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베어스가 2년 연속 정상을 눈 앞에 두고 아쉬움을 삼켰다.
두산은 12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18 신한은행 MY CAR KBO리그 포스트시즌' SK 와이번스와의 한국시리즈 6차전에서 연장 13회 접전 끝 4-5로 패배했다.
1,3,5차전을 내주면서 2승 3패로 몰린 두산은 6차전에서 투수 9명을 넣는 총력전을 펼쳤다. 그러나 결국 마지막 고비를 넘지 못했고, 시리즈 전적 2승 4패로 한국시리즈 우승을 SK에게 넘겨줬다. 2015년부터 4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진출했지만, 2년 연속 정상을 밟는데는 실패했다.

▲ 쓰라린 패자의 마음
한국시리즈를 앞둔 두산 선수단은 간절하게 정상 탈환을 노렸다. 2015~2016년 2년 연속 한국시리즈 정상에 올랐지만, 지난해 KIA 타이거즈에게 우승을 넘겨줬다. 지난해 준우승에 그치면서 두산 선수단은 누구보다 패자의 아픔을 절실하게 느꼈던 만큼, 이번 만큼은 반드시 웃겠노라고 다짐했다.
정규시즌을 1위로 마친 두산은 약 3주의 시간이 있었다. 미야자키 교육리그에 참가해 실전 감각을 끌어 올리려고 했다. 그러나 한국시리즈에서 대부분의 타자가 시즌 때 보여줬던 좋은 감각을 찾는데 실패했다. 여기에 정규시즌 보여주지 않았던 수비 실책까지 나오면서 두산은 아쉬움을 삼키며 한 시즌을 마무리 지었다.
경기를 마친 뒤 두산은 환호하는 SK 선수단을 뒤로한 채 쓸쓸하게 더그아웃으로 향했다. 이번 한국시리즈에서 24타수 1안타(.042)로 침묵했고, 또 시리즈 마지막 아웃을 당한 박건우는 입을 굳게 다물고 눈물을 참아내는 모습이었다. 올 시즌을 끝으로 요미우리 자이언츠로 떠나게 된 고토 코지 타격 코치도 해피 엔딩으로 끝나지 못한 두산과의 인연에 항상 보여줬던 웃는 얼굴이 아닌 굳은 표정으로 그라운드를 빠져나갔다. 선수단은 하나같이 침통한 표정으로 짐을 싸고 라커룸으로 이동했다.

▲ "축하합니다" 깔끔한 인정
패배의 아픔은 쓰디 썼다. 그러나 명경기 호흡을 함께 맞춘 승자 SK를 향해서는 박수를 보냈다. 김태형 감독은 1루 더그아웃으로 찾아온 힐만 SK 감독을 향해 박수와 함께 축하 메시지를 전했다. 또 손을 맞잡고, 포옹을 하며 '적장'이 아닌 '야구인 동료'로서 외국인 감독 첫 우승을 달성한 힐만 감독을 축하해줬다.
박용만 두산 인프라코어 회장도 최태원 SK그룹 회장에게 SNS를 통해 축하 인사를 전했다. 박 회장은 "이기면 더 좋지만 져도 재미있는 것이 야구다. 모처럼 밤 11시 40분까지 오금을 못펴고 진검승부를 보았는데…졌다"라며 "최태원 회장에게 축하메시지를 보냈다. 최 회장 기분 좋겠네"라고 아쉬움을 숨긴 유쾌한 축하 문구를 남겼다.
프런트 역시 훈훈한 장면을 보여줬다. 경기를 마친 뒤 두산 관계자는 SK 관계자를 만나자 "우승팀"이라고 이야기하며 "축하드린다"는 말과 함께 손을 맞잡았다. 비록 승패는 갈렸지만, 각자의 구단에서 고생했던 마음을 누구보다 잘 알 수밖에 없는 서로다. 쓰라린 마음은 어쩔 수 없지만, 진심 가득한 축하로 '멋진 패자'로 남았다.

▲ "제발 잘했으면…" 이뤄지지 않은 국해성의 간절한 바람
이날 관중석 한 편에는 낯익은 얼굴이 있었다. 지난 5월 경기 중 좌측 무릎 십자인대를 다쳤던 국해성이었다. 국해성은 부상 직전 나섰던 4경기에서 타율 6할2푼5리를 기록할 정도로 좋은 모습을 보여줬다. 부상이 없었다면 한국시리즈에서 뛰었을 가능성이 높다.
국해성은 "응원하러 왔다"라며 "오늘 꼭 이겼으면 좋겠다"라고 밝혔다. 국해성은 경기 내내 자리를 뜨지 않고 서서 경기를 지켜봤다. 안타를 쳤을 때는 환하게 미소를 지었고, 홈런을 허용했을 때에는 아쉬움 가득한 표정이 되기도 했다.
국해성의 간절한 응원은 결국 통하지 않았다. 마지막 아웃카운트가 올라가자 국해성은 그제서야 무겁게 발걸음을 옮겼다.
국해성은 일상 생활은 물론 운동도 시작할 정도로 몸을 회복했다. 내년 스프링캠프에도 참가할 수 있는 몸 상태다. 함께 하지 못한 아쉬움 속 패배의 아픔을 지켜본 만큼, 내년 시즌 의지를 함께 불태웠을 그였다./ bellstop@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