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동렬 야구 국가대표팀 감독이 자진 사퇴했다.
지난해 7월 국가대표 전임 감독으로 임명된 선 감독은 국가대표팀을 이끌고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을 지휘했다. 금메달을 획득했지만, 선수 선발 과정을 놓고 비난 여론에 휩싸였다.
선 감독은 14일 오후 서울 도곡동 KBO회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사퇴문을 발표했다. 선 감독은 "국가대표 감독직에서 물러난다. 감독직 사퇴를 통해 국가대표 선수들의 명예를 지키고 싶었다"고 밝혔다. 선 감독은 기자회견에 앞서 정운찬 KBO 총재를 만나 사퇴 의사를 전달했다.

지난 10월 4일 선 감독은 KBO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고개 숙여 사과했다. 이어 정치권으로 확대돼 국회에서 열린 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했다. 선수 선발 과정에서 병역 미필 선수 특혜 논란에 대해 국감 증인대에 서기도 했다. 선 감독은 사퇴를 밝히며 솔직한 심정을 드러냈다.
국가대표팀은 금메달을 획득하고도 비난 여론에 제대로 웃지도 못했다. 선 감독은 "환영식도 제대로 못했다. 금메달 세레모니조차 할 수 없었다. 국가대표 감독으로서 금메달의 명예와 분투한 선수들의 자존심을 지켜주지 못한 데에 대해 참으로 참담한 심정이었다. 그때 저는 결심했다. 감독으로서 선수들을 보호하고 금메달의 명예를 되찾는 적절한 시점에 사퇴하기로 마음먹었다"고 말했다.
자진 사퇴를 결심하게 된 3가지 결정적인 사건도 언급했다. 선 감독은 "국정 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했다. 어느 국회의원이 말했다. '그 우승이(아시안게임 금메달이) 그렇게 어려웠다고 생각지 않는다'고. 이 또한 저의 사퇴결심을 확고히 하는 데 도움이 됐다"고 밝혔다. 당시 손혜원 국회의원이 금메달을 폄하하는 발언을 했다.
이어 "한국청렴운동본부가 국민권익위원회에 저의 부정청탁금지법 위반 여부를 조사해달라는 신고를 했다. 억측에 기반한 모함이었다. 마음 아팠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종결 처분이 내려졌다. (구체적 문제 제기가 무엇이었는지, 어떤 절차를 거쳐 종결처분되었는지에 대해 국민권익위원회에 정보공개를 요청했습니다만 알려줄 수 없다는 답변만 들었을 뿐입니다)"고 마음고생을 드러냈다.
정운찬 KBO 총재와의 관계도 언급했다. 정운찬 KBO 총재는 국정 감사에서 "국제대회가 많지 않고 상비군이 없다면 개인적으로 전임 감독제도에 반대한다. 선 감독이 야구장에 가지 않고 TV로 선수들의 경기를 본 것은 문제 있다"고 발언했다. 선 감독은 "전임감독제에 대한 총재의 생각, 비로소 알게 되었다. 저의 자진사퇴가 총재의 소신에도 부합하리라 믿는다"고 말했다.
앞서 선 감독은 국가대표팀 선발에 대해 "선수 선발 과정은 공정했고, 코칭스태프와 치열한 토론을 거쳤다. 그리고 감독인 내가 최종 결정을 내렸다"고 밝히며 "국민과 야구를 사랑하는 분들, 특히 청년들 마음을 헤아리지 못해서 죄송하다. 앞으로 있을 국가대표 선발 방식과 병역 특례 변경에 대해서는 정부 결정에 충실히 따르겠다"고 사과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국가대표 감독직을 떠나며 꼭 말씀드리고 싶은 것이 있다. 감독의 책임은 무한책임이다. 저는 그 책임을 회피해본 적이 없다. 다만, 선수선발과 경기운영에 대한 감독의 권한은 독립적이되, 존중되어한다"고 부탁했다. 이어 "국가대표 감독의 국정감사 증인 출석은, 세계적으로도 유례가 없으며, 대한체육회 역사상, 국가대표 감독 역사상, 한국야구 역사상 처음이라고 알고 있다. 스포츠가 정치적 소비의 대상이 되는, 그리하여 무분별하게 증인으로 소환되는 사례는 제가 마지막이길 간절히 희망합니다. 어떠한 경우에도 정치와 스포츠는 분리되어야 마땅합니다"라고 덧붙였다. /orange@osen.co.kr
[사진] 도곡동=곽영래 기자 young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