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파이더맨, 아이언맨, 헐크 등 다수의 슈퍼히어로를 만들어낸 미국 만화업계 거물이자 '마블의 아버지' 스탠 리(본명 스탠리 마틴 리버)가 별세해 전세계 팬들의 애도물결이 이뤄지고 있다.
12일(현지시간) 현지 언론에 따르면 스탠 리는 미국 캘리포니아 주 로스앤젤레스의 시더-시나이 메디컬센터에서 숨을 거뒀다. 자택에 머무르던 스탠 리는 건강이 악화돼 의료 센터로 이송됐으나 끝내 건강을 회복하지 못했고, 가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세상을 떠난 것으로 알려졌다. 향년 만 95세.
'스탠 리는 잭 커비(1917~1994) 등 동료들과 함께 스파이더맨을 비롯해 아이언맨, 헐크, 판타스틱4, 닥터 스트레인지, 블랙 팬서, 엑스맨, 데어데블, 토르 등 많은 인기 히어로 캐릭터를 만들어냈다. 한국에서도 '스탠리 옹'으로 많은 팬을 거느리고 있던 마블의 명예회장이다.


마블 코믹스의 수석 작가겸 편집인이었던 스탠 리는 미국의 만화 역사에서 가장 전설적인 인물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1922년 뉴욕 맨해튼의 루마니아계 유대인 가정에서 태어난 그는 1939년 타임리 코믹스(마블 코믹스 전신)에 입사하면서 만화업계에 입성했다. 이후 1960~1970년대 많은 슈퍼히어로 캐릭터와 만화를 창조해내며 마블 코믹스 편집장과 마블 엔터테인먼트 사장 등을 역임했고, 마블 코믹스를 대형 멀티미디어 기업으로 발전시키는데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2008년에는 예술가들의 최고 영예인 '미국 예술 훈장'을 수상했다.


마블 코믹스의 만화 작품에 기반해 마블 스튜디오가 제작한 영화에 40여 차례 카메오 출연하며 본인에게나 팬들에게 남다른 재미를 선사하기도 했다. 최근작 '앤트맨 앤 와스프'에서 갑자기 작아진 차 때문에 당황하는 할아버지 역할을 맡아 극에 활력을 불어넣기도.
이처럼 마지막까지 유쾌하게 자신이 사랑하는 일을 즐겼던 그는 내년 개봉하는 영화 '어벤져스4'에서 그의 마지막 모습을 볼 수 있을 전망이다. 지난해 조 루소 감독은 BBC와의 인터뷰에서 스탠 리가 '어벤져스4' 카메오 촬영을 마쳤다고 밝혔던 바다.

한편 스탠 리의 사망 소식이 알려진 이후 공식 트윗 계정에는 출생과 사망 연도를 뜻하는 '1922-2018'이라는 문구가 마지막으로 올라왔다. 리가 평소 자주 사용했던 '엑셀시오르'(Excelsior·더욱 더 높이)라는 단어도 적혀 있어 그가 생전 가졌던 세계관을 엿볼 수 있게 한다.


그런가하면 스탠 리의 별세 소식에 마블 팬들은 물론, 마블의 히어로를 연기한 배우들의 슬픔과 추모가 이어지고 있다. 아이언맨으로 현재의 마블을 이끈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는 "나는 당신에게 모든 것을 빚졌다. 편안히 쉬시길"이라고 애도했다.
헐크 역의 마크 러팔로 역시 "정말 슬픈 날이다. 스탠 리 당신은 사랑을 통해 세상을 더 좋은 곳으로 만들었다. 나는 당신의 세상에서 조그만 부분이라도 차지할 수 있었던 것을 영광으로 생각한다"고 추모했다.
이 외에도 전세계 팬들이 "회장님 덕분에 행복했습니다. 감사합니다", "영화에서는 카메오이지만 당신은 언제나 슈퍼히어로 세계의 주인공이었습니다" 등의 반응으로 고인을 추모하고 있다. /nyc@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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