2차 드래프트를 시작하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잊혀진 이름이 되는 듯 했다. 하지만 오현택은 보란듯이 재기에 성공해 화려하게 부활했다.

오현택은 시즌이 끝난 뒤 휴식을 취하면서 회복 훈련에 돌입했다. 부산 동의과학대 스포츠재활센터에서 진행된 회복 컨디셔닝캠프에서 만난 오현택은 "2년을 쉬고 복귀해서 안 좋을 때도 있었지만. 이루고자 했던 목표인 홀드왕을 달성했다. 나름대로 괜찮은 시즌이었다"면서 "프로 11년 째 개인타이틀을 한 번도 못했다. 시즌 중반때까지는 잘 몰랐지만 홀드 숫자가 많아서 목표를 삼게 됐다"고 말했다.
필승조의 일원으로 자리 잡았고 홀드왕을 차지하며 재기에 성공했지만, 그래도 그의 시선은 아쉬웠던 시기로 향했다. 아무래도 긴 공백기와 잦은 등판이 그의 발목을 잡았다. 그는 "체력적 요인이 가장 컸던 것 같다"면서 쉬었던 기간도 길었는데 경기도 자주 나갔다. 구종이 단조로운데 힘까지 떨어졌으니 공도 밋밋했다"고 되달아봤다.
좌우타자 상대 극단적 격차(우타 피안타율 0.234 / 좌타 0.355)도 아쉬웠던 부분. 그는 "좌타자한테 더 집중해서 던지긴 했는데 결과가 좋지 않았다"고 말했다. 구종 추가에 대한 부분도 고민할 법 했지만 과거의 시행착오가 딜레마이기도 하다. 그는 "두산 시절에도 체인지업을 연습했다. 그런데 슬라이더랑 반대로 휘는 체인지업을 구사하니 슬라이더의 예리함이 떨어졌다. 두 개 다 어정쩡한 것 보다는 강점을 더 살리려고 했다"고 덧붙였다.
여러 아쉬운 점이 있다고 하더라도 오현택은 '2차 드래프트 성공 신화'를 썼다. 그는 "부산 생활이 너무 좋다. 선수들도 잘해준다"면서 롯데에, 부산에 확실하게 정착했다.
다만, 올해 오현택의 활약에도 팀은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했다. "어느 선수나 가을야구 하고 싶은 것은 같다. 지난해는 3위로 올라갔지만 올해는 성적이 따라주지 않았는데, 선수들은 무엇이 잘못됐는지 잘 알 것이다"는 오현택이다. 이어 그는 "올해는 올해대로 잊고 내년을 잘 준비하면 된다. 우리 팀 구성이 절대 나쁘지 않다"고 강조했다.
동의과학대 회복 컨디셔닝캠프에 참가해 기초 체력 운동과 필라테스, 수영 등의 회복 훈련을 치른 것은 올해의 피로를 모두 잊고 내년을 준비하기 위한 시작점이다. 최대한 회복에 집중한 뒤 투구 훈련 시점도 최대한 늦게 잡을 생각이다.
오현택은 "사실 올해 많이 던져서 불안감은 없지 않다다. 그래서 공을 최대한 늦게 잡을 생각이다"면서 "12월 말까지는 기초 체력과 밸런스 훈련에 집중할 예정이다. 작년에는 팀을 옮기느라 준비 기간이 짧았지만 올해는 제대로 준비할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그렇다고 성급하고 무리하게 준비하진 않을 것이다"고 전했다. 조심스러우면서 확실하게 몸을 만들겠다는 의지다.
비시즌 준비도 준비지만, 일단 오는 19일 열리는 KBO 시상식에 참가해 홀드왕 트로피를 받는 오현택이다. "시상식에 처음 가본다. 갑자기 연락을 받았는데, 비시즌에 약간 살이 찐 것 같아서 기존에 있던 정장이 안 맞더라. 그래서 정장을 새로 맞췄다"면서 "수상 소감은 생각해보지 않았는데, 생각나는대로 짧고 굵게 하려고 한다"며 웃었다.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