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31)의 내년 시즌 운명을 결정할 디데이가 다가왔다. 본인이 스스로 내리는 결정이다. 과연 고뇌 끝에 류현진은 정답을 찾을 수 있을까.
지난 3일(이하 한국시간) 원 소속 구단 LA 다저스로부터 퀄리파잉 오퍼(QO)를 받은 류현진. 이제 13일이면 QO를 수용할 지, 아니면 거부하고 프리에이전트 시장에 나가서 자신의 가치를 평가받을 지 결정을 내리게 된다.
만약 QO를 수용한다면 메이저리그 상위 125명 연봉의 평균인 1790만 달러에 1년 계약을 맺고 내년 FA 시장을 기약하게 된다. FA 재수를 택하는 셈이다. 반면, 거부할 경우에는 시장의 평가에 따라 내려진 금액으로 계약을 맺게 된다. 선택지는 메이저리그 전 구단으로 넓어진다.

류현진을 향한 QO 자체가 일단 의외였다. 올해 QO를 받은 선수는 류현진까지 포함해 7명이다. 특급 선수들을 향한 원 소속구단의 보류권 개념으로도 생각할 수 있는 QO인데, 다저스는 류현진에게 다소 과한 금액일지라도 최소 1년 더 붙잡고 싶은 의사를 표시한 셈이다. 아울러 다른 구단으로 떠난다면 그에 준하는 보상을 얻을 수 있는 이점도 있다. 다저스의 전략적인 선택이라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류현진에게 이 QO는 약이 될 수도 독이 될 수도 있는 형국이다. 미국 현지에서는 만약 류현진이 일반 FA 계약을 맺을 경우 평균 연봉은 QO 금액인 1790만 달러에 못 미칠 것이라는 것이 예상이 지배적이다. 평균 계약기간 2~3년, 3~4000만 달러의 계약을 예상하고 있다. FA 자격을 얻어 안정적인 장기 계약을 원하는 게 류현진 측의 입장이지만 구단 입장에서는 위험부담이 크다. 류현진의 부상 공백기가 발목을 잡는 모양새다.
류현진은 올 시즌 15경기(82⅓이닝) 7승3패 평균자책점 1.97 WHIP(이닝 당 출루 허용) 1.01 탈삼진 89개 등 임팩트를 남겼다. 하지만 지난 2015~2016년 어깨 부상으로 장기간 이탈했고 올 시즌 역시 사타구니 부상으로 3개월 가량 결장했다.
'건강하다면'이라는 전제가 붙는 선수, 특히 매커니즘에 영향을 끼치는 어깨에 문제가 있었던 선수에게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긴 힘들다. 다저스의 QO를 받아들일 경우 1년 간 물음표였던 건강함을 입증한 뒤 다시 시장의 평가를 받을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
반면, QO를 거부할 경우 앞서 언급했듯이 1790만 달러, 우리 돈으로 200억원에 가까운 연봉은 바랄 수 없다. 장기 계약 역시 무리다. 류현진 외에도 수준급 선발 투수들이 많은 것이 현재 시장 상황이다. 류현진을 둘러싼 상황이 썩 호의적이지는 않다. 댈러스 카이클, 패트릭 코빈, 네이선 이오발디, 찰리 모튼, J.A. 햅 등 류현진 급, 혹은 그 이상의 선발 투수 매물이 시장에 등장했다.
여기에 트레이드 시장 역시 선발 투수 중심이다. 제임스 팩스턴(시애틀), 코리 클루버, 카를로스 카라스코(클리블랜드) 등이 시장에 등장했다. 일본 기쿠치 유세이까지 포함하면 선발 시장은 완전한 포화 상태다. 또한 에이전트인 스캇 보라스는 브라이스 하퍼, 기쿠치, 카이클 등 가치 띄우기에 혈안이다. 류현진의 계약은 이미 우선순위에서 밀렸다. QO 거부 이후 류현진의 가치가 급락할 수 있고, 소속팀 찾기가 쉽지 않을 수 있다.
류현진이 고뇌를 거듭할 수밖에 없다. QO를 받아들인다면, 익숙한 환경에서 다음을 기약할 수 있다. 건강함을 증명해야 하는 1년이고 어떤 변수가 닥칠지 모르지만 되려 대박의 반전을 만들 수 있다. 현지에서도 QO를 수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우세하다. 하지만 QO를 거절할 경우 시장의 냉정한 평가를 받아야 한다. 다음을 기약한다고 하더라도 헐값에 자존심을 굽히는 상황이 발생할지도 모른다. 일단 QO를 거절한 뒤 다저스와 좀 더 적은 금액에 장기계약을 맺는 묘수 역시 생각해볼 법 하지만, 향후 상황들을 더 지켜봐야 한다.
딜레마에 빠진 류현진의 운명은 과연 어떻게 결정이 될 것인가. 오는 13일이 운명의 디데이다.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