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편하니 시간을 갖자"고 했던 게 결국 사퇴로 이어졌다.
선동렬 감독은 14일 서울 도곡동 KBO 회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사퇴 의사를 밝혔다. 정운찬 총재가 직접 나서 "한국 야구를 위해서 힘을 써달라"고 붙잡았지만, 이미 선동렬 감독의 마음은 사퇴로 굳어져 있었다.
지난해 7월 야구대표팀 전임 감독으로 임명된 선동렬 감독은 아시아프로야구 챔피언십(APBC), 2018 자카르타 팔렘방 아시안게임 야구 대표팀을 이끌었다.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따는 등 성과를 냈지만, 선수 선발 과정에서 병역 미필 선수 배려를 했다는 등의 논란에 휩싸였다. 사상 초유로 국가대표 감독이 국정 감사 증인에 오르는 일까지 이뤄졌다.

선동렬 감독은 국정감사에서 "선수 선발 당시 외압이나 병역 미필 선수 배려는 없었다. 금메달을 따기 위한 최고의 선수를 구성했다"고 거듭 강조했다. 정치권의 날선 공세가 있었지만, 선동렬 감독의 의견은 변함이 없었다.
정운찬 KBO 총재의 한 마디가 선동렬 감독을 흔들었다. 정 총재는 이후 진행된 국감 자리에서 "개인적으로 전임 감독 제도에 반대한다"고 말했다. 뒤늦게 선동렬 감독에게 사과의 뜻을 전했지만 이미 물은 엎지러진 뒤였다.
14일 선동렬 감독 사퇴 기자회견 이후 장윤호 사무총장은 기자회견 단상에 올라 선동렬 감독과 정운찬 총재 사이에 국감 이후 약 한 달 동안 있던 일을 설명했다. 장 총장은 '국정 감사 이후 선동렬 감독과 정운찬 총재가 만난 적이 있나'라는 질문에 "없다"고 답하며 "선동렬 감독에게 총재님하고 연락을 하는 것이 어떤지 물어봤는데, 선동렬 감독이 '불편하니 시간을 갖자'고 했다"고 설명했다.
장윤호 사무총장은 "10월 25일에 선동렬 감독을 만났는데, 당시 '당혹스럽다'고 말했다. 총재도 (전임 감독 반대 등) 그런 뜻이 아니라는 것을 정확하게 잘 전달해 달라고 해서 말씀드렸다. 당시에는 특별한 사퇴 의사를 보이지 않았다"라며 "총재도 그렇고 다들 많이 놀라고 당황스러워 하고 있다"고 밝혔다.
장 총장은 "한국의 국보에 가까운 야구인인데, 이렇게 떠나 보내는 것이 맞는지 판단이 안 선다. 어떻게 해야하는지 모르겠다"라며 "향후 계획 역시 아직 정해진 것은 없다"라며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결국 '사퇴 징조'는 없었다고 하지만, 국정 감사 이후 선동렬 감독의 마음은 완벽하게 굳혀진 것으로 보인다. 선동렬 감독은 "국가대표 선수들과 금메달의 명예를 지키고 싶어 사퇴를 결정했다"라며 그동안의 마음 고생을 담아 사퇴 의사를 확실하게 전했다. / bellstop@osen.co.kr